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것’ 김민기와 제작자의 덕목 [이지영의K컬처여행]

2024. 5. 9.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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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BS에서 방영한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3부작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학전이라는 소극장에서 33년 동안 김민기라는 한 명의 음악가이자 제작자이자 연출가가 무대 뒤에서 자신의 몫도 제대로 챙기지 않은 채 어떻게 예술가들을 길러내고 이 사회를 예술로 밝혀 주었는지를 다룬 가슴 뭉클한 다큐멘터리였다.

그럼에도 '뒷것'임을 자처했던 제작자 김민기 선생님을 보며 무엇이 바람직한 제작자의 덕목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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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BS에서 방영한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3부작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학전이라는 소극장에서 33년 동안 김민기라는 한 명의 음악가이자 제작자이자 연출가가 무대 뒤에서 자신의 몫도 제대로 챙기지 않은 채 어떻게 예술가들을 길러내고 이 사회를 예술로 밝혀 주었는지를 다룬 가슴 뭉클한 다큐멘터리였다. 김민기 선생님은 배우들에게 ‘늘 너희들은 앞것이고 나는 뒷것이다’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고 한다. 이는 배우들이 앞에 서서 꿈을 펼칠 수 있게 자신은 나서지 않고 뒤에서 받쳐주고 지켜주겠다는 의미로, 김민기 선생님께서 많이 쓰신 표현이라고 한다.

다큐멘터리가 방영되는 기간 동안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이 하나 있다. 하이브 대 민희진 대표의 갈등이다. 이 사태를 보며 안타까웠던 것은 아티스트를 뒷받침해 줘야 하는 제작자들이 오히려 아티스트들에게 해를 끼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었다. 한편에서는 ‘내가 낳았다’, ‘내 새끼다’라고 자신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를 과시하고 있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자신의 엄청난 자본이 그들을 만들어내는 데에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앞세우고 있었다. 이런 모습은 사실 자기 새끼 같다던 그 아티스트들의 앞길을 막는 일일 수 있다.

사실 서구의 언론들은 틈만 나면 케이팝은 기획사에 의해 만들어진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담론을 들고 나온다. 케이팝이 기획사에 의해 제작된 측면이 강하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서구의 레이블들 역시 스타를 훈련시키고 만들어내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이전의 케이팝에 비해 스스로 곡을 쓰고 프로듀싱하는 아이돌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케이팝 아티스트 역시 자율성을 가진 아티스트라는 이미지가 확대되었고, 이는 케이팝의 높은 위상에 적지 않은 공헌을 했다. 그런데 아티스트보다 제작자들의 ‘내가 이 그룹을 만들었다’는 과시가 더 두드러지니 케이팝이 어렵게 바꾸어 놓은 자율적인 아티스트의 이미지는 흐려지고 제작자가 만들어낸 제조품처럼 이미지가 바뀌어가는 것 같아 너무나 안타깝다.

하이브 사태와 김민기 선생님을 직접 비교하기는 힘들다. 상황도 조건도 많이 다르다. 그럼에도 ‘뒷것’임을 자처했던 제작자 김민기 선생님을 보며 무엇이 바람직한 제작자의 덕목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이지영 한국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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