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 경기자동차과학고, 꿈 내비게이션 탑재... ‘혁신교육’ 달린다 [꿈꾸는 경기교육]

김경희 기자 2024. 5. 9.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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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분야 전국 최상위 S등급 도제학교 선정
자동차·미래자동차·자동차디자인 3개 과 운영
전국 최고 시설서 전기車 교육, 인재 양성 활발
하이테크 활용 학생 맞춤형 교수학습 활성화

학교 현장을 가다 시흥 ‘경기자동차과학고등학교’

흔히 요즘 시대를 ‘꿈을 잃어버린 시대’라고 한다. 당장 눈앞에 놓인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혹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 10대라 꿈을 꾸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명확한 목표와 꿈을 갖고 전국에서 모인 학생들이 있다. 서로 비슷한 미래를 꿈꾸며, 좋아하는 일이 잘하는 일이 될 수 있는 길로 가기 위해 모인 아이들. 시흥 경기자동차과학고등학교는 그런 학생들이 모여 지금의 명성을 갖게 된 도내 대표적인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다. 경기자동차과학고는 1977년 학교법인 한인학원이 설립되면서 출발해 2008년 미래지능형자동차 특성화고로 선정됐고 지금의 경기자동차과학고의 기반을 다졌다. 선도적, 선제적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경기자동차과학고는 올해 경기도교육청의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선도학교에 선정돼 그동안 해왔던 노력들을 차분히 교육현장에서 발현시키며 명실상부 전국 최고의 학교를 완성해 가고 있다. 학생들의 꿈이 성과로 이어지는 곳, 학생들이 꿈꾸는 길의 최선봉에 서 있는 경기자동차과학고를 찾았다.

시흥 경기자동차과학고 제공

■ ‘꿈 충전소, 꿈 내비게이션’... 곳곳서 두드러진 성과들

경기자동차과학고는 2008년 미래지능형자동차 특성화고에 선정된 이후 꾸준한 발전을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중소기업인력 양성 특성화고 전국 우수학교이자 청소년 비즈쿨학교 전국 우수학교, 취업역량강화사업 전국 우수학교, 산학일체형도제학교(자동차·소프트웨어 분야) 전국 최우수 등급 등 경기자동차과학고의 행보는 늘 전국 최고 수준의 성과로 이어졌다.

특히 2019년부터 소프트웨어교육 선도학교이자 스마트팩토리 거점학교 등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교육을 해오던 경기자동차과학고는 올해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선도학교를 운영하면서 그간의 노하우를 녹여낸 교육과정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자동차과학고는 현재 최고의 자동차 명장 리더를 꿈꾸는 자동차과, 미래 모빌리티 인재를 양성하는 미래자동차과, 디자인과 튜닝을 함께 배우는 자동차디자인과 등 3개 과를 운영 중이다.

자동차과는 전국 최고의 시설에서 전기자동차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자동차 분야 도제 거점학교로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전국 최상위 S등급 도제학교에 선정됐고, 2021~2022년 전국기능경기대회 자동차 분야 금메달을 획득한 것 역시 이 같은 선진 교육의 결과물이었다. 자동차과는 또 국내외 자동차 브랜드와의 협약을 통해 협약 기업의 정직원 채용 등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벤츠, 아우디, BMW, 폭스바겐, 포르쉐, 현대, 기아 등 유명 기업들의 근무 기회를 누구보다 빠르게 잡을 수 있는 셈이다.

미래자동차과는 전국 최초로 설립된 학과로 전기자동차 인재를 양성하고, 전문화·특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과다. 미래자동차과는 전국 최고의 시설을 갖춘 미래자동차관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데, 특히 미래자동차 소프트웨어과정의 경우 자율주행자동차 특화교육을 바탕으로 전국 최상위 S등급 도제학교 선정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

자동차디자인과는 감각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는 현 시대에 가장 적합한 학과 중 하나로 2020학년도 튜닝 교육과정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자동차 퍼포먼스 튜닝, 자동차 드레스업 튜닝 등 다양한 튜닝 교육을 받을 수 있고 관련 기업으로의 취업기회도 폭넓게 열려 있다. 자동차디자인 교육과정의 경우 자동차 마카스케치부터 자동차 클레이모델링, 자동차 3D모델링, 자동차 3D프린팅 등의 교육을 받으면서 미래를 주행하는 자동차를 디자인하는 중이다.

이러한 경기자동차과학고는 동아리 역시 하나의 교육과정으로 자리 잡으며 특색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 광택 동아리부터 자동차 정비 실무 동아리, 자동차 정비 심화 동아리, 자동차 튜닝 동아리, 자동차 페인팅 심화 동아리, 전기 기능 심화 동아리, 전기 자작차 연구 동아리, 자동차 차체수리 심화 동아리, 카뷰티 동아리, 하이테크 정비실무 동아리, 지니어스드론 동아리 등 다른 학교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동아리들이 운영되고 있다.

시흥 경기자동차과학고 제공

■ 국·영·수 필수과목 관심도,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으로 잡았다

경기자동차과학고는 특색 있는 교육과정뿐 아니라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선도학교로서 디지털 환경에서의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는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흥미를 끌어올리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경기자동차과학고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모인 학생들이 대다수인 만큼 오히려 필수과목에서의 흥미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사업을 추진하면서 학생들이 기다리는 수업, 재미있어 하는 수업이 필수과목 수업으로 달라질 만큼 효과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경기자동차과학고는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에 대한 관심도가 늘어난 것을 바탕으로 디지털교육대전환을 이뤄가고 있다. ‘하이테크를 활용한 학생 맞춤형 교수학습으로 하이터치 교육실현’을 주제로 한 경기미래교육 운영 및 디지털 교육혁신 선도학교, 미래형교과서 선도학교, AI활용 맞춤형 교육 시범학교 등을 통해 학생들의 흥미와 실력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교수 학습 혁신으로 학생 개인별 맞춤형 교육 실현’,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모델 개발과 확산’을 비전으로 삼은 경기자동차과학고는 ‘디지털에 AI를 더하다’를 주제로 세 가지 운영과제를 설정,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 모델 운영에서는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수업 혁신과 적용 모델의 다양화, 사교육 경감을 도모하면서 기초학력을 끌어올리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장에서 디지털 교육혁신을 이뤄내야 할 교원의 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 역량 강화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역량을 강화해 교사의 역할 변화를 선도하면서도 학교의 디지털 교육 전환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서다. 마지막으로 이 같은 과제들을 운영하면서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 적용된 실천 사례를 발굴하고 이에 대한 성과를 확산하는 것으로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경기자동차과학고는 1인1스마트기기 및 무선망 구축이라는 인프라를 기반으로 하이터치 하이테크 역량을 갖춘 우수 교사들이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통해 연구하고 배우며 이를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길을 고민하고 있는 것. 경기자동차과학고 관계자는 “하이테크를 활용한 학생 맞춤형 교수학습으로 하이터치 교육을 실현하고, 자발적으로 선도학교를 운영하면서 학생들이 보다 학습에 대한 의지를 키울 수 있는 길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줌-in 시흥 ‘경기자동차과학고’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선도

■ 전문적 학습공동체 에듀테크 활성화 “AI튜터와 양질의 질문 주고받아요”

허영주 경기자동차과학고 교사

경기자동차과학고는 올해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선도학교를 운영하기 전에도 꾸준히 디지털 기반 교육을 실천하던 곳이다. 2017년 경기도교육청의 무선인프라 보급 사업에 참여했던 경기자동차과학고는 당시부터 에듀테크를 활용한 수업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일부 과목에 적용했던 에듀테크 활용 수업은 해를 거듭할수록 확산됐다. 이러한 노력이 가능했던 건 경기자동차과학고 내 전문적 학습공동체인 ‘에듀테크 활용 수업 및 평가 디자인’이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처음 허영주 교사가 에듀테크를 활용하기로 했을 때 이에 대한 확신이 없는 교사들도 있었다. 교육은 곧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에 증명되지 않은 분야에 막연하게 뛰어든다는 것이 어렵기도 했기 때문이다.

분위기가 달라진 건 코로나19를 겪으면서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전염병이 확산되면서 교육 현장은 자연스럽게 비대면 온라인 교육의 중요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만큼 전문적 학습공동체에 참여하는 교사 수도 늘어났다.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사업을 시작한 이후 전체교사의 30%가 학습공동체에 참여해 함께 더 나은 수업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주도했던 허 교사는 당시를 ‘도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처음 이걸 도입하겠다고 마음먹은 건 수업 때 학생들에게 활동지를 나눠 주는데, 그게 200장 넘게 쌓이기도 했고 한 학년에 400장 이상을 출력해놔도 학생들이 잃어버리기 때문에 부족했던 적도 있었다”며 “활동지를 잃어버리면 사실 아이들의 학습 데이터가 날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이 아이는 처음부터 다시 수업을 시작해야 하는데, 그러면 포기하는 아이들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걸 보면 마음이 아프다는 생각이 들어 구글로 온라인 활동지를 시작해봤는데, 자연스럽게 클라우드에 저장되다 보니 훨씬 효과가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아이들이 고스란히 학습 데이터를 갖고 있을 수 있고, AI를 통해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면 훨씬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서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허 교사는 “처음에는 도전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잘한 도전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선생님들도 전문적 학습공동체에 계속 와서 공유하고 배우는 문화가 생겼고, 그중에서 새로운 도전도 나오다 보니 훨씬 효과적인 수업이 가능했다”고 했다.

허 교사는 특히 현장에서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질문에도 자연스러워졌다는 점을 가장 큰 효과로 꼽았다. 그는 “아이들이 양질의 질문을 많이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는데, 우리 교육문화 자체가 아이들은 손을 들지 못하다 보니 교사만 질문을 하는 사람이 됐다”며 “이후 학생들 질문이 많아지면서는 이 질문에 어떻게 다 좋은 답을 줄 것인지를 고민했는데, 그 부분을 AI튜터가 또 다른 나로 해결해 주면서 양질의 질문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학생들이 AI튜터와 질문을 주고받고, 이 질문을 지켜본 허 교사가 그중 모든 학생이 함께 고민할 때 가치 있을 질문을 선별해 공유함으로써 오히려 교실 내에서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는 얘기다. 또 같은 질문을 여러 학생이 하는 모습을 보면, 그 질문 역시 공유해 학생들 공통의 의문을 해소할 기회도 생겼다고 했다.

허 교사는 지금도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을 망설이고 있는 학교나 교사가 있다면 쉬운 부분부터 변해볼 것을 권유했다. ‘가장 쉬운 툴이 최고의 툴’이라는 게 허 교사의 설명이다.

그는 “처음 저도 디지털 기반 교육을 할 때 게이미피케이션 방식을 택했는데, 그 하나만으로도 효과가 있었다”며 “아이들은 생각보다 경쟁을 좋아하고, 자신이 1·2·3등 안에 들어가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방식만 도입해도 학생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앵무새처럼 답변하던 현상은 사라진다”고 전제했다. 허 교사가 말한 게이미피케이션은 지식 전달의 방식을 게임의 방식과 유사하게 운영하는 것인데, 수업 내용을 퀴즈 프로그램처럼 만드는 등의 방식이 현장에서 효과를 냈다는 얘기다.

그는 “‘가장 쉬운 툴이 가장 최고의 툴’이라고 말하고 싶은데, 이런 쉬운 부분부터 수업을 변화시키면서 도교육청 연수나 기관 특별강좌 같은 걸 활용하면 AI 코스웨어를 활용한 수업에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 “디지털기기 활용 수업 수업 집중·참여도 높아”

(왼쪽부터) 경기자동차과학고 강건 군, 김건호 군

“수업시간에 조는 아이가 없어요. 수업 전에 미리 가서 준비하고, 서로서로 이야기도 많이 하게 됐습니다.”

경기자동차과학고 2학년생인 강건군과 김건호군은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사업이 현장에서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묻는 질문에 ‘수업에 대한 흥미’를 꼽았다. 과거 딱딱하고 지루하기만 했던 수업이 오히려 기다려지고, 쉬는 시간까지 반납해 가며 미리 교실에서 준비하는 수업으로 탈바꿈했다는 얘기다.

강군은 “아이들이 책보다 디지털기기에 익숙하다 보니 수업 참여도가 엄청 높아졌다”며 “교과서로 배우는 것과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수업은 차이가 컸다”고 말했다. 필수 과목에 흥미가 떨어져 수업시간에 잠을 자던 아이들마저 모두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수업을 받기 위해 눈망울을 반짝이며 수업에 집중하게 됐다는 게 강군의 전언이다.

김군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김군은 “칠판수업을 하다 보면 선생님이 판서에 집중하실 때 수업 집중력이 흐트러지기도 하고 아예 포기하고 자는 친구들도 있었다”며 “그런데 선생님이 일일이 코치를 하면서 도와주시고, 수업 내용 자체도 재밌다 보니 중학교때보다 오히려 심화과정을 배우는데도 훨씬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두 사람은 지난해 경험했던 수업들도 아직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강군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수업인데, 명령어를 입력하면 그림이나 동영상, 텍스트 같은 걸 뽑아 주는데 이걸 활용해 취업하고 싶은 기업들의 광고를 만드는 수업이 있었다”며 “영어로 광고를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공부도 되고, 이렇게 만들어진 결과물로 나중에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도 있어 많은 부분에 도움이 됐던 수업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군은 ‘더빙 수업’을 가장 흥미로운 수업으로 꼽았다. 그는 “태블릿PC의 녹음기능을 활용해 특정 상황에 맞춰 감정 등을 넣어 대사를 더빙하는 방식의 수업을 진행했다”며 “영어로 말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는데, 공개적인 자리가 아닌 익숙한 태블릿PC에 녹음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니 훨씬 더 흥미롭게 공부를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다양한 수업에서 디지털 기반의 교육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강군은 “요즘은 소설도 책이 아닌 웹으로 보고 모두가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다 보니 훨씬 익숙하게 학습을 할 수 있었고, 흥미로웠다”며 “특히 수학과목이 좀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이것도 디지털 기반 교육으로 받게 되면 훨씬 더 흥미롭게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gaeng2da@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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