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플러스+] 전염병 가둔 곳 산양 숨 거둔 곳

김정호 2024. 5. 1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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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SF 울타리 철거 목소리 확산
도내 ASF 방역 울타리 1179㎞ 설치
2차 설치구역 관리비용 ‘지자체 부담’
산양 집단폐사 불구 멧돼지 이남 출몰
환경단체·전문가 “구간단위 우선 철거”
환경부, 내년까지 관리 로드맵 마련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원인으로 지목된 야생 멧돼지. 정부는 지난 2019년부터 ASF 확산을 막기 위해 야생 멧돼지 차단 울타리를 설치했다. 하지만 ASF 예방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겨울, 울타리로 인해 이동통로가 막혀 먹이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 천연기념물 산양이 집단 폐사 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철거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야생 멧돼지 차단 울타리 철거 주장에 대해 짚었다.

▲ 지난 겨울 산양이 ASF 차단 울타리에 이동이 막히자 되돌아가고 있다.

■ 강원도내 설치된 ASF 울타리 1179㎞… 관리 비용 ‘눈덩이’

방역당국이 ASF 차단을 위해 가장 중점적으로 시행했던 방역 대책은 광역울타리 설치다. 2019년부터 강원도와 경기도 북부지역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4단계에 걸쳐 울타리가 설치됐다. 현재는 원주환경청과 각 시·군이 이를 관리하고 있다. 현재 경기도부터 강원도를 가로지르며 설치된 광역울타리 중 1179㎞가 강원권역에 설치됐다. 이는 전국의 약 64%에 달하는 규모다. 이 중 인제군에 설치된 울타리는 212㎞다.

뿐만 아니라 ASF 발생지역을 중심으로 설치하는 2차 울타리의 경우, 시군에서 관리해야 하는데 인제군 내에는 해당 울타리 역시 71㎞가 설치돼 있는 상태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인제 지역 울타리 관리에 인제군이 투입한 예산은 총 2억6557만원이다.

▲ ASF 차단 울타리 옆 나무가 울타리 모양대로 파인 채 자라나고 있다.

■ 먹이활동 못한 산양 747마리집단 폐사

ASF 감염 야생멧돼지는 강원도내를 넘어 경북까지 내려간 상태다. 강원도내 ASF 감염 멧돼지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3월의 경우 정선 1건, 화천 3건, 영월 6건, 삼척 4건 등 광역 울타리가 설치된 이남 지역에서 감염된 멧돼지가 지속해서 발견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해당 강원지역에 집중적으로 설치한 차단울타리가 산양의 먹이활동을 크게 제약하면서 집단폐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지난 4일 찾은 인제 미시령옛길에 설치된 울타리를 따라가보니 산양으로 추정되는 동물의 사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지난겨울부터 최소 747마리의 산양이 죽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ASF 차단 울타리 옆에서 산양의 사체가 발견됐다

■ 환경단체 “이제 울타리 철거해야 할 때”, 전문가도 일부 지역은 동의

ASF 울타리 철거 주장은 환경단체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은 “산양 집단 떼죽음이 발생한 강원북부 민간인통제구역과 설악산국립공원에 설치된 차단 울타리를 구간 단위로 우선 철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특히 주요 서식지로 확인된 대상지역 내 차단 울타리를 구간 단위로 완전 철거하는 것만이 야생동물 이동성을 확보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 역시 ASF 방역효과가 떨어지는 지역 울타리는 철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연수 강원대 수의학과 교수는 “울타리는 야생멧돼지의 남하를 막기 위한 가장 최선의 대안이었지만 이제는 남하를 막는 것이 의미가 없어졌거나 마을입구, 다리 위 등 필요 없는 구역이 있다”며 “그런 지역은 조심스럽게 철거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체 철거는 아직 무리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오 교수는 “하지만 양돈농장 인근 지역의 경우에는 아직도 ASF 차단의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철거를 하지 말아야 하며 산양 등 야생동물의 통로를 막는다는 것은 정확한 조사를 통한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ASF 차단 울타리 일부 구간이 파손된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김정호·사진제공=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 환경부, 울타리 부분 철거 위한 용역 진행

ASF 차단 광역울타리 관리주체인 환경부는 이 같은 지적에 차단 울타리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근 이주호 교육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4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ASF 대응관리 개선방안을 심의·확정했다.

개선 방안에는 야생멧돼지 차단 울타리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우선 환경부는 내년 5월까지 야생동물 생태 단절을 최소화하기 위해 울타리 부분개방 시범사업과 관련 모니터링을 추진한다. 대상 지역은 접경지역 중에서도 양구·인제와 같이 최근 2년간 ASF가 발생하지 않았고, 양돈농가와 10㎞ 이상 떨어진 곳을 시민단체와 함께 선정한다. 또한 울타리로 인한 이동 불편 등 주민 민원에 대해서는 전화민원센터를 운영해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경기·강원 지역 울타리 사업 비용 대비 편익을 구간별로 평가해 효과 분석도 진행한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주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울타리 관리 로드맵을 마련할 예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구간을 정해 야생동물의 이동 등을 살피는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런 용역을 통해 ASF 방역을 놓치지 않으면서 지적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환경부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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