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변화 거부하고 소통만 외친 대통령 회견

CBS노컷뉴스 이재웅 논설위원 2024. 5. 9.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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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서울시내 한 시장에서 상인들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1년9개월 만에 국민 앞에 선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 일성은 소통이었다. 윤 대통령은 9일 총선패배의 원인과 해법으로 "정부의 정책을 국민에게 설명드리고 소통하는 것이 많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질의응답 70여분 간 소통이란 단어가 유난히 자주 등장했다. 그런데도 '전파 낭비'라는 일각의 비판이 나올 정도로 국민들의 답답증을 해소해주지 못한 이유는 뭘까?

소통(疏通)은 '트여서 잘 통한다'는 뜻인데 총선민심을 읽는 것에서부터 오해하고 있는 듯 보였다. 진단이 잘못되면 처방도 그릇된 법이다. 국민은 인사파동과 윤핵관의 전횡, 언론 길들이기 등 지난 2년간 보였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과 양극화, 구멍뚫린 국민안전, 채상병 사망사건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 등을 심판했는데, 윤 대통령은 "앞으로 국민들께 설명하고 이해시켜드리고 부족한 부분도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기회를 계속 갖겠다"며 소통강화 만을 외치니 국민들은 국정기조 변화를 체감하지 못했다. 기대했던 것의 150%를 내놓아도 모자랄 판에 국민들이 예상했던 딱 그 정도의 답안지만 들고 왔으니 갈증이 해소되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의혹엔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 사과를 드리고 있다"면서도 김건희 주가조작의혹 특검에 대해선 "지난 정부에서 2년 반동안 치열하게 수사했다"며 야당의 특검법 추진을 '정치공세'로 일축했다.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방해의혹 특검법안에 대해서도 "경찰과 공수처의 수사와 사법 절차를 지켜보자"며 거부권 행사를 분명히했다.
 


총선민심에는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라는 명령도 포함돼 있을 것이다. 두 사건과 관련해 월등히 높은 특검 찬성 여론이 방증한다. 윤 대통령이 지난 정부에서부터 자신을 겨냥해 치열하게 수사했다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의 경우도 따지고 보면 다른 피의자들이 유죄판결을 받는 동안 김건희 여사의 소환조사가 없었던 점은 검찰수사의 불신을 초래했다. 윤 대통령은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과 관련한 대통령실 외압의혹을 묻는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고, 조사결과를 둘러싼 대통령의 격노설을 묻는 질문에는 엉뚱하게도 무리한 수색작업과 관련해 국방장관을 질책했다고 동문서답했다.
 


국민들이 이 사건을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외압 의혹 때문이다. 특히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채상병 특검법의 주요 수사 대상에는 대통령 본인도 포함될 수 있다. 군인권센터는 "특검은 일반 수사기관이 압력없이 공정하게 수사하기 어려운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이 연루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규명을 위해 특검이 가동된 것도 이 때문이며, 바로 그 특검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수사팀장을 맡았었다.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로 저출생문제 해결 의지를 천명한 것이나 의료개혁 의지를 재확인한 것은 평가할 만하지만, 건전재정을 위협하고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부자감세나 부동산·주식 관련 규제완화, 재정의 역할 축소 등 현 경제정책 기조를 고수한 점은 우려를 낳았다. 또한 일본의 국민메신저 '라인'의 경영지배에서 네이버를 축출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음에도 윤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기시다 총리와의 '충분한 신뢰'만 강조해 균형외교 논란을 해소하지 못했다.

민심에 부응하지 못하면, 형식은 소통이지만 내용적으론 불통이다. 특히 이번 기자회견에선 주제 제한없이 충분히 질문을 받겠다고 처음 공언했던 것과 달리 정치,외교안보,경제,사회로 분야별 시간 제한을 두고 추가 질문도 차단해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하는데 미흡했다. 국민적 의혹이라는 진흙에 발이 빠져 있는 한 앞으로 내달리기 힘들 것이다. 이대로면 남은 3년은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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