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 첨단 공장 한국 떠나 미국 올 것” 아찔한 8년 뒤 전망

조선일보 2024. 5. 10.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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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2년엔 10나노(10억분의 1m) 이하 첨단 반도체의 한국내 생산 비율이 현재의 31%에서 9%대로 급락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와 보스턴 컨설팅 그룹이 분석한 전망치다. 현재 대만 TSMC와 함께 세계 첨단 반도체 시장을 양분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최신 공장을 한국 대신 미국에 짓는 결과가 이렇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내 생산 비율은 현재 0%에서 8년 뒤엔 28%로 늘어난다. 527억달러(약 71조원) 규모 보조금을 제공하며 공장 유치에 나선 미 정부 전략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일대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란 예고다.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전략에 호응해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첨단 파운드리 공장, 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패키징 공장을 새로 짓고 있다. 64억달러(약 9조원)의 보조금을 받는 삼성전자는 차세대 최첨단 반도체인 2나노급도 미국 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2030년까지 첨단 반도체의 20%를 미국 안에서 생산하겠다며 반도체 지원법을 만들었는데, 이대로 가면 목표를 훨씬 초과 달성할 전망이다.

반면 한국은 정부가 2043년까지 반도체 클러스터를 용인에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계획대로 추진될지 미지수다. 송전선 문제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건설이 5년간 지연되고, 하이닉스 용인 공장이 인허가 문제 등에 발목 잡힌 바 있다. 세계에서 가장 경직적인 주52시간 근무제, 중대재해처벌법 같은 온갖 규제로 얽어맨다면 반도체 기업의 탈(脫)한국은 더 가속될 것이다.

반도체 첨단 공정은 경제적 필요성뿐 아니라 국가 안보를 위해서도 반드시 국내에 머물도록 해야 한다. 대만이 범국가적 지원을 퍼부어가며 TSMC 공장 사수에 총력전을 벌이는 것도 지정학적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미 반도체협회 예측대로 첨단 반도체의 국내 생산 비율이 급감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국가적 재앙이 빚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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