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9살때 집 나간 엄마, 20년후 나타나 딸 유산 60억 챙겨…‘구하라법’ 매듭짓길 [이은아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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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남매가 9살·11살 무렵 집을 나갔다.
아버지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전국을 떠돌며 일했고, 남매는 할머니와 고모 손에 자랐다.
그렇게 꺼져가던 불씨가 살아난 구하라법은 결국 지난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특수 직역에서 일하다 사망한 경우 지급된 보상금이나 보험금, 유족 급여를 양육책임을 다하지 않은 부모에게는 심의를 거쳐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지 않도록 하는'공무원 구하라법' '군인 구하라법' '선원 구하라법'은 이미 국회를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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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분 상실 규정 만들라며
구하라법 불씨 살린 헌재
상속 결격 사유 개정도
21대 국회가 매듭지어야
엄마는 남매가 9살·11살 무렵 집을 나갔다. 아버지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전국을 떠돌며 일했고, 남매는 할머니와 고모 손에 자랐다. 엄마에게 버림받은 상처, 엄마를 향한 그리움과 싸우며 살아온 남매에게 연락 한번 없었던 엄마가 다시 나타난 곳은 딸의 장례식장이었다. 변호사를 대동한 엄마의 의도는 분명했다. 딸이 남긴 유산을 챙기려는 것이었다.
다른 유족들은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는 상속 자격이 없다며 반발했지만, 법원은 친모의 손을 들어줬다. 딸의 유산은 150억원에 달했고 엄마는 이 가운데 40%를 상속받았다. 국민 정서와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민법상 사망한 사람에게 배우자나 자녀가 없으면 부모에게 상속권이 있기 때문이다.
법 통과는 쉽지 않았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은 폐기됐고,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재발의한 법안도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다양한 상황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기본법인 민법을 한두 가지의 문제를 염두에 두고 개정할 경우 다른 많은 사건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양육 의무를 게을리했는지는 상대적인 것이라 판단이 쉽지 않고, 자식이 부모를 용서했는데도 부모 이외의 다른 친족에게 상속이 이뤄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부모는 낳아준 것만으로도 상속인 자격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2017년 헌법재판소는 상속권과 관련해 “부양의무 이행의 개념은 상대적”이라며 “이를 상속결격 사유로 규정하게 되면 상속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빈번하게 돼 법적 안정성이 심각하게 저해된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부양의무와 관련한 전향적인 결정을 내놨다. 자녀를 돌보지 않은 부모나 패륜적 자녀를 유류분 청구 대상에서 제외할 기준이 없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민법 1112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상속 결격 사유가 아니라 유류분에 관한 결정이기는 하지만 구하라법에 대한 법적 근거를 제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게 꺼져가던 불씨가 살아난 구하라법은 결국 지난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사는 모습이 제각각인 현대사회에서 부모가 ‘부양의 의무’를 다했는지를 판단할 잣대를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식을 버린 것이 분명한 부모가 자녀의 유산과 보험금을 챙겨가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수 직역에서 일하다 사망한 경우 지급된 보상금이나 보험금, 유족 급여를 양육책임을 다하지 않은 부모에게는 심의를 거쳐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지 않도록 하는‘공무원 구하라법’ ‘군인 구하라법’ ‘선원 구하라법’은 이미 국회를 통과했다. 첫 발의 이후 5년 만에 소위를 통과한 구하라법은 이제 본회의 통과를 남겨두고 있다. 21대 국회의 밀린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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