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필요한 동료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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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반이주 담론을 지배하는 정서 가운데 하나는 '무임승차론'이다.
무임승차론은 능력 없는 사람들이 사회적 책임을 나눠 지지도 않으면서 배려를 빌미로 공동체의 자원을 부당하게 뜯어간다는 주장이다.
이주민들이 내는 건보료에 무임승차하는 건 되레 한국인들이다.
한국인들은 이주민이 생산하는 농산물을 먹고, 이주민이 잡아오는 수산물을 먹고, 이주민이 요리하거나 서빙하는 식당 음식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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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재에서]
한국의 반이주 담론을 지배하는 정서 가운데 하나는 ‘무임승차론’이다. 무임승차론은 능력 없는 사람들이 사회적 책임을 나눠 지지도 않으면서 배려를 빌미로 공동체의 자원을 부당하게 뜯어간다는 주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22년 1월30일 페이스북에 올린 “국민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글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의 이 ‘숟가락론’은 이주민 혐오 정서와 반이주 담론에 기댄 포퓰리즘적 발언이다. 더욱 문제는 사실관계마저 모두 틀렸다는 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7~2020년 외국인 건보 재정 수지는 1조4095억원 흑자였다. 내국인 직장가입자의 1명당 피부양자 수(2019년 기준)는 1.05명인데 외국인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수는 0.39명에 불과하다. 이주민들이 내는 건보료에 무임승차하는 건 되레 한국인들이다.
건보료만이 아니다. 한국인들은 이주민이 생산하는 농산물을 먹고, 이주민이 잡아오는 수산물을 먹고, 이주민이 요리하거나 서빙하는 식당 음식을 먹는다. 한국인들은 이주민이 건설하는 아파트에 살고, 이주민이 육아를 대신해주는 틈을 타 회사에 가고, 이주민이 하청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바탕으로 완성품을 만든다. 이 모든 일이 최소한의 임금으로 이뤄진다. 이번호 표지이야기를 보면, 이마저도 한 해 1223억원의 임금체불이 발생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의 임금체불 발생률은 내국인 노동자의 3배 가까운 수치다. 그런데도 한국의 사법제도에서는 체불 사업주가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는다. 첫 달에는 월급을 줬다가 다음 달부터 차츰 월급을 줄이면서 “나갈 때 좋게 나가는” 사람만 골라 체불임금을 주겠다는 사업주의 증언까지 듣다보면, 이들은 이주민의 존엄을 짓밟아선 안 된다는 걸 몰라서 이러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여기서는 그래도 되니까” 그런 짓을 하는 것이다.
그런 짓은 임금체불에 그치지 않는다. ‘닭볶음탕을 해먹는 냄비에 물을 데워’ 온수를 써야 하는 숙소나 ‘보일러에 기름도 넣어주지 않는’ 숙소에 여성 이주노동자를 몰아넣고 계약에도 없는 월세를 공제하는 사업주도 있다. 이주노동자가 매일 일한 시간과 날짜를 적은 공책을 불태운 사업주도 있다. 이러니 이주노동자들에게 한국말 ‘약속’의 뜻은 ‘깜빡했어’로 번역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무임승차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한겨레21>은 이번호부터 국가인권위원회와 공동기획으로 ‘이주인권’을 소재로 한 소설가들의 연속 연재 ‘동료시민 이주민’을 싣는다. 첫 연재에서 김숨 소설가는 경남 밀양의 이주노동자 스레이 니읍씨를 인터뷰하고 인권위와 이주노동119가 공동 주최한 ‘임금체불 피해 이주노동자 증언대회 및 정책토론회’를 현장 취재해 논픽션 소설 ‘니읍’을 썼다. 표지이야기에는 이주노동자들과 부대껴 살아가며 강자가 약자에게 베푼 아량이 아니라 동등한 처지에 있는 이웃에 대한 연대를 보여준 ‘미래 시민’들의 이야기도 담았다. 이 시도가 2023년 12월14일 “올해 역대 가장 많은 3만8천 명 이상의 불법체류 외국인을 단속했다”고 말해놓고, 12일 뒤인 12월26일 취임 연설에서는 ‘동료 시민’을 강조한 전직 법무부 장관이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공부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이재훈 편집장 nang@hani.co.kr
*‘만리재에서’는 편집장이 쓰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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