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6연승은 다음 기회로, 그러나 ERA 1점대는 계속된다…삼성 에이스 원태인의 새로운 도전기

김하진 기자 2024. 5. 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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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대구 KIA전에서 선발 등판했던 삼성 원태인.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원태인(24)은 지난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도 호투를 펼쳤다. 선발 등판해 6이닝 2안타 3볼넷 5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상대는 팀 타율 1위인 KIA. 게다가 KIA 선발 투수는 좌완 베테랑 양현종이었다.

원태인은 98개의 투구수로 6회까지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다. 최고 149㎞의 직구(31개)와 커터(24개), 체인지업(23개), 슬라이더(15개), 커브(5개)를 고루 섞으며 KIA 타선을 꽁꽁 묶었다.

원태인은 한 점도 안 내주고 6회까지를 책임졌고 6회말 삼성 타선이 상대 실책을 기회 삼아 1점을 뽑아내면서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다. 삼성은 7회에도 추가점을 내 리드를 잡았지만 불펜이 8,9회 한 점씩 따라잡히면서 동점이 됐고 원태인의 승리 투수 요건도 날아갔다. 연장 12회 2점을 허용하며 결국 패해 원태인이 가장 바라지 않았던 팀의 패배라는 결과를 안았다.

원태인 개인적으로는 지난 4월9일 롯데전부터 5월2일 두산전까지 5경기 연속 이어가던 승리의 행진을 이어가지 못했다.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는 물론 무실점 피칭을 했음에도 운이 따르지 않았다.

지난 8일 KIA전에서 선발 등판한 삼성 원태인. 삼성 라이온즈 제공



승패를 기록하지 않아 다음 경기에라도 연승을 이어갈 수 있지만, 최근 5경기에서 승률 100%를 자랑했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다승 부문에서는 KIA 윌 크로우와 공동 1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승리보다 더 귀중한 기록이 있다. 이날 호투로 원태인의 평균자책은 1.79에서 1.55까지 낮아졌다. KIA 외인 투수 제임스 네일이 1.26으로 여전히 격차가 있지만 국내 투수로만 보면 원태인이 단연 1위다. 게다가 국내 투수 중 유일한 1점대 평균자책이다.

프로야구가 2015년부터 10개 구단 체제로 접어들고 팀당 144경기를 치르는 장기 레이스에 돌입하면서 1점대 평균자책을 기록한 투수는 찾기 어려워졌다. 가장 최근 기록은 2010년 류현진이 기록한 1.82의 평균자책이었다. 류현진 조차도 10개 구단 체제를 겪지 못했다.

지난 시즌 리그를 평정한 NC 외인 투수 에릭 페디도 1점대 평균자책을 노려봤지만 결국 시즌을 마칠 때에는 한 끗 차이인 2.00을 기록했다.

키움 안우진도 커리어하이를 찍은 2022년에는 30경기 15승8패 224삼진 등을 기록하며 활약했으나 평균자책은 2.11이었다. 지난해에도 6월 말까지 14경기에서 5승4패 평균자책 1.61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높였지만 이후에는 페이스가 떨어지면서 1점대 평균자책도 붕괴됐다. 최종 성적은 24경기 9승7패 평균자책 2.39였다.

이렇게 어려운 기록이지만 올시즌 원태인의 활약을 보면 조심스럽게 1점대 평균자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원태인은 스스로 1점대 평균자책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놀라워하고 있다. 그는 최근 평균자책에 대해 “생각지도 못했다. 스프링캠프에서 공을 던지는 걸 늦게 시작했기에 시즌 초에 고전할 거라고 생각해서 어떻게든 버티기만하다보면 시즌 중후반에 스피드가 올라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욕심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2019년 1차 지명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에 데뷔한 원태인은 2021년에는 14승7패 평균자책 3.06을 기록하며 커리어하이를 썼다. 지금은 그 때보다 훨씬 페이스가 좋다. 게다가 경험의 힘도 더해졌다. 원태인은 “2021년에도 좋았지만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구위나 경기를 운영하는 능력이 그 때보다 발전했기에 나도 기대가 된다”고 했다.

삼성 원태인. 삼성 라이온즈 제공



실제로 원태인은 삼성의 토종 에이스로 계속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면서 지난해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아시안게임, 아시아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등 세 개의 국제 대회에 참가하면서 경험을 쌓았다. 피로는 적지 않게 쌓였지만 큰 무대에서의 경험이 원태인을 더욱 성장하게 했다.

시즌 전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LA 다저스가 개막전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면서 그들의 스파링 파트너인 ‘팀 코리아’의 일원에도 뽑혔던 원태인은 다저스 투수 타일러 글래스노우에게 커브를 배우기도 했다. 실제로 개막 후에도 종종 쓰이고 있는 중이다.

원태인은 “타자에게 커브도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주기 위해 장착을 시도했는데 스트라이크 비율도 점점높아지고 인플레이 타구로 아웃도 많이 된다. 타자들에게 제 구종이 하나 생겼다고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함께 호흡을 맞추는 포수 강민호도 적극적으로 사인을 낸다 원태인은 “5년 동안 커브 사인을 내준 적이 없는데 사인을 보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구나’라고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라고 했다.

좀 더 커진 꿈도 원태인에게 동기부여가 된다. 원태인은 그동안 항상 자신을 낮춰왔다. 그는 종종 “나는 안우진이나 문동주(한화)가 아니더라”고 말하곤 했다. 그래서 선수라면 한번쯤 꿈꿔볼만한 메이저리그 무대 대신 일본프로야구 진출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서울시리즈에서 자신의 공이 통한다는 걸 느낀 이후에는 목표가 조금 커졌다. 원태인은 “동기부여가 없지 않은 것 같다. 경기에 집중하다보니 세부 지표도 좋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이런 여러가지 요소들로 원태인은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원태인은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자리를 잡았지만 아직까지는 한 번도 타이틀을 가져가본 적이 없다. 커리어하이를 달성한 2021시즌에도 다승 부문에서는 4위에 머물렀다. 원태인 스스로도 “데뷔하고 나서 아직은 투수 분야에서 기록으로 1등을 해 본 적이 없다. 그래도 다치지 않고 꾸준하게 던진 것 자체로 인정을 받는 것 같다”라고 위안했다. 올시즌 목표는 시즌을 완주하는 것, 그리고 10승 달성이었다.

그러나 올해만큼은 욕심을 좀 더 내볼수 있다. 다승 부문은 물론 1점대 평균자책에서 계속 도전을 이어간다면 시즌 후 원태인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원태인이기에 가능할 수도 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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