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병일 칼럼] 저출산과 세대정치, 청년층 미래가 기준이다

2024. 5. 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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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병일 플루토미디어 대표

저출산 시대에 청년층이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불안해 하고 있다. 설상가상, 기성세대와 정치권, 정부는 오히려 '부담'을 떠넘기려는 모습을 보여 젊은 세대가 반발하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된 소위 연금개혁이나 의료개혁의 본질은 이 세대 간 갈등이며, 한국은 이제 '세대정치의 소용돌이' 속에 본격 돌입했다.

우리 사회의 저출산 문제는 예상보다도 더 심각하다. 한국의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은 0.65명이었다. 태어나는 아이는 줄어들어 생산연령인구 감소가 예정되어 있는데 이들이 부양해야 하는 노인 인구는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이 분석한 총부양비(생산연령인구 1000명 당 부양할 인구)는 2022년 40.6명에서 계속 높아져 2072년 118.5명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이처럼 저출산과 고령화가 겹치면서 '지속가능성' 문제가 한국 경제와 사회에 가장 큰 걱정거리로 떠올랐다. 특히 재원 고갈이 뻔히 눈에 보이는 연금과 의료보험 재정을 청년층은 '폰지 사기'로까지 의심하고 있다.

아무리 미래가 걱정스럽더라도, 사회 전체가 청년층의 고민을 이해하고 해결책 마련을 위해 합심해 노력하고 있다면 우리 청년들도 덜 우울했을 거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최근 기성 정치권은 한바탕 코미디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더 내고 더 받는' 소위 개혁안을 내놓은 후 위원들이 5박 7일의 영국·스웨덴 출장을 떠나겠다고 한 것이다. 비난이 거세자 출장은 포기했지만, 연금특위도 합의 없이 종료해버렸다.

OECD 회원국의 평균 연금 보험료율은 18.2%이고 소득대체율은 42.3%이다. 그런데 한국은 받는 돈(40%)은 비슷한데 내는 돈(9%)은 훨씬 적다. 우리는 출범 당시부터 낸 돈에 비해 많이 받는 구조다. 지속가능성이 없다는 의미다. 기금 고갈 이후 한해 걷어 한해 연금을 지급하는 부과방식으로 전환하면 나중에는 청년과 미래세대는 소득의 30%~40%를 연금보험료로 내야 한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의료보험도 비슷한 상황이다. 고령화로 노인 인구는 빠르게 늘고 있는데 저출산으로 젊은층은 감소하면서 직장인 건보료 부담이 현재의 7%에서 2045년에는 20%, 2065년에는 30%로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미래의 인구 구성비 변화는 확정적인데, 역대 정부들은 모두 도래할 파국을 못 본 척하고 있다.오히려 문재인 정부 때는 CT, MRI 건보적용 확대 등 선심성 정책을 남발해 건보재정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었다.

'지속가능성'이 불가능한 건보재정 현실에 더해,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필수의료 패키지'와 의대정원 2000명 증원 정책은 청년층 의료인과 의대생들에게 '현타'를 오게 만들어 주었다.

잠도 못 자며 법적으로 주당 88시간, 실제로는 주당 100~120시간씩 일하고 월 300~400만원을 받아온 청년 의사인 필수의료 수련의(인턴, 레지던트)들. 치료원가의 70%로 책정된 한국의료의 저수가 구조 속에서 대학병원들이 굴러갈 수 있게 해준 존재가 이 청년들이었다. 그들에게 갑자기 이해할 수 없는 의료환경의 변화가 생기자 사직을 택하고 병원을 떠났다.

이렇듯 청년층이 세대 갈등 속에서 기성 세대의 이기심을 목도하고 '이탈'로 대답하고 있다. 출산 포기, 근로의욕 저하, 이민, 사직... 이들은 앞으로 다수라는 정치적 영향력을 통해 기성세대가 자신들로부터 이전 소득을 받아내려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자녀를 낳으면 그 아이가 노인층의 연금, 의료보험, 복지 등을 다 떠안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낳을 자신이 없다." "미래가 안 보인다. '탈(脫)조선'이 답이라는 생각들을 많이 한다." "인턴, 레지던트 등 필수과 수련의사들은 '잘 포장된 노예'였다. 이제는 할 생각이 없어졌다. 미국이나 일본으로 가거나 위급환자를 안 보는 다른 일을 하고 싶다." "기성세대가 우리를 묵묵히 일해 윗세대를 부양해야 하는 도구로 생각하는 느낌을 받는다."

원가보다도 싸게 내고 쓰고, 내는 돈보다 많이 받아가는 구조는 청년층과 미래세대에게 빚을 떠넘기는 것이다. 특히 청년층과 미래세대에 빚이라는 폭탄을 넘기는 세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이 '세대 정치'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세대갈등 심화로 파국으로 가서는 안 된다. 청년층을 위해서도, 기성세대를 위해서도 그렇다. 청년층이 실망해 사회에서 '이탈'하는 사회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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