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임수]日 ‘네이버 축출’ 본격화… 우리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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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있다면 일본엔 9600만 명이 쓰는 라인(LINE)이 있다.
메시지만 주고받는 게 아니라 뉴스를 보고 온라인 쇼핑을 하고 만화와 음악을 즐기고 공공요금까지 납부해 일본 신문들이 "라인 앱은 사회 인프라"라고 칭할 정도다.
라인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기획하고 신중호 대표가 개발을 총괄한 한국산 서비스로 2011년 6월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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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보기술(IT) 기업 소프트뱅크와 ‘반반 경영’을 시작한 건 2019년부터다. 네이버의 라인과 소프트뱅크가 운영하는 일본 최대 포털 야후저팬이 결합해 ‘라인야후’가 자리 잡았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온라인 비즈니스를 망라한 거대 플랫폼을 만들겠다며 협업을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네이버가 13년간 공들여 키워 온 거대 메신저 기업의 경영권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해 11월 라인의 고객 정보를 관리하는 네이버 가상서버가 해킹당해 개인정보 51만여 건이 유출되면서다. 그러자 일본 총무성은 올 들어 두 차례 행정지도를 통해 네이버와 맺은 지분 관계를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민간 IT 기업의 해킹 사고를 문제 삼아 정부가 지분 변경을 요구하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 앞서 페이스북이 해킹돼 5억 건 이상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는데도 일본 정부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과 비교된다.
▷이어 라인야후의 이데자와 다케시 사장은 8일 “소프트뱅크가 과반이 되도록 네이버에 자본 변경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총무성의 행정지도에 따라 네이버에 지분 매각을 공식 요구했다는 것이다. “한국 네이버와 연결된 네트워크를 차단하고, 업무 위탁을 제로로 하겠다”며 기술 협력도 사실상 모두 끊겠다고 했다. 또 ‘라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신중호 대표를 사내이사에서 배제하고 이사회 멤버 전원을 일본인으로 채운다고 한다. 라인야후에서 네이버를 배제하려는 일본의 전방위 작업이 본격화된 셈이다.
▷이는 일본 국민 80%가 쓰는 메신저 플랫폼을 한국 기업 손에 두지 않겠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페이스북, 유튜브 같은 미국 공룡 플랫폼은 손댈 수 없으니 라인만이라도 일본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것이다. 라인야후에 대한 지배력 상실은 단순히 일본 1위 메신저를 빼앗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1억 명 넘는 동남아 라인 이용자를 발판으로 ‘아시아 최고 IT 기업’이 될 기회마저 일본 기업에 넘어가게 된다. ‘네이버 라인’이 ‘일본 라인’이 되는 것을 한국 정부가 뒷짐 지고 지켜만 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정임수 논설위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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