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곽도영]韓기업이 美기업보다 더 美정부 눈치봐야 하는 현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해 12월 한중 대표 기업인들이 4년 만에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만났다.
미중 갈등의 파고가 닥치기 전 중국에 시장과 생산기지를 동시에 두고 있는 한국 기업인들은 중국 파트너들과 수시로 만나며 협력했다.
4년 만에 열린 지난번 한중 기업인 대화에서 가장 밀도가 높았던 시간은 방한한 중국 기업 파트너들과 밤늦게까지 이어졌던 술자리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중 갈등의 파고가 닥치기 전 중국에 시장과 생산기지를 동시에 두고 있는 한국 기업인들은 중국 파트너들과 수시로 만나며 협력했다. 중국 특성상 파트너사뿐만 아니라 중앙 당국 및 지방 정부 관계자들과의 네트워크에도 오랜 시간을 투자했다. 하지만 2018년 미국의 대중 제재 방침 이후 기류가 급변했다. 기업 거래가 흔들려도, 생산기지에 문제가 생겨도 중국행(行)이 쉽지 않은 분위기가 됐다. 간다 해도 철저히 소규모로 비밀에 부쳐야 했다.
4년 만에 열린 지난번 한중 기업인 대화에서 가장 밀도가 높았던 시간은 방한한 중국 기업 파트너들과 밤늦게까지 이어졌던 술자리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오랜만에 허심탄회하게 마주 앉은 양국 기업인들은 사업 골칫거리와 투자 논의 건들을 하나씩 풀어내며 모처럼 숨통을 틔웠다.
길어지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서 한국 기업 피해도 커지고 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이 연일 대중(對中) 반도체 장비 수출 제재를 외쳤지만 실상 중국 시장을 더 많이 잃은 건 미국 장비 기업들이 아닌 한국 기업들이다(본보 4월 9일자 ‘美, 반도체장비 中 수출 규제에… 韓 가장 큰 타격’). 지난해 중국이 한국산 반도체 장비를 수입한 금액은 2022년 대비 20.3% 급락했지만 미국산 수입액은 3.1% 감소에 그쳤다. 반면 네덜란드(150.6%), 일본(4.7%)으로부터 반도체 장비 수입액은 오히려 늘었다.
한국 기업들이 소리 없이 피해를 입는 사이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모인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지난해 7월 미 행정부의 중국 제재 방침에 대해 “반도체 업계는 계속해서 중국 시장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며 당당하게 공동 성명을 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매출이 급전직하하자 올 3월 중국을 찾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상하이 애플스토어 개장식에 가서 직접 문을 여는 장면까지 연출했다.
수십 년 공들인 시장이 서서히 닫히는 걸 눈 뜨고 보면서도 미국 기업들보다 더 미국과 중국 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 한국 기업들은 정부가 외교적인 물꼬를 터주길 고대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달 말로 조율 중인 한중일 정상회의에 대한 재계의 기대감은 크다. 특히 3국 경제통상장관회의가 2019년 12월 이후 4년여 만에 열리는 만큼 한국 정부가 국가 경제 실익을 위한 ‘프레너미(frenemy·친구와 적의 합성어로 경쟁적인 우호 관계를 의미)’ 전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공격수의 입장에 서 있더라도 기업들의 비즈니스 뒷길은 열어 두는 미국처럼 이번 회담으로 한국 기업들에 최소한의 숨통이 틔워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곽도영 산업1부 기자 now@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尹 “도이치, 前정부서 치열하게 수사”… 檢은 4년간 서면조사 한번
- [이기홍 칼럼]尹 대통령, 바꿔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을 혼동해선 안 된다
- [단독]‘여친 살해’ 의대생 신상공개 안한다… 피해자, 지난달엔 팔 부상 입원
- “2000명 갑작스러운 수치 아냐, 뚜벅뚜벅 갈것” 의대증원 고수
- “장바구니 물가, 몇백억 들이면 잡아… 5만달러도 꿈 아니다”
- ‘앙숙’ 유튜버들 입씨름 끝 칼부림… 범행현장 비명까지 생중계
- 냉장고에 있는 물을 마시기가 두렵다
- “헤어지자” “안사귄다” 했다고… 여성 2.7일에 한명꼴 남성에 피살
- 가계부채 비율, 3년 반 만에 100% 아래로… 그래도 세계 1위
- 與 원내대표에 추경호… 3연속 TK 출신 선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