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묵의 디톡스] 노동자 건강을 위한 국제사회의 경향

강동묵 부산대 의대 교수 2024. 5. 10.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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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묵 부산대 의대 교수

지난달 28일부터 5월 3일 아프리카 북부 모로코의 마라케시에서 제34회 국제산업보건회의(International Congress on Occupational Health, ICOH)가 열렸다. ICOH는 세계적으로 노동자의 건강 보호를 위해 1906년에 만들어진 국제적 기구로, 노동자 보호 관련 국제기구로는 가장 먼저 만들어졌다.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r Office, ILO)가 1919년에 만들어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빠른 것이다.

ICOH는 매 3년마다 국제대회를 개최하는데, 이번에 열린 대회의 모토는 ‘산업보건 연구와 실천을 강화하기: 갭 줄이기’이였다. 필자는 이번 칼럼에서 최근 개최한 산업보건대회에서 인상 깊게 보았던 것을 소개함으로써 노동자 건강을 위한 국제적인 과제를 개괄해보고자 한다.

노동자 건강과 관련된 문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서 다르게 나타난다. 나이지리아의 티톨라 하미드 박사는 사하라 사막 남쪽의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노동자 건강과 관련된 ILO 협약인 C155와 C187을 비준한 나라는 54개 국가중 24개와 17개로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주었다. 아프리카에서 주로 농업과 광업에 종사하는 사람 중 연간 2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 전세계 산재 사망의 60%를 차지한다는 사실은 놀랍다. 아프리카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기구의 노력은 WHO와 ILO가 2000~2001년에 공동 노력을 기울인 이후에도 별로 진전된 내용이 없다는 사실은 서글프기까지 하다.

개발도상국은 부상이 가장 빈도가 높은 데 비해서 EU는 암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 특히 EU의 고령화 추세와 고령노동자의 취약성문제, 연금과 같은 경제적인 보장과 직업보장의 문제가 주요한 문제이다. 한편으로 EU에서는 이주노동자가 12%에 이르러 이들의 건강문제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선진국에서는 새로운 기술의 영향이 문제가 된다. 호주의 Sim교수는 4차산업혁명(IoT, networking 등)과 5차산업혁명(인간·로봇 협업 등) 시기인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산업용 로봇의 도입은 100만에서 400만까지 4배가 증가했으며, 상위 나라는 한국 싱가포르 독일의 순이라고 했다.

EU에서 도입하고 있는 고위험 AI에 대한 규제시스템 등을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상사와 직원, 또는 고객과 직원 등 인간간의 관계에 의해서 생기는 직무스트레스의 양상도 로봇시대에는 로봇과 인간간의 협업에 의한 새로운 스트레스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토론되었다.

국제보건기구(WHO)의 환경 기후변화와 건강 국장인 Maria Neira 박사는 2019년에 전세계적으로 노동자들이 일과 관련한 장애로 인해서 1억 8000년의 장애보정손실을 입으며, 노동자의 건강과 안녕을 증진시키면 11조 달러의 경제적 이득이 있다고 했다.

한편 그녀는 기후 변화가 건강에 위협을 주며, 녹색 저탄소 경제는 노동자들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환경오염을 줄이면 노동자가 좋은 환경에서 일하게 되고, 식량 생산이 안정화되어 농약을 덜쓰게 되어 농약노출이 줄어들며, 도시계획을 통해 통근할 때의 매연의 감소가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이 점은 저탄소 녹색환경을 위한 환경적 접근과 노동자 건강을 위한 산업보건이 만나는 접점을 보여주어 WHO와 ILO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과 저탄소 경제의 영역에서도 공동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의에서 WHO, ILO, ICOH와 학계 및 제반단체는 포럼을 열어 제시된 문제들을 논의했고, ICOH에서는 ILO·WHO 간의 공조를 활성화할 것과 ILO에서 회원국가에 대해 협약 채택을 촉구할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마라케시 선언(declation)을 채택했다. 그리고 ICOH는 2025년 7월에 열리는 오사카 엑스포에 초청받아 첨단 산업기술의 전시장에서 노동자 건강의 현황과 보호증진 필요성을 전시한다는 것도 홍보됐다. 향후 부산에서 엑스포가 개최된다면, 산업기술발전의 밝은 면 뿐만 아니라 그로인한 피해와 보호방안도 같이 전시되기를 바란다.

폐막식에서 한국인 최초의 ICOH회장인 강성규 교수(가천대 길병원)는 2022~2027년간의 ICOH 전략은 ‘노동자 건강을 위한 국제사회의 책임: 국내·국가간 형평성’으로 제시하여, 각국의 국내에서의 이주노동자와 취약노동집단에 대한 보호와 더불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차별을 없애는 데 노력할 것을 주문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94개국에서 1400명이 참가했는데 한국은 참가자수와 발표건수에서 30위 정도여서 매우 낮은 순위를 보였다. 아프리카에서 열려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도 있으나, 우리가 너무 성장을 좇다 보니 그 폐해를 예방하는 데 관심이 적다는 생각도 들었다.


필자는 이번 대회 중 회원투표를 통한 새로운 이사 중 한명으로 선출되는 영광이 있었으며, 노동자 건강보호를 위한 임무와 함께 우리나라의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을 제고하는데 노력해야하는 책임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귀국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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