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참 이기적인 세대

이진명 기자(lee.jinmyung@mk.co.kr) 2024. 5. 9. 17:4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느덧 기성세대가 되고 돌이켜보니 30~40년 전 어린이날에는 말 그대로 꿈과 희망이 넘쳤던 것 같다.

그마저도 민간 공론화위원회는 '후세대가 더 내고 현세대가 더 받는' 방안을 개혁안이라고 내놓고 해산했다.

따지고 보면 지금 기성세대가 참 이기적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산업화세대 땀을 발판으로
혜택 누려온 現 기성세대
연금·인구·기후변화 문제
미래세대에 떠넘겨선 안돼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지나갔다. 어느덧 기성세대가 되고 돌이켜보니 30~40년 전 어린이날에는 말 그대로 꿈과 희망이 넘쳤던 것 같다.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 같은 게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어린이들을 보면 걱정부터 앞선다.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줄 자신이 없다.

대표적인 이유가 연금·저출생·기후변화다. 앞으로 30년 후를 보자. 이대로 그냥 두면 국민연금 기금이 2055년에 고갈된다고 한다. 2050년 한국 인구는 8%가 줄어들고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40%를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엊그제 어린이날을 보낸 우리 자녀들이 맞닥뜨릴 문제다. 지금껏 아무것도 대비하지 못한 어른들이 부끄럽고 미안할 따름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었던 게 아니다. 걱정도 할 만큼 했다. 하지만 아무도 행동하지 않았다. 당장 발등의 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특히 나의 문제와 우리의 문제가 상충하는 경우 보통 사람들은 우리의 문제를 뒷전으로 미루고 나의 문제를 우선한다. 연금·저출생·기후변화가 대표적으로 나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다.

얼마 전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빈손으로 활동을 종료했다. 그마저도 민간 공론화위원회는 '후세대가 더 내고 현세대가 더 받는' 방안을 개혁안이라고 내놓고 해산했다. 연금보험료 인상은 나의 문제인데, 기금 고갈은 우리의 문제다. 이 같은 무책임한 개혁안이 나온 배경이다.

저출생 대책 이야기를 할 때마다 단골로 나오는 항목이 지원 대책이다. 출산지원금, 보육비 지원, 난임·불임 치료 지원이다. 그런데 저출생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지원은 당장 나의 몫인데, 저출생은 우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도 마찬가지다.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전기료 인상을 감내해야 한다. 하지만 당장 전기료 인상은 나의 문제이고, 기후변화는 우리의 문제라 뒷전으로 밀렸다.

따지고 보면 지금 기성세대가 참 이기적이다. 우리 어버이 세대는 자녀들이 조금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기를 바라면서 힘들게 벌어 교육에 쏟아부었다. 지금보다 나중을 위해 아끼고 저축했다. 그런데 지금 세대는 조금도 희생하지 않으려는 것 같다. 연금·저출생·기후변화 문제를 오히려 다음 세대에 떠넘기고 있다.

그렇다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나의 문제를 포기하고 우리의 문제를 우선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우리의 문제, 미래를 위한 해법은 지도자의 몫이다. 그래서 훌륭한 사람을 지도자로 뽑아 국민들이 권한을 위임한다. 역사에 기록된 훌륭한 지도자들은 잠시 비판을 받더라도 나의 문제에 집착하는 국민을 설득하고,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섰다.

안타깝게도 근래에 우리 지도자들은 그러지 못했다. 연금개혁은 국민 반발이 두려워 번번이 포기했다. 더 늦추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 입으로는 탄소중립을 외치면서 선거만 다가오면 전기료 동결을 강요했다. 그나마 옳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포퓰리즘이 지배하는 선거에서 외면받았다. 지도자가 빈곤한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신년사에서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을 더 미룰 수 없다고 약속했다. 9일 기자회견에서는 저출생 극복을 다짐했다. 연금개혁과 저출생 극복의 필요성은 거대 야당에서도 공감하는 대목이다. 이제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 세대는 과거 세대의 노력과 미래 세대의 희생으로 혜택만 누렸다는 역사적 오명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이진명 지식부장]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