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의사 진료 허용'에 의료계 거센 반발

이채윤 2024. 5. 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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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에 따른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이들의 빈 자리를 채우고자 '외국 의사'에게 국내에서도 의료행위를 허용하기로 하자 의료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주수호 전 의협회장도 페이스북에 "외국 의사 면허자의 국내 의료행위 허용이 대한민국 의사들을 겁박할 수 있는 카드라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진심(으로) 대한민국 정부는 없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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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외국 의료 면허 소지자도 의료행위 허용"
의료계, "국내 의료 수준 질 저하" 비난
▲ 강원도내 일부 의료기관에서 외래, 수술 주 1회 휴진을 예고한 가운데 지난 4월 30일 강원대병원 피부과 진료실 불이 꺼져 있다. [강원도민일보 자료사진]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에 따른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이들의 빈 자리를 채우고자 ‘외국 의사’에게 국내에서도 의료행위를 허용하기로 하자 의료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9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오는 20일까지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보건의료 위기경보가 지금의 의료 공백 사태처럼 ‘심각’ 단계에 이르면, 외국 의료인 면허 소지자도 복지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의료 지원 업무를 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외국 의사가 국내에서 의사를 하려면 한국 의사 면허 국가고시를 치러야 했지만, 복지부 장관이 승인만 하면 외국 의사도 한국에서 의료행위가 가능하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외국 의료인 면허 소지자들은 이르면 이달 말부터 대형병원 등을 중심으로 배치될 전망이다.

국내 전문의의 지도 아래 진료할 수 있는 만큼, 맡는 업무도 수술 보조, 진료 보조, 응급실 운영, 당직 근무 등 전공의들이 맡았던 주요 업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에서 면허를 취득한 교포나 외국 의대에서 공부한 한국인이 이번 정책의 주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외국에서 의대 졸업 후 현지에서 면허를 취득한 사람은 필기와 실기로 이뤄진 ‘국내 의사 예비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이후 국가시험인 ‘의사국시’(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주관)를 봐야 한다.

현재 정부가 국내 국가고시 지원 자격을 인정해 주는 외국의대는 159곳(총 38개국)이지만, 2005∼2023년 이들 대학 졸업자가 국내 의사 예비시험(필기/실기)을 통과한 비율은 55.4%에 그쳤다.

외국의대 졸업자가 예비시험과 의사국시를 통과해 최종적으로 국내 의사면허를 발급받은 비율은 33.5%에 그쳐 3명 중 1명에 불과했다.

이는 2018∼2022년 우리나라 의사국시 전체 합격률이 최저 86.3%, 최고 97.6%였던 점에 비춰보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 강원도내 대학병원 교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달이 지나 효력이 발생하기 시작한 지난 4월 25일 도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강원도민일보 자료사진]

개정안이 시행되면 외국의대 졸업자 중 70%에 가까운 의사국시 탈락자들에게 국내에서 진료할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다.

이에 의사들은 정부의 이번 대책이 국내 의료 수준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며 일제히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페이스북에 “싱가포르는 서울대 의대와 연세대 의대만 자국의 의사면허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우고, 일본의 의사면허 취득은 출신 의대와 무관하지만, 언어시험과 의사면허 시험을 모두 합격해야 한다”며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들이 자국민들의 생명 보호를 위해 이처럼 까다로운 제도들을 유지하고 있고 이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적었다.

이어 “그런데 지금 윤석열 정부가 벌이고 있는 짓거리는? ‘너희들이 먼저 항복하지 않으면 나는 무슨 짓이든지 할 거야’라며 투정을 부리는 초등생을 보는 듯하다. 아니면 중2병인가요?”라고 반문했다.

주수호 전 의협회장도 페이스북에 “외국 의사 면허자의 국내 의료행위 허용이 대한민국 의사들을 겁박할 수 있는 카드라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진심(으로) 대한민국 정부는 없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임현택 현 의협회장은 “정부는 의대 증원 정책으로 약 80일 만에 국내 의료체계를 망가뜨려 놓았다”며 “한국 의료는 외국에서도 배우러 오는데, 날고 기는 한국 의사들 놔두고 이제는 저질 의료인을 데리고 오려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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