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조팝나무 단상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맘때면 들녘에 수두룩하다. 새하얀 꽃들이 무리를 지어 핀다. 그 모양새가 제법 호들갑스럽다. 흰빛이 눈부시다. 그래서 때 늦은 눈이 내린 줄 알고 깜짝 놀라기도 한다. 봄날의 산하를 한층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조팝나무 이야기다.
조선 후기 고전소설 ‘토끼전’에도 나온다. “조팝나무에 비쭉새 울고, 함박꽃에 뒤웅벌이오.” 멍청이 별주부가 토끼의 꼬임에 빠져 처음 육지로 올라왔을 때가 마침 봄이었다. 조팝나무 꽃은 어디에서나 흔하게 피지만 별주부가 토끼를 꼬여 내던 그 시절에는 더욱 흔했을 터이다. 잘 보일 것 같지 않은 별주부의 작은 눈에도 육지에 올라오자마자 금세 눈에 띄었으니 말이다.
이름은 좁쌀로 지은 조밥에서 유래됐다. 우리의 먹을거리는 쌀, 보리, 조, 콩, 기장 등 오곡(五穀)으로 대표된다. 조는 땅이 척박하고 가뭄을 타기 쉬운 메마른 땅에 주로 심었다. 오곡의 세 번째 자리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곡식이었다. 조밥은 하얀 게 아니라 되레 노랗다. 하지만 그릇에 담아둔 조밥처럼 작은 꽃이 잔뜩 핀 모양을 비유했다.
원래 쓰임새는 관상용보다 약용식물로 더 유명하다. 동의보감에는 여러 가지 학질을 낫게 하고 가래침을 잘 뱉게 하며 열 오르내림을 낫게 한다고 설명했다.
대기 환경에 특별히 민감하다. 고온다습한 곳에선 잘 자라지 않는다. 양립력이 강하다. 이 같은 특성으로 도심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재목이나 판목 등으로도 사용된다. 가구, 울타리, 건축재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다른 나무보다 가벼우면서도 튼튼해 가구 제작에 적합하다.
이 식물은 우리에게 익숙한 존재다. 특징과 활용 방안 등을 살펴보면 이들이 우리 주변에서 어떻게 쓰이고 어떤 장점을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비가 며칠 내리더니 조팝나무 꽃도 시들고 있다. 봄날도 가고 있다.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여성 사진 올리고 품평… ‘온라인 카페’ 성희롱 논란
- 부평 제3보급단 이전·개발… 민간사업자 ‘그림의 떡’
- [알림] 本社辭令
- 인천 경실련, “항만 공공성 확보 위해 자유무역지역 지정 추진해야”
- 안산시·도시공사, 초지역세권 '대규모 랜드마크' 개발 추진
- 인천 1∼7세 아동수당 ‘천사지원금’ 내달부터 지급… 年 120만원
- 인천애뜰 집회·시위 가능토록 법제화… 인천시, 입법예고
- 복귀 디데이에도… 전공의 ‘요지부동’
- “신분증 깜빡, 진료 못받나요” 경기도내 곳곳 혼선 [현장, 그곳&]
- 여야 ‘특검전쟁’… 채상병 ‘죽음의 진실’ 307일째 허우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