때아닌 집중호우…마을 잠기고 농작물 초토화 ‘애타는 농심’

최상일 기자 2024. 5. 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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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이 낀 5∼6일 연휴 기간 내린 집중호우로 전남과 경남지역에 피해가 발생했다.

경남 합천에 있는 한 마을은 전체가 물에 잠기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고, 전남 강진·해남·보성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2년째 맥류 쓰러짐(도복) 피해가 발생했다.

한 주민은 "불과 1∼2분 사이에 물이 허리까지 차올랐다"면서 "그나마 인명 피해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5일에도 물이 역류해 비닐하우스가 잠기는 등 이번과 비슷한 피해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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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닌 집중호우…피해현장을 가다]
경남 합천 양산마을
딸기·토마토하우스 피해 심각
“임시도로 원인…명백한 인재”
침수 피해를 본 경남 합천군 대양면 양산마을의 한 비닐하우스에 진흙탕물을 뒤집어쓴 딸기와 농기자재가 뒤엉켜 나뒹굴고 있다.

어린이날이 낀 5∼6일 연휴 기간 내린 집중호우로 전남과 경남지역에 피해가 발생했다. 경남 합천에 있는 한 마을은 전체가 물에 잠기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고, 전남 강진·해남·보성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2년째 맥류 쓰러짐(도복) 피해가 발생했다.

“죽을 뻔 했습니다.”

7일 찾은 경남 합천군 대양면 양산마을. 한 주민은 아찔했던 이틀 전날 밤 상황을 설명하며 연신 고개를 내저었다.

양산마을 일대는 어린이날인 5일 오후 11시40분께 물에 잠겼다. 신고를 접수한 소방당국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마을 진입로가 잠겨 차량이 들어가기 어려운 상태였다. 주민 15명은 자력으로 탈출했지만, 40명은 소방대원에게 업히거나 보트를 통해 구조됐다.

한 주민은 “불과 1∼2분 사이에 물이 허리까지 차올랐다”면서 “그나마 인명 피해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때아닌 물난리로 졸지에 이재민이 된 주민들은 인근 복지회관 등으로 긴급 대피해 뜬눈으로 밤을 지새야 했다. 다음날 확인한 마을 상황은 처참했다. 가전제품과 집기들은 널브러졌고, 이불이며 옷가지도 흙탕물에 젖어 못 쓰게 됐다. 마을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쉬었을 노인정 거실에는 밥솥과 전기포트가 흙 범벅이 돼 있었다.

농작물 피해도 심각했다. 7600㎡(2300평) 딸기하우스와 5489㎡(1660평) 토마토하우스가 침수됐다. 엄청난 수압에 하우스 철골도 엿가락처럼 휘었다. 창고에 있던 대형 철골 구조물도 하우스 옆까지 떠밀려와 나뒹굴었다.

농장주 정규연씨(59·대양면)는 “다음날 현장을 확인하러 나왔더니 외국인 근로자들이 하우스 지붕에서 휴대전화를 흔들며 구조를 요청하고 있더라”면서 “사람이 안 다쳐서 천만다행이지만 수확을 코앞에 둔 농작물을 폐기해야 해 가슴이 아프다”고 탄식했다. 정씨 농장의 딸기는 6월말까지 수확될 예정이었고, 토마토는 출하를 불과 3∼4일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이날 강우량을 확인한 주민들은 분통을 터트려야 했다. 경남도에 따르면 5일 기준 합천의 강우량은 59.6㎜로 경남 평균인 86.1㎜보다 적었다. 이런 심각한 침수 피해가 발생할 강우량이 아니라는 게 주민들의 얘기다. 마을주민들은 “이곳에서 수십년 넘게 살았지만 고작 이 정도 비로 마을에 물이 들어찬 건 처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고속국도 건설 공사를 하면서 하천에 둑을 쌓아 만든 임시도로(가도)가 원인”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제방이 물의 흐름을 막아 범람했다는 것이다. 한 주민은 “하천을 막아놓고 작은 구멍(배수로)만 몇개 뚫어놓으니 물이 안 넘치고 배기겠느냐”면서 “명백한 인재”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피해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5월5일에도 물이 역류해 비닐하우스가 잠기는 등 이번과 비슷한 피해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씨는 “그 이후 대책 마련을 요구해왔는데 결국 이렇게 됐다”며 “속에서 천불이 난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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