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지원은 멋진 ‘보험’…미래 문제 해결 역량 축적돼”

한겨레 2024. 5. 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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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사회 앞에 서다 ⑤ 시민참여 ‘아름다운재단’ 변화사업팀 최지은 매니저
“사람을 지원하면 그게 어딘가에는 분명히 남는다”는 최지은 아름다운재단 나눔변화국 변화사업팀 매니저가 재단의 미션 ‘모두를 위한 변화, 변화를 만드는 연결’을 표현한 걸개 옆에서 밝게 웃고 있다.

“사람을 지원하면 그게 어딘가에는 분명히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3일 최지은(36) 아름다운재단 나눔변화국 변화사업팀 매니저가 밝힌 자신의 ‘최고의 믿음’이다. 종로구 옥인동 아름다운재단 사무처에서 만난 최 매니저는 이것을 2019년 이후 지난 5년 동안 재단에서 일하면서 얻은 ‘가장 큰 배움’이라고도 했다.

2000년 8월 출범한 아름다운재단은 “모두를 위한 변화, 변화를 만드는 연결”이라는 미션 아래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시민 참여와 나눔을 잇는 활동’을 이어가는 곳이다. 현재 건강·교육·노동·문화·사회참여 등 8개 영역에서 다양한 사업과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재단의 60여 상근 활동가는 더욱 많은 시민이 사회 변화에 동참할 수 있도록 기부뿐만 아니라 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영역도 넓혀가고 있다.

최 매니저가 일하는 재단의 변화사업팀은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들’을 찾는 데서 가장 앞장서서 활동하는 곳이다. 변화사업팀은 “사회문제에 주목해 핵심 의제를 발굴하고 새롭고 도전적인 방법으로 나눔을 확산”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최 매니저는 자신이 기획부터 운영까지 관여한 ‘변화의 물꼬’ 사업을 이 “새롭고 도전적인 방법”의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변화의 물꼬 사업은 ‘관심 있는 사회문제를 탐색하며, 구체적인 해결 방법을 찾아보고 싶은 시민과의 모임’을 대상으로 합니다. 이미 조직화해 활동하는 단체는 대상이 아닙니다.”

코로나 팬데믹 때 시민 자발성 보면서
‘시민 직접 참여 새 영역’ 발굴에 앞장
‘변화의 물꼬’ 트는 사람들 지원 활동
발달장애인 보호자 등 변화 모습 ‘감동’
2012년부터 재단 후원, 입사 뒤도 지속

아직 조직이 안 됐거나 초보적인 조직단계인 개인과 단체를 대상으로 사회에 대한 인식을 높여주고자 하는 기획 취지가 잘 읽히는 대목이다. 변화의 물꼬 사업은 이렇게 사회문제에 관심 있는 새로운 시민과 모임을 대상으로 참여자를 선발해 ‘1단계 물꼬트기’와 ‘2단계 항해하기’라는 두 단계에 걸쳐 활동을 지원한다.

최 매니저가 종로구 옥인동 아름다운재단 사무처에 쌓여 있는 자료집 앞에서 노트북을 펴놓고 앉아 있다.

“물꼬트기는 자신이 관심을 가진 주제를 탐색해서 이것이 실제 사회에 필요한지, 그리고 가능한지를 확인하는 단계입니다. 그리고 항해하기 단계는 물꼬트기에서 탐색한 내용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단계입니다.”

가령 쓰레기 문제를 예로 들면, 1단계에서는 쓰레기 문제와 관련해 내가 구상한 방안의 실현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해보는 단계이다. 이어지는 2단계는 그것을 바탕으로 사람들과 더불어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실제로 활동해나가는 단계다. 재단은 1단계 4개월과 2단계 5개월의 활동 기간에 각각 150만원과 400만원을 지원한다.

재단은 ‘변화의 물꼬’ 사업과 관련해 지난해 15개 개인 및 모임을 선발했고, 올해도 지난 4월30일 신청 접수를 마쳤다. 올해는 개인 15명과 5개 모임을 선발하는데, 신청자가 모두 106명(모임 포함)에 이른다고 한다.

재단이 이렇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지원 방식을 개발한 데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이 컸다. 최 매니저는 “코로나19가 터졌을 때 우리가 발견한 것은 느슨하게 연결된 시민들의 힘이 굉장히 크다는 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학교 급식이 끊어졌을 때, 이전부터 네트워크가 있었던 어른들이 모여서 아이들의 밥을 해줬던 사례나 마스크가 없었을 때 사람들이 힘을 합쳐 지역 안에서 마스크가 공급되게 한 사례 등을 주의 깊게 살펴봤습니다.”

최 매니저는 “이런 사례를 지켜보면서 시민사회가 활발히 작동하려면 뭔가 문제가 터졌을 때 대응방안이 급히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그동안 진행돼왔던 시민사회 경험이 연결되면서 문제 해결이 가능해진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따라서 지금 변화하는 시민사회를 고려할 때 조금 더 다양한 시민들이 주체로서 참여하는 게 필요하겠다고 봤다”고 했다.

이렇게 기존과는 다른 지원방식을 택하자 재단도 기존에 접한 적이 없던 “더욱 다양한 시민들”과 만나게 됐다. 더욱이 활동에 참여한 시민들이 열정에 넘치고 헌신적인 사람들이라는 것도 확인했다고 한다.

최 매니저 뒤로 한 후원자가 기증한 ‘아름다운재단’ 장식물이 놓여 있다.

“모두 헌신적이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발달장애인 양육자분이셨어요. 그분은 1단계 물꼬트기에서 발달장애인의 독서 문화권과 관련해서 성실히 조사했고, 2단계 항해하기에서는 ‘발달장애인이 책 읽는 즐거운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낭독극을 만들었어요.”

하지만 이것은 발달장애인 낭독극 개발자만의 특별한 경험은 아니다. 최 매니저는 다른 참여자들도 자신에게 맞는 활동을 하면서 네트워크도 만들고 역량도 개발하는 등 ‘변화’를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최 매니저는 이런 ‘사람의 변화’가 변화의 물꼬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성과라고 믿는다. 이와 관련해 눈에 띄는 것은 변화의 물꼬 사업 1단계 물꼬트기의 경우 “지원금에 대한 회계 증빙을 꼼꼼하게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 매니저는 회계 증빙이 없는 부분에 대해 “그만큼 재단 담당자가 참여자와 자주 연락하고 꼼꼼하게 점검하는 측면이 작용했다”며 “재단은 특별히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그 자체가 큰 사회적 자산으로 남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 매니저는 이렇게 꼼꼼한 관리를 통해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매니저 등 재단 관계자들의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면서도 최근 몇 년간 자신이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을 “아름다운재단에 들어온 것”이라고 말한다. 아름다운재단에서 맡은 일을 해나가다보면 시민의 성장을 지켜보는 데서 머물지 않고 최 매니저 자신도 성장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 매니저가 아름다운재단에서 일한 지는 5년밖에 안 됐지만 사실 후원자로 인연을 맺은 것은 벌써 12년이나 됐다.

‘변화의 물꼬’ 관련 자료를 살펴보는 최 매니저.

“대학을 졸업하고 다른 시민단체에서 인턴 활동을 하던 2012년에 후원을 시작했어요. 그해 여름은 너무너무 무더웠는데요. 그때 아름다운재단에서 어르신들에게 냉난방기를 긴급 지원하는 사업을 했어요. 그 사업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곧바로 후원회원이 됐습니다.”

최 매니저는 당시 후원에 참여하기로 한 자신의 선택을 ‘보험 들기’에 비유한다. “내가 어떤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고 또 그 문제가 무섭고 두렵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 단체들에 지금 보험을 드는 심정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는 것이다. 그렇게 작으나마 ‘맞손’을 드는 이가 늘어나면 ‘그런 두려운 일’을 방지할 수 있거나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 매니저는 2019년 아름다운재단에 합류한 뒤에도 ‘보험 들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저는 아직도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지원하는 ‘나눔과나눔’이라는 단체를 비롯해 여러 단체를 후원하고 있습니다. 물론 재단 후원도 이어가고 있고요.”

최 매니저는 “농촌과 도시의 교류 활성화를 위해 진행되는 ‘1사 1촌 운동’처럼 시민들도 ‘1인 1단체 후원’을 진행하면 좋겠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그는 그렇게 참여하고 활동하는 시민이 많아졌을 때 우리 사회는 좀더 위기에 잘 대처하고 ‘상호돌봄’과 ‘자기돌봄’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본다. 그런 연대 활동은 ‘후원을 하는 사람’과 ‘후원을 받는 사람’ 모두의 ‘그 어딘가에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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