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경기도박물관이 어디 있어요”

경기일보 2024. 5. 1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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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 경기도박물관장

경기도박물관의 지난해 관람객은 11만9천923명이다. 경기도 인구 1천400여만명의 1%도 안 된다. 서울 인구 1천여만명까지 포함한 수도권 인구로 보면 그 비중은 0.5%정도다. “경기도박물관장입니다”라고 필자를 소개하면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십중팔구 “거기가 어디냐”는 질문이 제일 먼저 돌아오는 것이 이제는 전혀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이것은 분명 지방자치의 꽃인 문화자치와는 정반대의 행보이고 사회복지의 완성인 문화복지와도 거리가 멀다. 이 지점에서는 사실상 경기 문화가 죽었다고도 할 수 있다. 관객의 성격을 따져봐도 하루 300여명 중 학생단체가 대부분이고 청장년이나 노년층 중심의 일반관객은 드물다. 평생학교나 놀이터로서, 문화복지로 인구절벽과 초고령사회 문제는 물론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를 달리는 자살률을 급감시켜야 할 최후의 보루로서 박물관의 존재이유가 무색하다. 통계수치로만 보면 경기도민은 경기도박물관의 혜택을 안 받기도 하고, 또 못 받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이 어느 때인가. 1인당 국민소득 3만5천달러의 세계 10대 경제강국이 우리나라다. 문제는 선진국이 돈만으로 안 된다는 사실이다. 문화와 양 날개로 날 때만이 가능하다. 이런 입장에서 보면 대한민국의 유일무이한 도립박물관을 보유한, 그것도 유일하게 국립박물관이 없는 경기도로서 1% 아래의 관객수치는 어떤 이유로도 납득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은 보란듯이 관객이 400만명을 넘어섬으로써 세계 6대 박물관에 등극했다. 경기도박물관은 어느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일차적으로 스스로 대변혁을 감행해 스스로 기회를 창출하지 않으면 안 되는 때가 개관 30년을 앞두고 당도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기계시대 관객의 입장에서 유물의 성격을 재설정하는 길밖에 없다. 일면적이어서 ‘지루한’ 기존 유물의 진열 방식과 관점에서 탈피해 영상만이 아니라 실물X영상으로, 그것도 시공을 초월해 다면적인 유물 본래의 모습을 생생활활한 생명체로 다시 발명해내는 길이다. 그래서 관객들이 유물과 하나 돼 물아일체(物我一體)로 놀게 하는 것이다. 결국 과거 유물이 지금 나이고, 나의 미래임을 자각하고, 나의 마음이 궁극적으로 탈바꿈하는 자리가 경기도박물관도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태초에 돌은 돌이었고, 사람은 사람이었지만 인간이 돌을 깨면서 문명은 시작됐다.

‘한탄강주먹돌도끼’가 바로 그 증거다. 그러고 보면 지금의 ‘AI’는 ‘한탄강주먹돌도끼’의 아들의 아들이다. 여기서는 서로가 바로 직통하면서 구석기인이나 기계시대 사람이 인지적으로 다르지 않음까지도 확인한다. 박물관 유물이 그냥 죽은 고물이 아니고 우리의 오늘과 생생하게 호흡하면서 내일까지 제시한다. 이런 맥락에서 ‘한탄강주먹돌도끼’와 이우환의 돌과 철의 ‘관계항’을 한자리에 놓으면 돌들이 만나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무수한 미래 언어가 발명된다. 요컨대 현재가 역사를 무한 반복으로 되새김질하는 것 자체가 미래인 것이다. 미래는 따로 없다. 그래서 경기도박물관이 박물관을 다시 정의한다. 기계시대 인간이 유물에게 생명의 길을 묻는 자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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