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의 계획적인 라인 탈취… 역대급 한일관계 '무색'
[편집자주] 일본 정부가 네이버의 기술력으로 13년 동안 공들여 키운 메신저 '라인'을 강탈하려 하고 있다. 라인이 일본의 국민 메신저 반열에 오른 것은 국내 기업 네이버의 성과로 불릴 만큼 괄목할 만한 성과였지만 한일 사이 비즈니스 신뢰 관계를 무시한 일본 정부의 공세 때문에 하루아침에 무너질 위기다. 이번 일은 과거 일본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사태'와 비견될 만한 산업 침탈로, 한국 정부는 물론 민간까지 나서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본 정부의 노골적인 라인 강탈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를 살펴보고 해법을 모색해본다.
일본 총무성은 최근 라인야후와 네이버 간 지분 관계 재검토하라는 취지의 행정 지도를 내렸다. 작년 말 라인에서 개인정보 약 51만건이 유출된 건을 빌미로 보완 대책을 넘어 네이버의 라인야후 경영권을 일본 기업인 소프트뱅크에 넘기라는 것이다. 표면적으론 지분 매각 요구는 아니라고 밝혔지만 이미 소프트뱅크, 라인야후까지 합세해 네이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IT기업에 대한 행정지도는 보통 관리적 보안 및 기술적인 측면의 재발방지책이 우선이지만 보안 거버넌스의 본질적 대책을 마련하라며 사실상 네이버의 지분 보유를 겨냥했다.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클라우드가 라인야후 데이터를 보관하고 관리하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울 수 있겠냐는 취지다.
현재 라인야후는 지난해 10월 라인과 야후재팬이 정식 합병하면서 탄생했는데 지주사 A홀딩스 지분을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절반씩 차지하면서 공동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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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라인의 아버지'이자 라인 성공신화의 상징인 신중호 대표이사가 오는 6월18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물러나고 라인야후는 내친김에 네이버로부터의 기술 독립까지 천명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까지 네이버와의 지분 관계 조정 의지를 내비쳤다고 알려지면서 네이버를 둘러싼 전방위 압박이 수면 위에 올랐다.
현 정부 출범 이후 한·일관계가 좋아졌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이중적인 일본의 행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일본 총무성은 행정 지도가 자본 관계 재검토가 아닌 보안 강화 목적이라고 설명했지만 이후 네이버를 배제하기 위한 여러 움직임들은 발빠르게 가시화되고 있다.
한국 정부가 각성하고 네이버 라인 사태를 해결할 적극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신뢰 관계를 강조했지만 이번 사태를 대처할 민간, 정부, 국회가 참여하는 범정부 태스크포스(TF) 구성 같은 구체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IT 공정과 정의를 위한 시민연대' 준비위원회는 이날 "어떻게 공산주의도 아닌 민주주의 국가에서 해외기업의 자산 매각 강요라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가"라며 "이번 사태를 묵과한다면 향후 한국 기업이 서비스하는 모든 국가에서 동일한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는 심각한 위기의식 하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양진원 기자 newsmans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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