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 원태인의 시대오나…대투수 양현종도 ‘운영 능력’ 인정

김은진·김하진 기자 2024. 5. 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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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3회초 삼성 원태인이 이닝을 마무리하고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8일 대구 삼성-KIA전은 ‘명품 투수전’이었다. 삼성 선발 원태인(24)과 KIA 선발 양현종(36), 두 띠동갑 투수들이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다. 경기는 4시간32분의 연장 12회 접전 끝에 KIA가 4-2로 이겼다.

양현종도, 원태인도 던지면서는 상대 투수의 호투 때문에 초집중 하고, 마운드를 내려와서는 접전에 벤치에서 집중하느라 진이 빠졌다. 이런 투수전을 자주 볼 수 있을까. 양현종은 “너무 힘들다. 나는 또 하고 싶진 않다”며 웃었다. 양현종을 힘들게 한 투수가 바로 원태인이었다.

원태인은 팀 타율 1위 KIA를 상대로, ‘대투수’라 불리는 좌완 베테랑 양현종과의 선발 맞대결에서 흔들리지 않았다. 6이닝을 2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1-0으로 앞선 가운데 승리투수 요건을 채웠지만 불펜이 흔들리며 승리를 따내진 못했다.

삼성 원태인이 지난 26일 고척 키움전에 선발 등판해 5회 무사 2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승리보다 더 귀중한 기록이 있다. 이날 호투로 원태인의 평균자책은 1.79에서 1.55까지 낮아졌다. KIA 외인 투수 제임스 네일(1.26)에 이어 2위지만 국내 투수 중 유일하게 1점대 평균자책을 기록 중이다.

프로야구가 2015년부터 10개 구단 체제로 접어들고 팀당 144경기를 치르는 장기 레이스에 돌입하면서 1점대 평균자책 투수는 사라졌다. 가장 최근 기록은 2010년 류현진이 기록한 1.82다. 지난 시즌 MVP였던 NC 에릭 페디도 2.00으로 시즌을 마쳤다.

원태인 스스로도 놀라워하는 기록이다. 그는 최근 평균자책에 대해 “생각지도 못했다. 스프링캠프에서 공을 던지는 걸 늦게 시작했기에 시즌 초에 고전할 거라고 생각해서 어떻게든 버티기만하다보면 시즌 중후반에 스피드가 올라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욕심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원태인은 지난해 WBC, 아시안게임, APBC에 모두 참가했다. 피로는 적지 않게 쌓였지만 큰 무대에서의 경험이 원태인을 더욱 성장하게 했다.

원태인, 6이닝 무실점 호투 | 연합뉴스



시즌 전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LA 다저스가 개막전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면서 그들의 스파링 파트너인 ‘팀 코리아’의 일원에도 뽑혔던 원태인은 다저스 투수 타일러 글래스노우에게 커브를 배웠다. 원태인은 “타자에게 커브도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주기 위해 장착을 시도했는데 스트라이크 비율도 점점높아지고 인플레이 타구로 아웃도 많이 된다. 타자들에게 제 구종이 하나 생겼다고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원태인의 올시즌 호투는 ‘경기 운영 능력’에서 나온다. 포심 평균구속은 지난해 시속 144.5km에서 올시즌 143.7km로 다소 떨어졌다. 이는 원태인의 말대로 시즌 중반이후 높아질 수 있는 대목이다. 대신 포심 구사 비율을 지난해 41.3%에서 올해 32.8%로 낮추고, 커브 비중을 7%로 높였다.

포수 강민호도 적극적으로 사인을 낸다 원태인은 “5년 동안 커브 사인을 내준 적이 없는데 사인을 보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구나’라고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라고 했다.

원태인은 “2021년에도 좋았지만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구위나 경기를 운영하는 능력이 그 때보다 발전했기에 나도 기대가 된다”고 했다.

8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3회말 KIA 양현종이 마운드로 올라가고 있다. | 연합뉴스



양현종도 원태인의 호투를 인정했다. 양현종은 8일 경기 뒤 양현종은 “원태인이 높은 변화구를 던지는 걸 봤다. (포수) 강민호 형이 높게 타겟을 잡아서 나는 처음에 직구인 줄 알았는데 보니까 슬라이더와 커터더라. 왜 지금 평균자책 1위를 다투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보통 슬라이더는 낮게 던지라고 유도를 하는데 민호 형이 타겟을 높게 잡고 태인이는 맞춰서 높게도 던지는 걸 보고 ABS를 잘 이용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 디테일한 부분도 태인이가 엄청 많이 좋아진 것 같다. 마운드에서도 워낙 여유가 있어 보였다”며 “1~2회에 태인이가 던지는 것을 보고나서 오늘 쉽지 않겠구나 생각했다. 우리 타자들이 굉장히 좋지만 오늘은 대량득점 빼기는 힘들겠다 생각해서 더 집중했다”고 말했다.

원태인이 리그 최고 투수 자리를 향해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데뷔 후 아직 개인타이틀이 없는 원태인이,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1점대 평균자책’에 성공한다면 진짜 최고 투수가 된다.

대구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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