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방 아니라 ‘지역’… 표현이라도 바꿔야 박탈감 줄일 수 있다

강정운 창원대 명예교수 2024. 5. 10.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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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 지방이다. 서울에서도 지방선거를 한다. 서울지방국세청, 서울지방병무청 등은 중앙행정기관의 지방행정조직이다. 이처럼 서울도 대한민국의 지방 단위 행정구역이다. 그리고 서울지방변호사회 등 각종 단체의 명칭에도 ‘지방’이 표시되어 있다. 서울은 대한민국 대부분 권력이 집중된 중심 공간이다. 그렇다고 해서 서울이 중앙인 것은 아니다. 중앙은 공간적 개념이 아닌 제도적 개념이다. 대한민국 중앙정부가 서울이란 지방의 공간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에서는 서울을 중앙으로 인식하고 서울 외에는 모두 지방으로 보는 개념적 오류가 존재했다. 누구도 서울을 하나의 지방으로 보지 않고 서울 내지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지역을 지방이라고 불러왔다. 지난 2003년 3월 당시 이명박 서울특별시장도 조선일보 기고문에서 “지방이라는 말에 대칭되는 단어로 서울을 쓰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으며 서울도 역시 지방일 뿐”이라고 했다.

지방 개념에 대한 편견과 함께 지방 도시라는 잘못된 용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싱가포르, 모나코, 바티칸 등 도시국가를 제외하고 지방이 아닌 도시가 세상 어디에 있는가? 세계의 모든 도시는 지방이다. 지방 도시라는 용어가 서울 이외 지역 도시들을 지칭하더니 어느새 인천, 경기 지역을 포함한 수도권 이외 지역 도시들을 통틀어 지방 도시라 부르고 있다. 언론과 학자들도 지방 도시라는 용어를 분별 없이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수도권 도시가 아니면 도시 규모와 관계없이 모두 지방 도시로 불린다. 동북아 유명 대도시인 부산마저도 국내에서는 지방 도시란 딱지를 떼지 못한다.

이처럼 서울 및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을 지방이라 불러옴에 따라 지방은 수도권의 대칭 용어가 되어 버렸다. 당연한 논리지만 대한민국 모든 도시, 모든 지역은 지방이다. 그러므로 수도권 이외 지역을 지방이라 총칭하지 말고 ‘비(非)수도권’이라는, 이미 제도화된 용어를 사용하면 좋겠다. 개별적으로 필요한 경우엔 광역 단위 명칭을 사용하면 된다. 서울은 서울 지방, 부산은 부산 지방, 광주광역시는 광주 지방이다. 지방 대신 지역이란 용어를 사용해도 좋다.

대한민국에서 지방으로 불리는 지역에 거주하는 시민들에게 지방이란 용어는 애정과 자부심의 용어가 아닌 지역 간 불균형을 나타내는 열등과 차별의 상징어이다. 언론과 정치 지도자 그리고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등이 지방이란 무분별한 용어 사용의 오류와 편견에 관심을 가지고 변화를 주도하길 기대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지역 불균형에 따른 비수도권 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완화시켜 주는 심리적 매개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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