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도 잡고, 내무생활도 잘하고”…정정용 김천 감독의 ‘유쾌한’ 하소연

김천 상무는 올 시즌 K리그1에서 고공비행을 거듭하고 있다. 선두 포항 스틸러스(승점 24), 2위 울산 HD(승점 23)에 이어 3위(6승3무2패·승점 21)다. 지난 시즌 도중 부임한 정정용 감독(55)은 6개월 만에 팀의 K리그2 우승을 이끈 뒤 올해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달 3일 FC서울과 원정경기에서 1-5로 대패하고도 흔들리지 않은 김천은 최근 6경기에서 3승3무로 쉽게 지지 않는 팀이 됐다.

물론 김천은 다른 팀들보다 선수층이 두껍다. 수준급 자원들이 매년 공급된 덕분에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 탄탄한 전력을 자랑한다. A대표팀에도 선발된 원두재와 김진규, 연령별 대표팀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이영준까지 팀을 지탱한다.

다른 팀에 김천은 ‘공공의 적’이자 부러움의 대상이다.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포항 박태하 감독은 “김천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다. 그래서 항상 잘해야 하는 팀”이라고 뼈있는 농담을 건넸다. 다른 사령탑들도 “김천은 선수단 걱정이 없지 않느냐”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정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다른 감독들의 ‘질투’를 받을 때면 “우리 선수들은 쉬는 날에도 부대에서 할 게 많다. 교육도 받고, 훈련도 해야 한다”며 손사래를 친다. 구성원이 ‘선수’로서 역할과 ‘군인’의 본분을 병행하기에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김천은 또 꾸준한 전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고충을 안고 있다. 리그 최고 수준의 자원들이 매년 들어오지만, 군팀의 특성상 입대와 전역이 반복돼 일관된 전술운용이 쉽지 않다. 당장 올 여름에도 팀 내 최다득점자(5골)인 김현욱이 전역할 예정이다.

이를 고려한다면 정 감독의 지도력과 김천의 약진은 결코 깎아내릴 수 없다. 정 감독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에게 항상 우리가 계획한 축구를 하자고 강조한다. 선수들이 잘 이행해 좋은 결과가 따라오는 것 같다”고 선전의 비결을 밝혔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