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 이끄는 '저출생대응기획부', 추락하는 출산율 반등시킬까

김병규 2024. 5. 9.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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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저출생 극복 역량 총동원"…기존 저고위, 집행·예산권 없어 '한계'
실행력 담보한 정책 추진 기대…"부처간 통합 기능 갖추고, 전문가 목소리 반영해야"
'재원 마련' 등 과제…2년간 대책 못 내놓은 정부, 조직개편에 또 '허송세월' 우려도
출생아 수 하락, 고령화 상승(PG) [이태호, 정연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산 고령화에 대응하는 부처인 '저출생대응기획부'(가칭)를 부총리가 이끄는 조직으로 신설할 계획을 밝히면서 하락 일로를 걷는 출산율이 반등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 내 인구 정책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는 정책 집행권한과 예산권을 갖고 있지 않은 한계가 있어, 정부 부처가 신설되면 실행력을 담보하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다양한 부처에 흩어진 저출산 관련 정책을 위원회가 아닌 개별 부처가 담당할 경우 부처 간 조정을 통해 통합된 정책을 내놓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년간 임팩트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한 정부가 이제 와서 정부조직 개편을 추진하면서 한동안 더 허송세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위원회 조직이 저출산 정책 추진 한계…"국가어젠다 만들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9일 기자회견에서 "저출생 고령화를 대비하는 기획 부처인 가칭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하겠다"며 "저출생대응기획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도록 해서 교육, 노동, 복지를 아우르는 정책을 수립하고 단순한 복지정책 차원을 넘어 국가 어젠다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국가 비상사태라고 할 수 있는 저출생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저출생대응기획부가 어느 정도 규모로 신설돼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을 수행할지는 정부와 정치권에서 활발하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저고위 같은 위원회 조직을 남겨둬 부처 간 조정 역할을 맡길지, 저출생대응기획부가 이런 역할을 담당할지도 명확하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5.9 zjin@yna.co.kr

윤 대통령이 사회부총리가 이끄는 인구 정책 부처를 만들겠다고 한 것은 출산율 하락이 좀처럼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상황에서 '실행력 있는 정부 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 대응과 관련해서는 보건복지부가 인구 정책의 주무부처를 맡고 대통령이 위원장인 저고위가 전체 정부 부처를 총괄하는 형태이지만, 두 조직 모두 인구위기 상황을 벗어날 돌파구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의 경우 의료와 복지 전반을 총괄하는 상황에서 인구 정책은 후순위로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정부 들어서도 국민연금 개혁과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에 대응하기도 벅찬 모습이다.

저고위의 경우 독립적인 부처가 아닌 합의제 행정위원회여서 독자적으로 인구정책을 기획해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이 없고, 예산을 직접 꾸려 정책을 추진할 수도 없다.

2022년 저고위에 제출된 '인구전략과 거버넌스 개편(안) 연구'(연구책임자 이삼식 한양대학교 정책학과 교수) 보고서는 인구 관련 거버넌스의 핵심 문제로 저고위에 집행권과 예산권이 없다는 점을 들면서 각 부처와 지자체가 기본계획만 공유할 뿐, 정부 차원에서 인구변화에 대한 대응의 관점을 지향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저고위에는) 상시적으로 필요한 인구 정책을 도입하고, 기존 인구정책의 한계점을 개선하며, 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정책적 기제가 부족하다"며 "위원회 사무국이 관계부처와 협의해 세부 정책과제를 도출하는 방식인데, 관계부처들이 (부처) 고유 목적과 상대적으로 거리가 있는 인구 관련 정책에 대해 예산 배정에서 우선순위를 두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저출산대책ㆍ출산ㆍ육아(PG) [제작 이태호, 최자윤] 사진합성, 일러스트

'역대 최저' 반복하며 날개 없이 추락…정책 개발 '속도' 기대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 최악의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작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72명으로 전년의 0.78명보다 더 낮아졌다.

분기 출산율은 작년 4분기 0.65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내려왔다. 2021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0명에 못 미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50년가량 지난 2072년에는 작년 말 기준 5천144만명이던 인구가 3천622만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중위 연령(전체 인구 중 중간 연령)이 63.4세로,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환갑을 넘는 '노인 국가'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저출산으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2022년보다 34.75% 줄어들면서 한국의 2050년 국내총생산(GDP)이 28.38%나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정부 발표대로 인구 문제를 전담할 정부 부처가 생기면 이처럼 악화하는 저출산 상황의 반전을 모색하는 정책 개발이 신속하게 이뤄질 여지가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출산율의 추락이 계속되면서 다소 무리가 되거나 파격적으로 평가받더라도, 정부가 과감한 정치적 결단을 통해 저출산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져 왔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던 저고위는 이번 정부 들어 타 부처와 조율 없는 정책만 언론을 통해 흘렸다가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채 논란만 불러일으켰다.

정부 출범 초기 정치권 인사인 나경원 부위원장이 취임했지만, 자녀를 낳으면 대출원금을 탕감해주는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을 언급했다가 정치적 논란 끝에 사퇴했다.

이후에도 교육 재정에서 재원을 마련해 육아휴직 지원 기간과 대상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는 구상이 언론 보도에서 나왔지만, 교육계의 거센 반발에 제대로 논의를 벌이지도 못했다.

신생아 [연합뉴스TV 제공]

"거버넌스 강화 중요하지만, 통합추진 기능 보완 필요"

전문가들은 인구 관련 정부 거버넌스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인구 부처 신설 추진을 반기면서도, 여러 부처에 흩어져있는 인구 정책을 통합해서 추진할 체계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어떤 행태의 부처가 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면서 "(저출산) 상황이 급하니 (부처 신설이) 필요한 측면도 있지만, 다양한 부처에 흩어진 관련 정책을 통합해서 추진할 복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저출산은 주거, 육아, 일가정 양립, 노동, 수도권 집중 등 여러 문제가 있는데, 사회부총리가 맡는다고 하지만 이를 한 부처가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어떤 부처가 되고, 어떻게 통합 기능을 할지, 따로 (통합 기능을) 관리하는 위원회를 둘지 논의가 필요하다. 이런 장치 없이 부처로만 출범시킨다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처 형태라면 사업 위주로 정책이 추진돼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힘든 것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부처 간 통합 관리 기능은 저출산 대책에 막대한 예산 소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특히나 필요하다. 양육 관련 현금지원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연간 12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으로는, 정부가 출범 이후 제대로 된 대책을 못 내놓으면서도 이제서야 거버넌스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며, 인구 문제에 대한 안일한 인식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방소멸 (PG) [양온하 제작] 일러스트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자는 "정부 출범 2년이 되는 동안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도 수정하지 못했고 그럴듯한 비전도 제시하지 못했는데, 이제 와서 부처 신설을 추진한다고 한다"며 "부처 신설을 위해선 야권의 협조도 필요한데 다시 허송세월하며 시간을 낭비할까 걱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인구 정책은 안정성이 중요한데 나경원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경질 후 저고위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했다"며 "정부가 인구 문제는 한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고 협치를 통해 국회와 같이 보다 적극적으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kkim@yna.co.kr

[그래픽]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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