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 증권사 사라진 IPO 시장…‘춘추전국시대’ 새 강자는

조문희 기자 2024. 5. 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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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어’ HD현대마린 등 4건 주관한 KB증권, 1위로
‘파두 사태’ 이후 IPO ‘전통 강자’ 증권사들 휘청
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들 상장 대기…“순위 지각변동”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증권가가 올해 실적 회복을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기업공개(IPO) 시장이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본격적인 증시 회복세와 동시에 대어급 IPO가 재개되면서 증권사의 주관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특히 상반기 최대어로 꼽힌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 주관을 따 온 KB증권이 업계 1위로 단숨에 올라섰다. KB증권은 하반기 대어로 점쳐지는 케이뱅크 IPO 공동 대표 주관사로도 선정됐다. 이 기세대로면 KB증권이 올해 IPO 리딩 증권사 자리를 꿰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케이뱅크 이외에도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대형 딜이 줄줄이 출격 예고된 터라, 증권가의 IPO 실적 경쟁이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한 시민이 전광판 앞을 지나는 모습 ⓒ연합뉴스

HD현대마린에 케이뱅크까지…KB증권 존재감↑ 

9일 코스피 시장에서 HD현대마린솔루션은 오후 2시 현재 5%대 상승 중이다. 전날 코스피 시장에 첫 입성한 HD현대마린솔루션은 96.52% 크게 올랐고, 이날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상승)'엔 실패했지만, 공모가 선정 때부터 높아진 몸값을 고려할 때 선방했다는 평가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공모금액은 7423억원이었고, 청약 증거금으로는 25조원이 모여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 주관을 따낸 건 KB증권이었다. KB증권은 이번 대형 딜로 2150억원을 확보했다. 이밖에도 올해 들어 우진엔텍, 제일엠앤에스, 민테크 등 코스닥 기업 상장을 주관하면서 총 3100억원대의 실적을 올렸다. 연초 또 다른 대어였던 에이피알을 주관해 2위에 오른 신한투자증권(1500억원)과는 실적 격차가 상당히 벌어져있다. 지난해 전체 실적으로 볼 때 KB증권은 총 3200억원대로 업계 4위에 불과했으나, 대형 딜을 따내면서 단숨에 1위로 올라섰다.

KB증권은 케이뱅크 IPO 공동주관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케이뱅크의 기업 가치가 5조원대로 예상되는 가운데, KB증권은 NH투자증권, 뱅크오브아메리카 등과 대표 상장 주관사로 선정됐다. 케이뱅크가 본격적으로 상장 절차를 밟게 되면 HD현대마린솔루션의 기록을 뛰어넘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8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HD현대마린솔루션 코스피 상장기념식에서 관계자들이 현재가 확인 후 기념 촬영하는 모습 ⓒ연합뉴스

하반기 본격 몸 푸는 IPO 대어들

다만 업계에선 순위를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평가다. 줄줄이 상장을 앞둔 기업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코스피 상장 심사를 받은 기업은 시프트업, 전진건설로봇, 산일전기 등 3곳이다. 이들 기업은 별 다른 논란이 없는 한 연내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게임 개발사인 시프트업은 공모금액 3000억원대, 시가총액 3조원대로 예상되는 대어다. 대표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JP모건이 맡았다. 전진건설로봇과 산일전기는 미래에셋증권이 단독 주관한다. 이에 더해 미래에셋증권은 기업가치 약 3000억원대인 이노스페이스의 단독 주관에 또 다른 대형 딜로 꼽히는 기업가치 3조원대의 DN솔루션즈의 공동 대표 주관사로도 선정됐다. 

증권사 IPO 순위가 요동친 데엔 지난해 증권가를 휘감은 '파두 사태' 영향이란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인 파두는 기업 가치를 부풀려 상장한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당시 파두의 대표 주관사였던 NH투자증권과 공동 주관사였던 한국투자증권도 압수수색을 받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는 해석이다. 당초 두 증권사는 IPO '강자'로 통했지만, 올해 상반기 대형 딜에선 줄줄이 밀려났다. 

한편 당국은 파두 사태 이후 IPO 제도를 더 깐깐하게 바꾸기로 했다. 이날 금융감독원은 기업 실사 항목과 방법, 검증절차 등을 구체화하고, 부실 실사 시에는 주관사에 징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또 금감원은 IPO 주관 업무 관련 내부통제 기준 강화와 상장사로부터 주관사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수수료 구조 개선안 등도 내놓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시장 침체기에 중소형 IPO 딜 위주로 진행되면서 이렇다 할 리딩 증권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는데, 파두 사태를 거치고 업황이 개선되기 시작하면서 대형 딜이 연달아 나오고 있다"며 "증권사 실적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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