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채상병 수사 지켜보고 납득 안 되면 제가 특검 요구” [尹 취임 2년 기자회견]
“지난 정부에서 2년간 제 가족 수사
특검은 부실수사 의혹 때 하는 것”
김여사 특검법 반대 의사 재확인
“채 상병, 민간 사법기관에서 규명
진실 왜곡해 책임자 봐주기 불가능”
‘先수사 後특검’ 시사로 정면돌파
“특검이라고 하는 것은 정해진 검경, 공수처의 수사가 봐주기나 부실 의혹이 있을 때 하는 것입니다.”
조목조목 답변하는 尹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특검법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윤 대통령은 검찰이 2년간 자신과 가족에 대해 수사한 사실을 언급하며 “지난 정부에서 저와 제 가족을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것인지, 봐주기 수사를 하면서 부실하게 했다는 것인지, 거기에 대해 정말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제2부속실 설치나 특별감찰관 임명 등 후속 조치에 대해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김 여사는 지난해 연말 네덜란드 순방에서 귀국한 이후 5개월째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 특검법 거부 입장을 밝히는 자리에서 제2부속실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추진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다만 윤 대통령이 사과까지 하며 전향적인 자세로 나온 만큼 향후 재발 방지 차원에서 이 같은 후속 조치가 진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담은 김 여사 특검법은 지난해 3월 더불어민주당이 처음 발의해 2023년 12월 본회의에서 가결됐으나 윤 대통령이 지난 1월5일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려보냈다. 이후 2월29일 본회의에서 재표결했지만 찬성 171명, 반대 109명으로 부결됐다.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당초 일부 조항을 수정하는 조건부 수용에 대한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결국 윤 대통령은 최종 수사 후 미진할 경우에만 특검을 받아들이겠다며 사실상 거부권 행사를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순직한 사고 소식을 듣고 국방장관에게 이렇게 질책했다”며 “저도 그 현장에 며칠 전 다녀왔지만 생존자를 구조하는 상황이 아니라 돌아가신 분의 시신을 수습하는 일인데 이렇게 무리하게 진행해 인명 사고가 나게 하느냐, 이렇게 질책성 당부를 한 바 있다”고 밝혔다. 또 이를 언급하면서 “당시 채 일병이었죠, 추서가 되기 전이니까”라며 이번 사안에 대해 충분히 파악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서울에 출마한 민주당 한 후보가 채모 상병의 이름을 계급과 혼동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채상병 일병’, ‘채상병 상병’으로 잘못썼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은 사례를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해병대 1사단 소속 채 상병은 지난해 7월19일 경북 예천에 대민 지원을 나갔다 구명조끼도 없이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다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사고 당시 일병이었지만 순직이 인정돼 추서 진급했다.
윤 대통령은 “이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수사 관계자들이나 향후 여기에 대한 재판을 담당할 관계자들도 모두 저나 우리 국민과 똑같이, 그리고 채 상병의 가족들과 똑같은 그런 안타까운 마음으로 열심히 진상 규명을 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어떻게 이 사건을 대충 할 수 있겠으며 수사를 하면 다 드러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했다.
또 “군에서 하는 것도 아니고 결국 민간 사법기관에게 넘어가 진상규명을 하는 것인데 어떤 진실을 왜곡해 책임 있는 사람을 봐주고 또 책임이 없는 사람 또는 책임이 약한 사람한테 모든 것을 뒤집어씌우고 이런 것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2022년 7월 군사법원법이 개정돼 군인 사망사건, 성범죄, 입대 전 범죄 등에 대해서는 민간 경찰이 수사권을 갖고 이후 재판도 군사법원이 아닌 민간 법원에서 진행된다.
다만 이날 ‘대통령실 외압 의혹과 대통령이 국방부 수사 결과에 대해 질책을 했다는 보도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윤 대통령은 외압 의혹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는 채 상병 사망 이후인 지난해 7월31일쯤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에서 열린 회의에서 수사 결과와 관련해 격노했고, 이후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 등에게 수사 관련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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