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선순위도 안심 못 해"…2차 충당금 공포 온다

김남석 2024. 5. 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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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제공]

금융당국이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이 경·공매 시장에서 여러 차례 유찰될 경우 가격을 최대 70%를 할인하라는 방침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었던 선순위 대출의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존 선순위 대주단은 경·공매 최소 금액을 선순위 대출금 수준으로 정해 손실을 피했지만, 당국이 가격을 낮추도록 강제한다면 선순위 대출 대주단 역시 손실이 불가피해 진다. 이 경우 사업장 부실 여부를 자체 평가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쌓았던 금융권의 추가 충당금 부담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저축은행뿐 아니라 상호금융업계도 PF 대출 연체 기간이 6개월을 넘긴 부실 PF 사업장에 대한 경·공매를 3개월마다 진행해야 한다. 새로 입찰할 때마다 입찰가는 10%씩 낮아진다.

당국은 감정평가를 통해 산정한 자산 가격의 최대 70%까지 가격을 낮추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장 평가액이 1000억원이라면 경·공매를 통해 기존 소유자가 가져갈 수 있는 돈은 300억원이 되는 셈이다.

기존 경·공매의 경우 대부분 사업장 정리 결정에 가장 큰 결정권을 가진 선순위 대주단의 대출 금액이 최소 가격으로 정해졌다. 선순위 대출자가 통상 50~60%의 담보인정비율(LTV)을 적용하는 만큼 대부분의 사업장이 경·공매에서 절반 가격에도 팔리지 않는 경우 경·공매 자체를 취소하는 사례가 많았다.

한 신탁사 관계자는 "보통 선순위 대출자는 자신들만 손실을 피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최소 가격을 설정한다"며 "그만큼 PF 사업에서 선순위 대출은 안정적인 먹거리로 꼽혔다"고 전했다. 이어 "사업 시행자 역시 가장 비중이 큰 선순위 대출이 확정돼야 중·후순위 대출을 모집해 사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대출 당시부터 이런 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위기와 함께 PF 대출 위기설이 불거진 뒤에도 은행권의 대출 연체율과 손실 규모가 커지지 않은 것도 이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작년 말 기준 은행의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은 0.35% 수준이었던 반면 후순위 대출 비중이 높은 증권과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각각 13.73%, 6.94%였다. 전체 PF 대출 중 증권사의 중·후순위 비중은 44%에 달해 전체 업권 중 비중이 가장 컸고, 캐피털과 저축은행 순으로 중·후순위 대출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당국이 현재 알려진 대로 최대 70% 할인을 적용한 경·공매 방안을 발표할 경우, 선순위 대출 대주단의 손실이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표할 PF 사업장 정리 방안에서 사업장 옥석가리기 기준을 강화하고, 자산 평가별 충당금 규모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당국은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등으로 대출을 평가해 충당금을 2~100% 수준으로 쌓도록 했다. 하지만 사업장 구분 기준이 강화되면 기존 대출 평가보다 충당금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 당국이 추진하는 70% 손실 이상으로 충당금을 쌓고 있는 대출은 저축은행 기준 회수의문(75%)과 추정손실(100%) 뿐이다.

또 원금회수 가능성이 높아 안정적인 대출로 평가했던 선순위 대출 역시 경·공매 등을 통한 회수 가능성이 낮아진 만큼, 추가적인 충당금을 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브릿지론보다 안정적으로 평가받았던 본 PF 대출에 대한 심사 기준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은행업권의 추가 충당금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은행뿐 아니라 금융권 전체의 위기로 번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다른 업권 역시 선순위 대출에 대한 충당금은 중·후순위 대출에 비해 적게 쌓아왔던 만큼, 전체 금융업권에 충당금 추가 부담이 작용할 수 있다. 또 사업장 정리 기준 강화에 따라 향후 충당금 환입에 대한 기대감도 사라져 실제 손실 규모도 확대될 수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회사마다 대출에 대한 평가 기준이 다르고, 회계상 충당금 손실 반영 기준도 달라 정확한 추가 손실 규모를 파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만 당국이 사업장 정리 기준을 현재보다 과도하게 높인다면 시장 포화로 인해 사업장의 가격은 더 내려갈 것이고, 이로 인한 대주단의 손실과 충당금 규모는 계속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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