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빼곤 국민공감 미흡했다 [尹 취임 2년 기자회견]

김미경 2024. 5. 9. 18: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尹, '사과'라는 표현 처음 사용
전문가 "입장 달라진 게 없고
남은 3년 확실한 비전 안보여"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위해 손을 든 기자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취임 2주년을 맞아 21개월 만에 2번째 기자회견을 갖고 여러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으나 국민의 공감을 얻기에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 대통령이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여러 의혹에 휩싸인 데 대해 처음으로 '사과'라는 표현을 써가며 고개를 숙였지만 전반적으로 국민 눈높이와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입장에서 달라진 게 별로 없고 앞으로 남은 3년의 확실한 비전도 안보이는 등 국민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 앞서 지난 2년 간의 성과를 돌아보고 남은 3년 국정계획을 밝히는 20분 가량 국민보고를 발표했으나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 외에는 대체로 기존 신년사와 민생토론회 등에서 밝힌 내용과 대동소이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4·10 총선 패배 이후 변화와 쇄신을 선언했음에도 일명 '김건희 특검(특별검사)'뿐 아닌 국민적 찬성 여론이 높은 해병대 채상병 관련 특검에도 거부 의사를 밝힌 것에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회견에서 총선 패배 원인에 대해 "그동안 제가 국정을 운영해 온 것에 '좀 많이 부족했다'는 국민들의 평가가 담긴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며 "결국 민생에 있어서 아무리 (정부가) 노력했더라도 국민들께서 체감하는 변화가 많이 부족했다. 그리고 정부의 정책 등을 국민들에게 좀 설명드리고, 소통하는 것이 많이 부족했다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민생에 관해서 국민의 목소리를 더욱 경청하는 정부로 바뀌어야 한다는 기조 변화는 맞다"고 전제하면서도 "우리 정부가 시장경제와 민간주도 시스템으로 경제기조를 잡는 것은 헌법 원칙에 충실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기조는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고, 바꾸고 고쳐야 될 것들을 더 세심하게 가려서 고칠 것은 고치고 일관성을 지킬 것은 지키겠다"라며 국정 기조 유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특검'에 대해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들께 걱정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서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 초 KBS 신년대담에서 관련 논란에 "(김 여사가)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이고 좀 아쉬웠다"며 "박절하지 못했다"고 표현한 것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진전된 사과로 윤 대통령이 '사과'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연이어 야당의 특검 재추진 움직임에는 "정치공세, 정치행위"라고 반박했다. 채상병 사건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한 것에 대해서도 출국금지를 하고도 소환조사 하지 않은 고위공직범죄수사처의 잘못으로 책임을 돌렸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국민과 충분히 교감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 내내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채상병 특검만 하더라도 '국민들의 찬성 여론이 높다는 것을 잘 안다. 다만 지금 공수처 등이 수사에 박차를 가하니 조금 기다려보고 그래도 안된다면 내가 특검하겠다'는 취지로 했어야 한다. 국민들은 이미 수사가 미진하고 부실하다 느끼는데 대통령의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김 여사 문제에 사과를 한 것은 늦게나마 잘한 일이지만 이후에 특검을 비판하는 내용이 훨씬 길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또한 윤 대통령이 국민보고에서 "우리 경제를 다시 도약시키고 외교의 새 길을 열기 위해 이 중요한 시간을 놓쳐서는 안된다"며 '하이타임'이라는 용어를 쓴 것에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신 교수는 "온라인 댓글을 보니 '하이타임'이 뭐냐라는 반응이 많았다.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용어를 써야 하는데 자신이 무엇을 전달하려 하는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들이 듣고 싶어하는 얘기가 뭔지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이야기만 했다"면서 "특검에 대해 '공수처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는 말을 할까 걱정했는데 여지없이 그 이야기를 꺼냈다. 대통령은 변하지 않았고 상황인식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의 의견이 법리적으로는 맞지만 그런 이야기를 할 시점이 아니다. 지금은 국민 여론을 살피고 최소한 '조율해보자'는 태도를 보였어야 한다"면서 "기자회견이 정부 국정운영 동력을 반등시킬 기회가 될까 했는데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은 "하자 없는 무난한 기자회견이었지만, 지금은 엄중하고 힘든 시기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며 "윤 대통령이 더 적극적으로, 능동적으로 해법을 제시했어야 하는데 방어적·수세적으로 설명하고 해명했다"며 "지금의 위기 상황에서는 우회돌파가 아니라 정면돌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김 여사 논란에 사과를 한 것은 진일보했지만, 임팩트가 약했다"며 "특검과 관련해서도 앞으로 검찰 등이 확실한 진상규명을 하지 못한다면 특검정국 쓰나미를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변화할 것이라 기대를 많이 했으나 내용 측면에서 변화가 거의 없었다"며 "민생이 풀리지 않아 송구하다 했지만 그 다음에는 '2년간 이렇게 잘했다'고 부각해 정말 송구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김미경·한기호기자

the13ook@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