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취임식 하늘에 무지개" EBS 김성동 "용비어천가로 읽혔다면 내 잘못"

장슬기 기자 2024. 5. 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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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노조 질의에 부사장 김성동 해명 "정치성향 드러내지 않겠다"
EBS노조 "일단 믿어보기로…EBS에 해를 가하면 사퇴 요구할 것"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 지난 3일 오전 경기도 고양 EBS 사옥 1층 주차장 앞에서 대치하고 있는 박유준 EBS지부장(왼쪽, 노란조끼)와 김성동 전 월간조선 편집장. 사진=장슬기 기자

김성동 EBS 부사장이 월간조선 편집장 시절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장에 하늘에 무지개가 떠올랐다”고 쓴 칼럼이 '용비어천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용비어천가로 읽혔다면 그건 분명 내 잘못”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지부장 박유준)는 김 부사장에게 지난 2022년 6월 <자유의 가치를 아는 대통령>이라는 칼럼에 대해 “언론인으로서 적합한 표현이라고 생각하는지, 조선왕조 시절 '용비어천가'와 내용과 표현에서 다른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당시 김 부사장은 월간조선 칼럼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 중 가장 가슴에 와닿고 든든했던 부분이 '자유'에 대한 언급이었습니다. 언론은 윤 대통령이 '자유'를 35번이나 언급했다고 하더군요. 그 일부를 소개합니다”라면서 취임사 일부를 인용했다. 그러면서 “2022년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장 하늘에는 무지개가 떠올랐습니다. 저는 무지개를 보는 설렘으로 새로운 시작을 맞고 있습니다”라고 썼다.

▲ 2022년 6월호 월간조선 김성동 당시 편집장이 쓴

이에 김 부사장은 9일 “새로 출발하는 정부가 어느 정부였든 그 첫 출발에 거는 기대를 표현했던 것”이라며 “내 뜻과 달리 용비어천가로 읽혔다면 그건 분명 내 잘못이다. 사려깊지 못했다”고 답했다.

EBS지부는 또 'EBS가 특정 이념이나 정치성향에 좌지우지되는 것'에 대한 입장, '김유열 사장과 학연 또는 지연 등 특수관계가 있는지', '윤석열 대통령, 정부 관료, 여당 인사와 특정한 관계가 있는지', '사전에 부사장으로 부여받은 임무나 역할이 있는지' 등을 물었다.

김 부사장은 “EBS가 특정 이념이나 정치 성향에 좌지우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내가 EBS에 있는 동안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거나 강요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부사장 임명에 대해서는 “김 사장이 적법한 절차에 의해 임명한 것으로 알고 언론계에 몸담아 오며 쌓은 경험과 능력을 높이 산 것으로 안다”며 “(김 사장과) 고향이 같지만 지연이 임명에 영향을 끼친 일은 없고 부사장으로 사전에 부여받은 임무는 전혀 없다”고 답했다.

EBS지부는 EBS의 재정위기, 경영자로서 철학, 편성과 제작 자율성에 대한 입장 등을 물었다. 김 부사장은 “월간조선을 이끌며 다른 시사종합지들이 적자 상태에 있을 때도 흑자를 기록해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간부로서 취재뿐만 아니라 회사 경영 환경 개선에도 기여했다”고 했다. 또 “편성과 제작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현장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 무엇보다 부당한 간섭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흔들림 없이 지켜나가겠다”고 했다.

EBS지부는 제작·편성·보도분야 책임자에 대한 임명동의제와 중간평가제 등에 대한 의견도 물었다. 김 부사장은 “임명동의제와 중간평가제는 낯선 제도라 깊게 고민을 못해봤다”며 “좀 더 그 제도의 장단점을 살펴보겠다. 아직 어떤 방향도 정해놓고 있지 않다”고 했다.

EBS지부는 현재 경영진이 노조에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한 것에 대해서도 물었다. 김 부사장은 “내 위치에서 답하기 어려운 항목”이라며 “노사가 접점을 찾지 못하는 것은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고 있는데 속사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며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한 뒤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관련해 EBS지부는 이날 성명 <부사장 임명자는 국민 앞에서 한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라>에서 “비교적 많은 고민과 성찰이 담겨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답변이었다”고 평가하면서 “부사장 임명자가 EBS 장악이나 정치 편향적 의도 없이 EBS 위기상황을 타개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대화를 통해 합리적 문제해결도 가능할 것이라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EBS지부는 “선임배경이나 임명목적이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고 여전히 우리는 김성동씨를 EBS 부사장으로 인정한 건 아니지만 진정성을 믿어보려고 한다”며 “답변 내용과 달리 조금이라도 EBS에 해를 가하거나 편향의 속내를 드러낸다면 지금보다 더 강하게 맞설 것이며 사퇴할 때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EBS지부는 김유열 사장에게도 공개 질의서를 보내면서 오는 10일 오후 6시까지 답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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