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악몽 되풀이되나…"中에 잡아먹힐 위기" 초비상 [박동휘의 산업 인사이트]

박동휘 2024. 5. 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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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 마한의 유령이 또 다시 세상을 떠돌고 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즈(FT)는 해양 패권을 쥐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정면 충돌을 다루면서 19세기 후반 미국의 군사 전략가인 마한을 소환했다.

 다른 전략 산업과 마찬가지로 중국 정부의 조선 산업 지원은 수익성에 좌우되지 않는다.

LOGINK는 중국 정부가 공공의 목적이라는 명분으로 전세계 주요 항구에 해상 물류 데이터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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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물류 장악한 中
패권 의지 드러낸 중국식 '변검'

‘알프레드 마한의 유령이 또 다시 세상을 떠돌고 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즈(FT)는 해양 패권을 쥐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정면 충돌을 다루면서 19세기 후반 미국의 군사 전략가인 마한을 소환했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재패한다’는 마한의 해양력(Sea Power) 이론은 미국의 운명을 바꿨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압도적인 해군력을 확보하면서 태평양과 대서양을 지배하는 해양 제국의 지위에 올랐다. 

마한의 이론은 제국주의 일본의 자양분이 되기도 했다. 러·일 전쟁의 주역 중 한 명이자, 일본에서 군신으로 추앙받는 도고 헤이하치로의 참모였던 아키야마 사네유키가 마한의 제자다. 러시아 발틱함대를 침몰시킨 일본의 해군력은 ‘동양평화론’을 주창하던 청년 안중근마저 감동시켰다.   

 미·중의 ‘해양력’ 대결

한반도의 전쟁사는 늘 육군력과 연결돼 있었다. 한족과 유목민의 충돌 여파가 한반도로 번지곤 했다. 북쪽을 방비하기에 급급했던 한반도의 지배 세력은 바다로 눈을 돌리지 못했다. 그 결과는 망국으로 귀결됐다. 100여 년 전 쓰디쓴 망국의 교훈을 우리는 되새기고 있나.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패권은 고사하고, 이번엔 중국의 야심에 잡아 먹힐 위기다. 컨테이너선을 포함해 전세계 무역선을 가장 많이 만드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이 선박 건조를 전략 산업으로 정한 건 2001년이다. 2015년엔 ‘제조 2025’의 10대 최우선 육성 산업 중 하나로 조선업을 선정했다. 다른 전략 산업과 마찬가지로 중국 정부의 조선 산업 지원은 수익성에 좌우되지 않는다.

그들의 목표는 중국에서 건조한 무역선이 세계의 바다를 누비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마치 화웨이의 통신 장비로 전세계 통신 네트워크를 잡으려했던 전략과 정확히 일치한다. 한국의 조선 ‘빅3’가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의 수주라는 말을 되풀이하는 건 기업 수익성엔 도움이 될진 몰라도, 해양 패권이란 측면에선 분명 마이너스다. 

게다가 중국은 해외 주요 항만 운영권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FT에 따르면 중국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항만은 96개에 달한다. 이 중 36개는 컨테이너 물동량 기준으로 세계 100위권에 있다. 중국 본토에만 100위권 항만이 25개에 달한다. 글로벌 톱 100 항만의 절반이 중국 손아위에 있다는 얘기다. 

해상물류 데이터 장악 나선 중국 

미국이 ‘LOGINK’라는 중국의 해상 물류 데이터 플랫폼을 제제 대상에 올린 건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지난해 7월 미 하원은 LOGINK의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국방수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더스티 존슨 의원은 “LOGINK는 엄청난 양의 모니터링, 데이터, 물류 인프라를 (중국 정부)에 제공하고 있다”며 “미국 항구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LOGINK는 중국 정부가 공공의 목적이라는 명분으로 전세계 주요 항구에 해상 물류 데이터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트래드링크에 따르면 2008년 중국 내 16개 항구로 시작한 LOGINK는 아시아 12개, 유럽 9개, 중동 3개 등 중국 외 지역의 최소 24개 항만과 협력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인천, 광양, 울산, 평택 등 국내 항만도 LOGINK를 활용한다. 

LOGINK는 중국식 변검의 여러 가면 중 하나다. 화웨이, 틱톡, 테무와 본질은 같다. 중국은 데이터가 현대 전쟁의 총칼임을 잘 안다. 예컨데 해상 물류를 통제할 수 있다면 중국은 알리, 테무, 쉬인에 특혜를 줄 수 있다.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총검이다. 정화의 함대를 스스로 침몰시켰던 중국은 600여 년 만에 해양 패권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진군하고 있다. 대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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