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의대 증원 학칙개정 부결·보류에 사립대 확산 우려

유효송 기자 2024. 5. 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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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사진=이영환

의과대학 증원을 위한 학칙 개정안이 정부가 중점적으로 인원을 늘렸던 국립대를 중심으로 부결·보류되면서 교육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향후 사립대학들의 학칙 개정 움직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교육부는 의대 정원의 경우 학교가 아니라 '정부'가 결정하는 사안인 만큼 절차대로 학칙을 개정해 정부 정책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9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의대 정원이 늘어난 32개 대학 가운데 12개 대학은 새 정원을 반영해 학칙 개정을 완료했다. 학칙 개정을 마무리 한 12개 대학 가운데 11개 대학은 사립대로 국립대는 전남대 뿐이다. 나머지 20개 대학은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인데 국립대인 부산대·제주대는 이번주 개정안이 학내 심의 과정에서 부결됐다. 강원대는 의대 증원을 위한 학칙 개정안 논의를 잠정 보류하고 다음 주에 논의를 다시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보통 학칙 개정은 학교마다 의사결정 기구가 다르지만 7~10일간 의견수렴 후 교무회의, 평의원회, 학무회의 등의 심의를 거쳐 의결된 후 총장이 최종 공표한다. 의견 수렴기간에 이견이 접수되면 관련 부서에서 해당 내용을 논의한 뒤 조정 등의 절차를 거친다. 이달 말까지는 학칙을 개정해야 각 대학 홈페이지에 변경된 정원을 공개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충북대와 충남대, 전북대, 경상국립대 등 의대 정원이 늘어난 국립대 상당수가 증원이 반영된 학칙 개정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충북대는 지난달 31일 학칙 개정안을 발의한 후 현재 구성원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오는 14일에 교무회의를, 16일에 평의원회를 진행한다. 개정안에 대해 오는 10일까지 의견 수렴 중인 전북대도 16일 전후로 규정심의위원회를 연다. 오는 22일 전후로는교수회의와 학무회의를 거쳐 29일쯤 대학평의원회를 열어 최종 심의를 마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상국립대는 21일 학무회의를 거쳐 22일 교수대위원회, 29일 대학평의원회를 열 예정이다.

이를 종합하면 국립대 대부분이 이달 말에야 학칙 개정을 마무리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이번 증원의 핵심 목표 중 하나가 비수도권 국립대가 지역 의료의 거점이 될 수 있도록 대폭 증원하는 것이었는데, 현재까지 학칙 개정을 부결하거나 보류한 대학이 모두 '국립대'라는 점이 정부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지점이다.

의대 2000명 증원에 따른 정원을 배분받은 각 대학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증원분을 반영한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제출해둔 상태다. 당초 학칙을 먼저 손질하고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바꾸는 게 일반적인 순서지만 교육부가 지난 달 30일까지 정원 제출을 당부한 만큼 대학들은 대교협에 먼저 계획을 제출하고 학칙 개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는 전날 학칙 개정은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총장이 결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한 국립대 관계자는 "권한이 있다 해도 총장이 학내 의견 수렴 단계를 스킵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사실상 어려움을 털어놨다.

교육계는 다음주 재판부의 의대 증원 집행정지 관련 판결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재판부가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2000명 증원 절차는 당분간 정지되고 본안 소송 결론이 나기 전까지 각 의대는 기존 모집인원을 유지해야 한다. 게다가 아직 10개 이상의 사립대가 여전히 학칙 개정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한 만큼 앞선 국립대의 결정이 사립대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교육부는 학칙 개정이 부결된 대학에 대해선 고등교육법 제60조에 따라 시정명령과 행정조치 등을 내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대학별로 학칙개정이 법령의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지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고등교육법 32조와 고등교육법 시행령 28조 3항은 '대학의 학생 정원에 관한 사항은 학칙으로 정하도록 하되 의료인력의 양성과 관련되는 모집 단위별 정원은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사항을 따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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