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채상병 수사 지켜보고 납득 안 되면 제가 특검 요구” [尹 취임 2년 기자회견]

조병욱 2024. 5. 9.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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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사·채상병 특검 거부 의사
“지난 정부에서 2년간 제 가족 수사
특검은 부실수사 의혹 때 하는 것”
김여사 특검법 반대 의사 재확인
“채 상병, 민간 사법기관에서 규명
진실 왜곡해 책임자 봐주기 불가능”
‘先수사 後특검’ 시사로 정면돌파

“특검이라고 하는 것은 정해진 검경, 공수처의 수사가 봐주기나 부실 의혹이 있을 때 하는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이 같은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며 야당이 추진 중인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특검법과 국회를 통과한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모두 거부 의사를 밝혔다. 다만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선 수사가 끝나고도 의혹이 남아 있다면 먼저 특검을 주장하겠다며 ‘정면 돌파’ 의지를 내비쳤다.
조목조목 답변하는 尹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사과했지만, 여사 특검법은 반대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특검법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윤 대통령은 검찰이 2년간 자신과 가족에 대해 수사한 사실을 언급하며 “지난 정부에서 저와 제 가족을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것인지, 봐주기 수사를 하면서 부실하게 했다는 것인지, 거기에 대해 정말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번 재의요구(거부) 했던 그 특검(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지금도 여전히 할 만큼 해 놓고 또 하자는 것은 그야말로 특검의 본질이나 제도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처음으로 사과하면서도 특검법에 대해선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올해 초 KBS 신년 대담에서 이를 ‘몰카 정치 공작’이라고 평가하며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이고 좀 아쉬웠다”고 발언했던 것에 비해선 진전이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제2부속실 설치나 특별감찰관 임명 등 후속 조치에 대해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김 여사는 지난해 연말 네덜란드 순방에서 귀국한 이후 5개월째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 특검법 거부 입장을 밝히는 자리에서 제2부속실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추진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다만 윤 대통령이 사과까지 하며 전향적인 자세로 나온 만큼 향후 재발 방지 차원에서 이 같은 후속 조치가 진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담은 김 여사 특검법은 지난해 3월 더불어민주당이 처음 발의해 2023년 12월 본회의에서 가결됐으나 윤 대통령이 지난 1월5일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려보냈다. 이후 2월29일 본회의에서 재표결했지만 찬성 171명, 반대 109명으로 부결됐다.

민주당은 명품백 수수 의혹 등 김 여사를 둘러싼 여러 논란을 포함한 새로운 특검법을 발의했고, 22대 국회에서도 다시 발의할 방침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22대 국회가 시작되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관련 김 여사의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법을 재발의할 계획”이라며 “여기에 양평고속도로, 명품백 의혹도 포함시킬지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2023년 7월 20일 경북 포항시 해병대 1사단 내 김대식 관에 마련된 고 채 상병 빈소에서 해병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뉴시스
◆해병 특검법, “미진하면 먼저 요구할 것”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당초 일부 조항을 수정하는 조건부 수용에 대한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결국 윤 대통령은 최종 수사 후 미진할 경우에만 특검을 받아들이겠다며 사실상 거부권 행사를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순직한 사고 소식을 듣고 국방장관에게 이렇게 질책했다”며 “저도 그 현장에 며칠 전 다녀왔지만 생존자를 구조하는 상황이 아니라 돌아가신 분의 시신을 수습하는 일인데 이렇게 무리하게 진행해 인명 사고가 나게 하느냐, 이렇게 질책성 당부를 한 바 있다”고 밝혔다. 또 이를 언급하면서 “당시 채 일병이었죠, 추서가 되기 전이니까”라며 이번 사안에 대해 충분히 파악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서울에 출마한 민주당 한 후보가 채모 상병의 이름을 계급과 혼동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채상병 일병’, ‘채상병 상병’으로 잘못썼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은 사례를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해병대 1사단 소속 채 상병은 지난해 7월19일 경북 예천에 대민 지원을 나갔다 구명조끼도 없이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다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사고 당시 일병이었지만 순직이 인정돼 추서 진급했다.

윤 대통령은 “이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수사 관계자들이나 향후 여기에 대한 재판을 담당할 관계자들도 모두 저나 우리 국민과 똑같이, 그리고 채 상병의 가족들과 똑같은 그런 안타까운 마음으로 열심히 진상 규명을 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어떻게 이 사건을 대충 할 수 있겠으며 수사를 하면 다 드러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했다.

또 “군에서 하는 것도 아니고 결국 민간 사법기관에게 넘어가 진상규명을 하는 것인데 어떤 진실을 왜곡해 책임 있는 사람을 봐주고 또 책임이 없는 사람 또는 책임이 약한 사람한테 모든 것을 뒤집어씌우고 이런 것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2022년 7월 군사법원법이 개정돼 군인 사망사건, 성범죄, 입대 전 범죄 등에 대해서는 민간 경찰이 수사권을 갖고 이후 재판도 군사법원이 아닌 민간 법원에서 진행된다.

다만 이날 ‘대통령실 외압 의혹과 대통령이 국방부 수사 결과에 대해 질책을 했다는 보도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윤 대통령은 외압 의혹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는 채 상병 사망 이후인 지난해 7월31일쯤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에서 열린 회의에서 수사 결과와 관련해 격노했고, 이후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 등에게 수사 관련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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