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나는 거짓 세상, 고경표·강한나의 호심술이 필요해('비밀은 없어')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4. 5. 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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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없어’, 고경표와 강한나의 진심 로맨스가 강력해진 이유

[엔터미디어=정덕현] "저는 거짓말을 못하는 사람입니다. 진실 공정 정의 이것만이 뉴스를 존재하게 하는 가치라 믿기 때문입니다. 그게 바로 제가 거짓말을 못하는 사람이어야 하는 이유이고 오늘 제가 썩을 대로 썪고 부패해 악취가 나는 이 스튜디오를 떠나는 이유입니다."

JTBC 수목드라마 <비밀은 없어>에서 감전 사고를 겪은 후 거짓말을 할 수 없는 후유증을 갖게 된 송기백(고경표)은 결국 그토록 원했던 앵커 자리를 위한 오디션에서 끝내 진심을 꺼내놓는다. 이미 선배로 앵커 자리가 내정된 상황에서 들러리로 나왔다는 걸 알고 있는 송기백은 뉴스도 이제 비즈니스가 되었다는 제작진의 이야기들을 듣는다. 자존심도 품위도 사라지고 광고와 시청률의 눈치를 보는 비즈니스.

속내를 숨기는 억제장치가 망가져 스위치가 켜지면 마구 진실만을 쏘아대는 송기백은 오디션 자리에서 그 스위치가 켜져 당황해 한다. 그때 그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온우주(강한나)가 스튜디오에 들어와 그에게 '호심술'에 대해 말한다. 자신의 마음을 지키는 일이 더 중요하고 그건 그 누구도 아닌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 결국 송기백이 "썩을 대로 썩고 부패해 악취가 나는" 스튜디오를 떠날 결심으로 속내를 이야기한 건 그것이 바로 그의 호심술이었기 때문이다. '우주씨. 나 오늘 내 마음, 내 꿈 둘 다 지켰어요. 호심술 고마워요.'

거짓으로 자리를 얻고 지켜낸 들 그것이 송기백이 원했던 꿈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걸 그는 깨닫게 됐다. 그가 아나운서가 되고 뉴스 앵커를 하고 싶었던 건 거짓말을 하지 않고 진실만을 얘기할 수 있는 자리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게 불가능해진 자리라는 걸 알게 된 상황이다. 그가 떠나는 건 그래서 포기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도 또 꿈도 지키는 일이 된 것이다.

<비밀은 없어>는 거짓말을 못하게 된 송기백이라는 인물과 그의 진심을 알아봐주는 온우주가 만들어가는 로맨틱 코미디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의 달달하고 설레는 멜로와 빵빵 터지는 코미디 상황들만을 그리고 있는 건 아니다. 그 웃음과 설렘 뒤에는 이들이 마주한 세상과 현실에 대한 풍자가 담겨 있다. 거짓말을 하지 않고 진실된 사람이 잘 사는 것이 아니라, 정반대로 거짓말 잘하고 속내를 잘 숨기는 사람이 성공하는 세상을 송기백이라는 인물이 겪게 되는 어려움을 통해 말하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비밀은 없어>는 깔깔 웃게 만드는 코미디와 송기백, 온우주가 그려가는 설렘 가득한 멜로에 푹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보다가 어느 순간 이들 부딪치는 현실을 마주하고는 씁쓸해지는 그런 드라마다. 하지만 그 씁쓸한 현실 앞에 송기백과 온우주가 힘을 합쳐 마음도 꿈도 지켜내기 위해 당당하게 맞서는 모습이 보여주는 강력한 사이다 판타지 역시 커지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스위치가 꺼졌을 때의 차분한 아나운서의 면면과 스위치가 켜졌을 때 한없이 망가지는 모습을 오가는 송기백을 웃기고 울리고 설레게 만드는 고경표의 연기가 중심을 잡아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건강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선보이는 온우주 역할의 강한나 역시 이 로맨틱 코미디에 심쿵하게 만드는 힘을 부여하고 있다. 여기에 <이상한 변호수 우영우>와는 사뭇 다른 코믹한 연기를 선사하는 주종혁이 끼어들어 만들어내는 삼각 케미도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마음을 지키는 게 어려운 세상이다. 수시로 마음을 숨기고 때론 거짓으로 가장된 얼굴을 한 채 살아가야 하루하루를 버텨낼 수 있는 세상에서, <비밀은 없어>는 그래서 잠시 숨통을 틔워주는 호심술 같은 드라마로 다가온다. 진실이 통하는, 어찌 보면 당연해야할 일들이 이제는 판타지가 된 현실을 꼬집는 맛도 일품이지만, 무엇보다 이 진실된 커플이 서로의 진짜를 바라봐주고 알아주며 가까워지기를 간절히 바라게 만드는 설렘이 마음을 건드는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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