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보다는 중국이 좋아”... 동남아는 왜 변심했나

김성모 기자 2024. 5. 9.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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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동남아 2024 여론조사, 동남아 여론주도층 과반 “미국보다 중국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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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미국이냐, 중국이냐. 한국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은 미·중 갈등으로 정치·경제적 선택의 기로에 놓인 지정학적 중간국(中間國)이란 측면에서 닮았다. 그런 아세안이 미국보다 중국 편으로 기울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최근 나왔다.

싱가포르 국책 연구소인 ISEAS 유소프 이삭 연구소가 지난달 발간한 ‘동남아 현황 2024 여론 여론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아세안이 미국과 중국 중 반드시 한쪽 편을 들어야 한다면 어디를 고르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0.5%가 중국을, 49.5%가 미국을 꼽았다. 조사가 시작된 2019년 이래 미국보다 중국 손을 잡겠다고 더 많이 응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사는 아세안 10국에서 학계, 민간기업, 시민사회 등 여론주도층 1994명을 대상으로 올해 1월 3일부터 2월 23일까지 진행됐다. WEEKLY BIZ는 이번 조사의 의미를 분석했다.

그래픽=김의균

◇중국 자본 영향력에 하마스 전쟁까지

동남아인들의 마음을 보다 중국 쪽으로 기울게 한 것은 우선 ‘중국의 투자자본’ 때문이란 분석이다. 아세안 10국 가운데 나라별로 중국 선호 톱3는 말레이시아(75.1%), 인도네시아(73.2%), 라오스(70.6%)가 꼽혔다. 이들 세 나라는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기반시설 건설 등에 혜택이 많은 나라란 게 닛케이아시아 등의 분석이다. 특히 중국 자동차 제조사 지리(吉利)차는 지난해 말레이시아 자동차 제조 허브에 약 1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인도네시아엔 중국과 함께 건설한 고속철도가 개통되기도 했다.

여기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특히 무슬림이 많은 동남아 국가에서 미·중 지지 풍향을 바꿔놨다는 분석이다. 이번 설문에서 ‘가자 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과도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41.8%였던 반면, ‘이스라엘이 국제법에 따라 하마스에 보복할 권리가 있다’는 응답자는 19.6%에 그쳤다. 특히 무슬림이 많은 브루나이(79.2%), 인도네시아(77.7%), 말레이시아(64.4%)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이 과도하다는 의견이 특히 많았다. 총자이안(莊嘉穎)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서 “미국의 강력하고 의심할 여지 없는 친(親)이스라엘 입장이 (동남아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 감소로 이어졌다”고 했다.

◇日, 아세안이 가장 신뢰

동남아에서 가장 신뢰받는 강대국이 중국도 미국도 아닌 일본이란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설문에서 주요 강대국의 신뢰도에 대해 묻자, 일본(58.9%)이 가장 높았고 이어 미국(42.4%), EU(41.5%), 중국(24.8%), 인도(24.2%) 등의 순이었다. 이는 일본과 아세안의 오랜 경제협력 유대 관계가 반영된 결과란 분석이다. 아세안은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아세안·일본 사이의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보도자료를 통해 “일본은 아세안의 가장 적극적인 파트너”라고 표현했다. 반면 중국에 대해선 여전히 신뢰(24.8%)보다 불신(50.1%) 비율이 컸다. 아세안에 대한 중국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은 커지지만, 동남아 각국의 이익과 주권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 응답자들은 답했다.

◇韓, 일하고 싶은 나라 꼴찌 수준

이번 설문에선 동남아인들이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도 엿볼 수 있다는 게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설명이다. 설문에서 ‘동남아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영향력이 큰 나라나 지역은 어디인지’ 묻자 동남아인들은 중국(59.5%)을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아세안(16.8%)·미국(14.3%)·일본(3.7%) 순이었다. 한국은 1%에 그쳤다. 미·중 경쟁 여파로 ‘제3세력’을 선택해야 할 때 가장 선호·신뢰하는 파트너를 묻는 질문에도 한국(5.9%)은 EU(37.2%)·일본(27.7%)·인도(10.5%) 등과 격차가 컸다.

‘만약 선택할 수 있다면, 가장 살고 싶거나 일하고 싶은 나라’를 묻는 질문에서도 한국(3.9%)은 조사 대상 중 하위권이었다. 동남아 사람들이 일자리만 있으면 한국으로 몰려올 것이란 건 착각일 수 있다는 뜻이다. 곽성일 KIEP 세계지역연구2센터장은 “국내 인력난에 외국인 근로제 고용허가제가 확대되는 추세인데, 이를 확대하더라도 동남아 인력 모집엔 일부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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