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로 이름까지 바꿨는데... 밑 빠진 독 된 ‘메타버스’ 미래는

홍준기 기자 2024. 5. 9.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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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Weekly Biz 밑줄 쫙] ‘스마트 안경’엔 AI와 메타버스란 메타의 장기 목표가 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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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의균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는 2021년 사명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바꿨다. 회사 이름까지 바꿔가며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를 ‘미래 먹거리’로 지목했다. 그런데 메타는 지난해 10월 메타버스 담당 부서인 리얼리티랩스 소속 직원 일부를 해고했다. 리얼리티랩스는 올해 1분기에도 38억4600만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면 메타는 메타버스 사업에서 손을 뗄까. 메타는 메타버스와 AI가 만나 진화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메타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는 지난달 24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웨어러블 AI(인공지능)’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메타는 지난달부터 북미 지역에 한정해 자사의 스마트 안경 ‘레이밴 메타’에 AI 비서 서비스를 시범 도입했다. 메타버스 기기인 스마트 안경에 AI를 탑재한 셈이다. 현재 눈으로 보는 물체가 무엇인지 물어볼 수도 있고, 간단한 번역 기능도 제공해준다. 저커버그는 “우리의 장기적인 두 가지 목표인 ‘AI’와 ‘메타버스’가 어떻게 함께 기능하는지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라고 했다. WEEKLY BIZ는 메타의 올해 1분기 실적 보고서와 발표 자료, 콘퍼런스콜 녹취록을 통해 저커버그가 그리는 메타의 현재와 미래를 분석했다.

그래픽=김의균

◇1. 불어나는 소셜미디어 이용자

메타가 제공하는 소셜미디어 서비스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와츠앱 등은 이용자 수 측면에서 여전히 흥하는 중이다. 메타의 실적 발표 보고서에 따르면 메타가 제공하는 소셜미디어 서비스 중 하나라도 이용하는 일간 활성 이용자 수는 올해 1분기에 32억4000만명으로, 지난해 4분기(31억9000만명)보다 늘었다. 이용자 수는 매 분기 꾸준히 늘고 있다.

이용자를 끌어들인 1등 공신은 동영상 관련 서비스다. 콘퍼런스콜 녹취록 등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의 숏폼(길이가 짧은) 동영상 서비스인 릴스 이용 시간이 전체 앱 이용 시간의 50%를 차지했다. 텍스트나 사진보다는 동영상을 보려고 페이스북·인스타그램에 접속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콘퍼런스콜에서 메타 측은 ‘틱톡 금지법’이 메타의 이용자 수나 수익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메타의 1분기 실적 발표일이었던 지난달 2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계 기업인 바이트댄스가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내 서비스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에 서명했다. 수잔 리 메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콘퍼런스콜에서 “법안 통과의 영향이나 법안이 메타의 사업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평가하기는 아직 너무 이르다”고 했다.

◇2. AI로 소비자 지갑 여는 메타

메타는 광고로 돈을 버는 회사다. 실적 발표 프레젠테이션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메타의 매출 364억5500만달러 중 98%인 356억3500만달러가 광고 매출이다. 광고 매출은 지난해 1분기에 비해 27% 늘었다. 지역별로 보면 북미 지역 광고 매출이 154억5100만달러로 가장 많았다.

저커버그는 콘퍼런스콜에서 “메타는 AI를 활용해 개별 이용자에게 가장 관심 있을 법한 광고를 노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리 CFO는 “메타는 이용자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으려면 몇 개의 광고를 어떤 위치에 배치하는지에 대한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다”며 “광고 형식을 혁신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고 했다. 올 1분기 메타의 이용자 1인당 매출은 11.2달러였는데, 지난해 1분기(9.47달러) 대비 18% 늘었다.

◇3.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스마트 안경까지

사명이 메타지만 메타버스로는 돈을 못 벌고 있다. 1분기 메타버스 관련 부서인 리얼리티랩스의 매출은 4억4000만달러로 전체 매출의 1%를 조금 넘고, 영업손실(38억4600만달러)도 큰 편이다. 그래도 저커버그는 메타버스를 ‘밑 빠진 독’으로 여기지는 않는다. 그는 “메타버스는 AI와 함께 우리가 장기적으로 중점을 두는 분야”라며 “우리는 스마트 안경이 미래에는 중요한 플랫폼이 될 것으로 보고 리얼리티랩스를 통해 적극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안경·선글라스 브랜드인 레이밴을 보유한 에실로르룩소티카와 협력해 스마트 안경을 만드는 이유에 대해선 “휴대전화나 스마트워치와 달리 사람들이 다양한 디자인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4. 메타의 꿈은 세계 1등 AI 기업

저커버그는 콘퍼런스콜에서 AI에 대해 언급할 때마다 ‘선두의(leading)’라는 말을 함께 썼다. 세계 1등 AI 기업이 되는 게 메타의 목표라고 읽힌다. 그는 “(거대언어모델) 라마3를 기반으로 한 메타 AI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AI 서비스 중에서는 가장 ‘똑똑한’ 서비스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또 “라마3는 매개변수가 80억개, 700억개 두 개의 모델로 출시됐는데, AI 산업에서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4000억개 매개변수 모델도 훈련 중”이라고 했다.

저커버그는 다른 빅테크 기업과의 AI 기술 경쟁이 ‘총력전’이자 ‘장기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우리는 AI 개발을 위한 Capex(자본 지출)를 늘려나가고 있고 에너지 비용 역시 마찬가지”라며 “다른 사업 영역에도 고루 힘을 쏟아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회사 곳곳에 흩어진 ‘자원’을 모아 AI 개발에 집중시켜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AI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가 실제 수익 증대로 이어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란 예상이다. 저커버그는 “지금까지 우리의 앱에서 획기적인 기능 개선을 할 때마다 회사와 주주들은 이를 ‘장기 투자’의 관점에서 지켜봐 왔다”며 “(AI 기술 개발이 매출 증대로 이어질 때까지) 몇 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본다”고 했다.

AI에 집중하기 위해 메타버스를 포기하는 건 아니란 점도 명확히 했다. 저커버그는 “AI와 메타버스에서 많은 발전을 이뤄냈다” “AI와 메타버스 외의 사업 영역에서는” 등의 발언을 이어가며 ‘AI’ ‘메타버스’ 두 가지 기술이 모두 회사의 중요한 목표란 점을 드러냈다. 스마트 안경에 AI 비서 기능을 탑재하며 ‘웨어러블 AI’라 표현하는 등 두 가지 장기 목표가 만나는 ‘접점’에 주목했다. 메타는 실적 발표 리포트에서 “우리의 장기적인 AI 개발과 리얼리티랩스의 연구는 이용자들이 우리의 서비스를 통해 서로 소통하는 방식을 바꿀 잠재력이 있다”고 했다.

◇5. 소송과 규제 강화는 리스크

다만 미국 내에서 이어지는 소송과 유럽에서의 규제 강화 움직임은 메타의 가장 큰 리스크로 꼽힌다. 리 CFO는 “오는 6월에는 우리의 안면 인식 기술에 대한 재판이 예정돼 있다”며 “재판 결과에 따라 물질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텍사스주는 메타가 이용자 동의 없이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과 동영상을 통해 안면 인식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했다며 2022년 2월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41개 주(州) 정부가 청소년을 플랫폼에 중독되게 만들었다며 메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역시 메타를 상대로 ‘반독점법’이라는 칼을 겨누고 있다. 메타는 실적 발표 리포트에서 “미국과 유럽에서 우리의 사업과 실적에 영향을 줄 만한 법·규제 차원의 ‘역풍’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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