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광장] 타격감 없었던 대통령 기자회견
국민과의 거리 좁히지 못해
총선 이후 일신 노력 아쉬워
예상할 수 있었던 수준이었다. 9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 대한 대체적인 평이다. 한마디로 '타격감'이 없었다는 것이다.
무려 1년 9개월 만인데다, 총선 이후 정국 대치, '3대 특검', 의료개혁, 경제불안 등 정치현안과 민생 등 각종 난제들을 마주한 상황이었기에 국민들의 기대감이 컸지만, 역시나 '일신'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 해병대 채 상병 특검, 도이치모터스 특검 등에 대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히는 모습에서는 실망스러움을 감추기 어려웠다. 국민들의 불안을 가중하고 있는 물가 등 경제 현안과 의료개혁에 대해서도 원칙만을 강조하는 데 그쳤다. 야당의 민생지원금 문제는 거론조차 없었다.
이날 윤 대통령의 발언에서 '생각의 다름'에 대한 고려는 없어 보였다. 2년 전 '공정과 상식', '법치'를 외치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2021년 6월 29일, 당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공정과 상식'을 내세우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총장직 사퇴 후 117일만이다. 그의 출마의 변에는 '공정'과 '상식', '정권교체', '법치'가 각각 10여회 가까이 언급됐다. 문재인 정권을 실패한 정권으로 규정짓고, 정권교체를 통해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과 상식, 법치의 가치를 바로 세워 일상에서 정의로움을 느낄 수 있게 하겠다고 국민들의 기대감을 자극했다.
검찰 출신 대통령 후보, 정치를 해보지 않은 대통령 후보를 우려스럽게 바라보는 시선들이 많았지만, 검찰 출신다운 확신에 찬 강렬한 언사에 기대를 걸어보겠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20대는 17대 대선 이후의 보수정당 후보 중 윤 후보에게 가장 많은 지지를 보내줬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 동안 윤 대통령은 국민들의 기대와 거리감을 좁히지 못했다. 취임 후 20%대 지지율로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고, 줄곧 '무능·무책임·무대책'이라는 '3無'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하고 있다. 공정을 저버리고 독주하고, 국민의 불안감만 가중시키는 '3不 정부'라는 비난도 면치 못했다.
취임 100일에도, 22대 총선 참패 직후인 지난달 국무회의 연설에서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첫 영수회담에서도 '일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었다. 앞으로도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는 체념에 가까운 혹평도 나왔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일까. 윤 대통령은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하고, '소통'을 강조했다. 여러 민감한 사안들을 직접 설명하겠다고 나선 자리인 만큼 기대감도 컸다. 이번만큼은… 희망도 있었다. 실제 윤 대통령은 정치, 경제, 사회, 안보, 복지 분야 등에 적용한 정책 성과와 앞으로의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기자들의 질의에도 소상히 답했다.
그러나 기대만큼 재밌고 공감을 이끌어낸 드라마는 아니었다. "국민과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대통령실과 여당의 기대치에도 못 미쳤다는 평이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 "현명하지 못한 처신에 사과를 드린다"는 부분에서 다소 진전된 입장을 엿볼 수 있었지만, 특검 수용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내뱉은 "야당과 전 정부도 그랬다"는 식의 발언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형언이다. 야당과 국회의 협력과 협치를 당부한 대목에서도 일방적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협치는 주고받는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국민들이 궁금한 것들을 설명할 것이라고 했지만, 궁금증이 해소됐다고 평하기엔 아쉬움이 크다. 애써 "국민들이 궁금한 것을 솔직하게, 소상하게 설명했다"라는 일각의 평가를 인정한다 해도, "왜 이제야…"라는 만시지탄을 떠올리지 아니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의 약속대로 앞으로 3년, 미흡하고 부족한 부분을 솔직하게 얘기하는 기회를 갖기를 다시 한 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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