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설계자’로 뜨는 AI… 생명과학 새 시대 연다

문세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2024. 5. 1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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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 구조 예측 AI ‘업그레이드’
알파폴드2에 의해 생성된 단백질 구조 이미지.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생명과학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주목받는 단백질 구조 예측 인공지능(AI) 모델이 단백질 구조 예측에 그치지 않고 생체 분자와 단백질 간 상호작용까지 예측하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신약 후보물질 설계는 물론이고 실제 효과까지 빠르게 가늠할 수 있어 신약 개발에 전환점을 예고했다. 이 분야 선구자격인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와 한국 연구진이 주도한 ‘로제타폴드’에 비슷한 시기 이 같은 기능이 업그레이드돼 주목받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는 핵산 등 생체 분자와 단백질 구조 간 상호작용을 예측하는 수준으로 진화한 ‘알파폴드3’를 9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지난달 21일에는 백민경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주도적으로 개발한 로제타폴드 최신 버전인 ‘로제타폴드 올 아톰’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됐다. 알파폴드3와 마찬가지로 소분자, 핵산 등과 상호작용하는 단백질 복합체 구조를 예측할 수 있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기능을 가진 예측 모델 2개가 경쟁적으로 등장한 셈이다.

● 계속 진화하는 알파폴드

생명 현상에 관여하는 단백질의 기능은 수백 개에서 수천 개의 아미노산 결합 구조에 따라 결정된다. 단백질은 아미노산 사슬 구조가 꼬이고 얽히고 접히면서 3차원(3D) 입체 구조를 형성한다. 단백질 구조를 빠르게 알아낼 수 있다면 인류가 아직 확인하지 못한 생명현상을 비롯해 새로운 화합물의 약물 효능을 밝혀낼 수 있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X선이나 극저온 전자현미경 등 장비를 활용해 10만여 종의 단백질 구조를 해독했지만 수십억 종에 달하는 단백질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미 확인된 수십만 개의 단백질 구조를 학습한 인공지능(AI) 모델은 아미노산 염기서열만 입력하면 가능한 단백질 구조를 빠르게 예측한다. 수개월 걸리던 작업을 순식간에 할 수 있다.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는 2018년 ‘단백질 구조 예측을 위한 기술 중요성 평가(CASP)’ 학회에서 단백질 구조를 가장 정확히 예측하면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딥마인드 연구진은 2020년 여러 아미노산 간 상호작용을 예측한 알파폴드2를 공개한 데 이어 단일 단백질이 아닌 단백질-단백질 복합체 구조로 예측하는 ‘알파폴드-멀티머’도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알파폴드3는 단백질-단백질 복합체 예측에서 더욱 확장돼 항체-항원 상호작용, 핵산·소분자·이온·아미노산 등과 단백질 복합체 상호작용도 예측할 수 있다. 연구팀은 “알파폴드3는 광범위한 생체 분자 결합 구조를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 한국 연구자 주도 ‘로제타폴드 올 아톰’도 공개

지난달 21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공개된 로제타폴드 올 아톰도 알파폴드3와 마찬가지로 소분자, 핵산 등과 상호작용하는 단백질 복합체 구조를 예측한다. 백 교수는 “알파폴드와 로제타폴드가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것처럼 알파폴드3와 로제타폴드 올 아톰도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다”며 “연구자들은 단백질 구조 예측 이후 풀어야 할 문제로 다른 분자와의 상호작용 문제를 고민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단백질은 다른 생체 분자와 결합해 구조가 변하기 때문에 단백질 기능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사실상 단백질 구조만 아는 것으론 부족하다. 단백질과 비단백질 분자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백 교수는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려는 이유는 단백질 기능을 알기 위함”이라며 “이제 구조는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으니 단백질 기능을 보다 잘 알자는 목표로 단백질이 핵산을 비롯한 생체 분자 중 어떤 것과 잘 결합할 수 있는지 상호작용 예측 모델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백질과 생체 분자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예측할 수 있는 알파폴드3와 로제타폴드 올 아톰의 등장은 단백질 기능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신약 개발에 속도를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기분자 등 모든 분자와의 상호작용을 예측할 수 있고 항원-항체 결합 예측도 상당히 좋아졌다는 점에서 항체 신약 설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백 교수는 “처음 알파폴드가 나왔을 때 신약 개발이 빨라질 거라고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미미했는데 단백질 구조만 고려했기 때문”이라며 “신약을 개발하려면 단백질 구조뿐 아니라 단백질에 어떤 유기분자가 결합할 수 있는지, 항체 신약을 설계한다면 어떤 항체가 어디에 어떻게 결합할 수 있을지 예측을 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세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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