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나온 듯” “벌거벗은 임금님”…尹 기자회견에 野 맹폭
조국당 “역시 3년은 길다”…개혁신당 “기존 입장 되풀이해서 평가 無”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진행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언제까지 고집불통 대통령의 모습에 국민이 절망해야 하느냐" "대통령 스스로 벌거벗은 임금님이 돼버렸다"고 공세를 집중시켰다. 여권 일각에서도 유승민 전 의원을 비롯한 인사들이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한 느낌"이라고 부정적 반응을 쏟아냈다.
민주당의 한민수 대변인은 이날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후 브리핑을 통해 "4·10 총선을 통해 국정 기조를 바꾸라는 국민의 절박한 외침이 나온 이후의 기자회견"이라며 "그런데 윤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국민보고는 국민 누구도 공감할 수 없는 자화자찬으로 채워졌다. 국정운영에 대한 반성은 찾을 수 없었고 여전히 고집을 부리는 모습이었다"고 지적했다.
한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현재 대한민국과 국민이 처한 상황을 얼마나 무사안일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똑똑히 보여줬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다"며 "윤 대통령은 왜 70% 가까운 국민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을 지지하지 않는지, 왜 총선에서 국민께서 심판했는지 여전히 모르고 있었다"고 토로했다.
윤 대통령이 각종 특검법을 비판한 대목도 문제삼았다. 한 대변인은 "특히 윤 대통령은 국민의 명령인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해서 수용할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며 "김건희 여사가 불가침의 성역임을 다시 확인했다. 순직한 해병대원에 대한 특검법조차 이미 수개월째 제자리걸음인 수사기관의 수사를 믿고 지켜보자는 말로 국민을 허탈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도 즉각 대통령의 기자회견 비판에 가세했다. 김보협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지난 4.10 총선에서 엄중한 국민의 심판을 받았음에도 하나도 변하지 않았고, 변할 생각이 없음이 확인됐다"며 "국민들 마음에 가닿은 답변은 하나도 없었다. 국민은 다 아는데 혼자만 모른다. 윤 대통령은 스스로 '벌거벗은 임금님'이 돼버렸다"고 질타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예고한 저출생고령화 문제로 내놓은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은 물론, 각종 특검법 현안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하며 "오늘 회견에 기대하지 않았기에 실망할 것도 없다. '벌거벗은 임금님' 치하에서 3년을 버텨야 하는 국민들의 신산한 삶이 걱정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국혁신당은 '3년은 너무 길다'는 민심에 화답하겠다"고 강조했다.
개혁신당도 기자회견과 관련해 즉각 부정적 반응을 냈다. 주이삭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통령이 내놓은 대부분은 기존 입장을 되풀이 하는 수준이라 더 새로운 평가를 내리긴 어렵다"며 "사실 국민은 윤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사라진 상태이다. 문제는 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메시지를 선제적으로 내놓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국민 보고'라는 담화에서 대통령 신뢰에 크나큰 흠집을 내고 있는 '채상병 특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그리고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온 '패거리 정치' 등 정치 현안들은 다루지 않았다"며 "의대 증원, 채 상병 특검 등에 대하여 대통령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없었다는 점에서도 윤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여전히 부족함을 알 수 있는 행사였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더 이상 기대가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與 일각 질타…유승민 "압권은 '국정기조 일관성' 유지하겠단 답변"
여권 일각에서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한 비판적 입장이 나왔다. 비윤(非윤석열)계 좌장격인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윤 대통령의 담화문과 기자회견을 보면서 갑갑하고 답답했다"며 "(기자회견에는) 총선 참패에서 어떤 교훈을 깨달았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대통령에게는 총선 참패 이전이나 이후나 똑같은 세상인 모양"이라며 "'국정기조를 전환하느냐'는 질문에 '일관성을 유지하겠다'는 답변이 압권"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김건희 특검법도, 채상병 특검법도 모두 거부했다"며 "지난 대선 때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말했던 사람이 바로 윤 대통령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야당 대표를 만나고 하나마나한 기자회견을 한 것"이라며 "중요한 질문에는 동문서답하고, 이걸 보고 있어야 하나 또 실망하는 국민들이 많으시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심으로 반성하고 성찰하고 남은 3년의 임기를 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이 없기 때문"이라고 날을 세웠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임 2주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 시간을 가졌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부동산 시장 정상화 ▲세일즈 외교 ▲한·미동맹 강화 ▲복지 서비스 강화 ▲노동개혁 ▲의료개혁 등을 성과로 내세우며 "지난 2년 우리 사회의 개혁에 매진해 왔지만 국민의 삶을 바꾸는 데는 힘과 노력이 많이 부족했다"고 사과를 전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3년, 저와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더욱 세심하게 민생을 챙기겠다. 국민과 함께 더 열심히 뛰어서 우리 경제를 도약시키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또 기자들과의 이어진 각종 현안 질의응답 과정에서도 정치권과 언론의 소통을 늘리며 국회와 협치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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