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방위원 "대통령 무차별 공격하는데 언론 자유 높은 것 아닌가"

박재령 기자 2024. 5. 9.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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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최다' 법정제재 30건 중 29건에 방송사들 집단 재심청구, 1건 인용
최철호 위원 "세계언론자유 순위 매긴 국경없는기자회 좌편향 비판 있는 곳"
백선기 위원장 "하늘에 한 점 부끄럼 없이 학문적 양심으로 오늘까지 이르렀다"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 22대 총선 선방심의위가 법정제재한 언론사 및 매체. 그래픽=안혜나 기자

MBC, CBS 등 방송사들이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의위)가 의결한 법정제재 30건 중 29건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지만 1건을 제외하고 전부 기각됐다. 일부 심의위원들은 방송사들이 재심을 청구한 것에 “이미 다룬 내용들”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22대 총선 선방심의위는 9일 19차 회의로 약 5개월의 임기를 끝냈다.

22대 총선 선방심의위는 9일 19차 회의를 열고 방송사들이 제기한 재심 청구 18건 중 17건에 '기각' 의결했다.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2월2일) 재심 청구만 인용돼 '경고'에서 '주의'로 제재 수위가 한 단계 내려갔다. 이날 다룬 재심 안건은 MBC 9건, cpbc(평화방송) 2건, CBS 3건, 대전MBC 2건, 채널A 2건으로 모두 법정제재는 유지됐다.

앞선 회의들에서 선방심의위는 방송사들이 제기한 11건의 재심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MBC 8건, CBS 1건, YTN 1건, 울산MBC 1건이다. 방송사들이 제기한 재심 청구는 총 29건으로 22대 총선 선방심의위가 내린 30건의 법정제재 중 96.6%에 달한다.

방송사들은 해당 방송이 △선거방송심의 대상이 아니며 △근거를 갖고 보도했으며 △반론을 들으려 노력했다는 주장과 함께 재심을 요청했다. 채널A를 포함한 대부분의 방송사들이 의결을 받아들이지 않자 선방심의위원들은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권재홍 위원(공정언론국민연대 추천)은 “재심 요청서를 모두 봤는데 제작진이 의견진술 자리에서 했던 얘기를 벗어나지 못한다”며 “이미 토론이 이뤄지고 절차를 거친 건데 이 방송은 선거방송심의 대상이 아니라는 말을 반복한다. 어떤 목적으로 재심 청구하는 건지, 소송을 위한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역대 총선 선방심의위 법정제재 내역. 그래픽=안헤나 기자

백선기 위원장(방송통신심의위원회 추천)은 “이번 선방심의위 (제재가) 과하다는 언론 보도가 많은데 이전 선방심의위와 비교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저를 포함해 9명의 집단 지성으로 결정됐다. 저희는 선거기간 중에 하나의 모멘텀, 프레임, 모델을 제시하면서 이렇게 바꿔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심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심의에 특정한 의도가 있다고 평가하는 건 심의위원 견해에 대해 폄훼하는 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하늘에 바라보면서 한 점 부끄럼 없이 전문적 지식과 학문적 양심으로 오늘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아울러 “제 학력과 경력을 봤을 때 그런 식의 문제제기한다는 걸 개인적으로 용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일하게 재심이 인용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2월2일) 방송은 이언주 전 의원이 출연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주가조작 의혹 등을 다룬 내용이다. 이에 대해선 중재하려는 진행자의 노력이 보였다며 5대3으로 재심이 인용됐다. 다만 법정제재는 유지됐으며 제재 수위가 '경고'에서 '주의'로 하나 내려갔다.

선방심의위를 둘러싼 '정치심의' 논란에 일부 심의위원들은 언론 보도에 탓을 돌렸다. 손형기 위원(TV조선 추천)은 “일부 친민주당 매체들이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 등 정부 비판 보도만 중징계를 때리고 있다고 기사를 쓴다”며 “우리는 윤석열, 김건희 관련 방송들을 심의 안건으로 올리라고 얘기한 적이 없다. 정권을 향한 사실무근의 조롱, 희화화 보도가 많았기 때문에 징계를 때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최철호 위원(국민의힘 추천)도 “선방심의위를 흔들기 위한 친민주당 매체들의 왜곡 보도다. 정권심판론이 나온 후 대통령 이슈만 균형성 객관성을 상실한 보도만 나왔다”며 “(왜곡) 강도가 셌기 때문에 안건에 자주 올라와 중징계가 내려진 것이지 정부비판 방송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역대 대한민국 언론자유지수. ⓒ미디어오늘 이우림

최 위원은 심재흔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이 국경없는기자회(RSF) '세계언론자유지수'를 언급하며 선방심의위가 언론자유 추락에 기여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하자 “국경없는기자회는 좌편향된 기자회라는 비판을 받는 곳”이라 주장한 뒤 “윤석열 대통령에 지금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장모, 부인 가리지 않고 공격하고 선거 치르지 않나. 언론자유지수가 그러면 높은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백선기 위원장도 “언론자유를 틀어막는 결정을 내린 적이 없다”며 “특정 매체를 제외한 많은 언론은 나름대로 언론 자유,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여전히 충실하게 기능 수행하고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김현정의 뉴스쇼' 외에도 방송사 재심 청구에 '인용' 의견을 내는 위원들이 있었다. 임정열 위원(중앙선거관리위원회 추천)은 '양승태 사법농단' 판결을 다뤘다가 '관계자 징계'를 받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1월29일) 재심 청구에 대해 “애매하다. 선거 관련성이 낮다고 생각한다. '관계자 징계'는 과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기예보에서 '파란색 1' 그래픽을 썼다가 '관계자 징계'가 나온 MBC '뉴스데스크'(2월20일, 27일, 29일) 재심 청구에 대해서도 임 위원은 “선방심의위가 제재 목적을 위해 있는 건 아니다. 바람직한 선거방송 모습을 구현하고 필요한 기준을 제시한 것인데 당시 사회적 논란이 되면서 충분히 경각심이 주어졌다고 생각한다. '관계자 징계'는 과도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추천 심재흔 위원은 “십몇년 동안 '관계자 징계'가 2건밖에 없다는데 우리 위원회만 14건”이라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이 역사를 후세들이 지켜본다. 위원님들 의견 모아 중징계 수위를 낮추는 것이 행정력 낭비를 막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수 위원이 거부하면서 방송사들의 재심 청구는 대부분 기각됐다.

법정제재 30건 중 유일하게 방송사가 재심을 청구하지 않은 방송은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2024년 1월2일, 1월3일, 1월4일, 1월5일, 1월10일) 안건이다. 해당 방송은 지난 2월 6차 회의에서 출연자가 야당 인사에 치우쳐 편파적이라는 민원으로 법정제재 '경고'가 나왔다.

▲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방심의위 위원들.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이날 회의로 22대 총선 선방심의위 활동이 끝이 났다. 지난해 12월 활동을 시작한 22대 총선 선방심의위는 5개월간 19차례 회의에서 총 30건의 법정제재를 의결했으며 이는 역대 모든 선방심의위를 통틀어 '역대 최다'다. 사무처는 선거기간에 들어온 민원 중 임기 기간에 처리하지 못한 민원은 방심위가 후속 처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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