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막전막후] HD현대의 '맞불'…명예훼손 고소로 2차전 돌입

신성우 기자 2024. 5. 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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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 하반기 예정된 총 사업비 약 8조 원 규모의 차기 구축함 수주를 앞두고 HD현대와 한화오션 간 경쟁이 뜨겁습니다. 

차기 구축함 개념 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 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맡으며 하나씩 나눠 수주한 상황에서 그다음단계인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수주를 앞두고 있는데요. 

중요한 사업을 둘러싼 양사의 경쟁이 갈등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에는 한화오션이 과거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유출 사건을 저격하고 나서더니 이번에는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한화오션을 고소하면서 반격에 나선 것인데요. 

차기 구축함 수주전이 소송전으로 번지는 모양새입니다. 

어떤 일인지 산업부 신성우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신 기자, 우선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경쟁사를 고소한 내용부터 전해주시죠. 

[기자] 

HD현대중공업 소속 직원 2명이 지난 3일 한화오션 임직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고소인들은 옛 대우조선해양의 군사기밀 자료를 불법 취득해 공유한 혐의로 지난해 최종 유죄 판결을 받은 9명 중 일부인데요. 

이들이 유죄 판결을 받자 방위사업청이 지난 2월 HD현대중공업에 대한 제재를 심의했는데 임원의 개입은 확인되지 않는다면서 현대중공업의 입찰 참가 자격을 유지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임원에 대한 추가 수사를 촉구하는 고발장을 경찰에 제출하면서 기자설명회를 열어 개입 정황이 확인됐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는데요. 

이 기자설명회에서 한화오션이 허위사실을 적시했고 또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 고소장을 제출한 이유입니다. 

[앵커] 

고소인 측에서 말하는 허위사실이 무엇입니까? 

[기자] 

한화오션이 기자설명회 당시 "임원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지시나 관여 없이 이 같은 조직적인 군사 기밀 탈취는 불가능하다"라고 밝힌 바 있는데요. 

그러면서 "개입 정황이 확인됐다"라고 언급했습니다. 

[구승모 / 한화오션 법무팀 변호사 (지난 3월 5일) : (2018년 피의자 신문조서 중) 군사기밀을 제공받았고 열람하고 불법으로 촬영 및 수집했고 그래서 피의자, 부서장, 중역이 여기서 중역은 임원인 것이죠. '결재를 했다, 맞습니까?' 이렇게 물으니 '그렇습니다'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한화오션이 임원 개입의 주된 증거 중 하나로 제시했던 것이 방금 들으신 '중역이 결재를 했다'는 직원의 진술입니다. 

고소인들이 바로 이 수사기록의 당사자인데요. 

고소인들은 이에 대해 "수사기록 내용은 일부만 의도적으로 발췌 편집한 것"이라며, "이를 언론에 반복 노출시켜 명예를 훼손시켰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쟁점이 '중역'이라는 표현인 것 같은데 고소인들의 구체적인 주장은 어떻게 됩니까? 

[기자] 

고소인들은 "여기서 중역은 임원이 아닌, 수석부장"이라며 "HD현대중공업에는 수석부장이 직원 가운데 가장 상위 직급으로 존재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부서장급인 중역은 맞지만 말 그대로 '부장'인 만큼 결코 임원은 아니라는 것인데요. 

한화오션이 중역을 임원인 것으로 둔갑시켜 여론을 호도했다는 것이 고소인들의 주장입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 : 일방적으로 짜깁기한 수사기록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공개하고 반복적으로 언론에 노출시켰습니다. 회사차원에서도 향후 상응하는 조치들을 취해나갈 예정입니다.] 

개인의 고소에서 그치지 않고, 회사 차원의 대응도 예고하면서 경쟁사 간 갈등이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앵커] 

현대중공업 직원들의 고소에 한화오션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죠? 

[기자] 

즉각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한화오션 측은 "범죄를 수행한 직원들의 안타까운 도덕관념을 보여준다"며, "직원의 진술뿐만 아니라 군사기밀 보관용 서버 설치와 운용 등 임원의 개입 정황이 다양하게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구승모 / 한화오션 법무팀 변호사 (지난 3월 5일) : (판결문을 살펴보면) 군사기밀 자료를 보관하면서 보안 감사할 때 네트워크를 단절하는 방법으로 감사를 피해왔다…메일로 불법 취득한 군사기밀의 내용을 공유하고 보안 유의해라…업무 관행화 되어 있었고, 일반화되어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어 한화오션은 "윗선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의혹 해소 차원에서 고발을 했던 것"이라며, "추가 수사에 협조해 의혹을 하루빨리 해소하라"라고 덧붙였습니다. 

임원 개입 가능성을 주장하는 한화오션과 임원 개입은 없고 이미 법적인 판단을 다 받았다는 HD현대중공업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붙고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은 그만큼 이번 수주전이 중요하다는 뜻입니까? 

[기자] 

이번 수주전 자체도 총사업비가 약 8조 원인 만큼 규모 면에서 상당히 중요하긴 하죠. 

다만 무엇보다 양측이 이렇게 각을 세우는 것은 대형 군함 시장의 구조 때문이기도 합니다. 

국내에서 대형 군함을 만들 수 있는 곳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단 두 곳뿐인데요. 

바꿔 말하면, 입찰을 막거나 감점을 받게 하거나 등등 경쟁사에게 타격을 입히면 자연스레 독자 수주의 길이 열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의 임원 개입 여부에 대한 추가 수사를 촉구한 것도 특수선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고발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앵커] 

그런데 한화오션의 주장대로 임원 개입 여부가 밝혀지면 HD현대중공업이 이번 수주전에 참여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기자] 

물론 방사청이 "새로운 사실이 확인되면 재심의에 들어갈 수 있다"라고 밝힌 만큼 수사 결과에 따라 재심의를 거쳐 다시 입찰 제한 처분을 내리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은데요.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차기 구축함 수주 전까지 경찰 수사와 방사청 재심의가 모두 종료되어야 하고, 또 설령 입찰 참여 제재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HD현대중공업 측이 집행정지 가처분신청 등을 제기할 수 있어서 현실적으로 차기 구축함 수주전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수주전은 온전히 기술력 싸움이 되겠죠. 

다만, 이전 단계인 기본설계를 수주한 HD현대중공업이 기밀 유출 사고로 1.8점의 보안감점을 받기 때문에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겠습니다. 

과거 HD현대와 한화가 '절친 기업'이라고 인식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옛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서 조선업에서 함께 경쟁하게 됐고, 두 회사 모두 수출 시장이 큰 군함 사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사이가 가까워지긴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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