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학에 전방위적 압력 개탄" 국립대 교수들 시국선언

정심교 기자 2024. 5. 9. 10:1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산=뉴스1) 윤일지 기자 = 7일 오후 부산대 대학본부에서 의과대학 증원 관련 학칙 개정을 위해 교무회의가 열린 가운데 의과대학생들과 교수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부산대 언론사 채널PNU 제공) 2024.5.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부산=뉴스1) 윤일지 기자

의대 증원책을 놓고 '의사집단'과 '보건복지부'의 대립각에 '대학'과 '교육부'까지 합세하면서 국립대 교수들이 9일 "의료계의 전문성과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제대로 된 의료 개혁을 통해 국민의 불안과 불편이 하루빨리 해소돼야 한다"며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7일 오후 부산대가 학칙 개정 부결로 의대 정원을 늘리지 않기로 시도한 데 대해 8일 교육부가 시정명령과 학생 모집 정지 등 행정조치 계획을 거론한 데 대해 발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거점국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하 거국련)는 시국선언에서 "대학의 자율성은 교육의 건전성과 경쟁력을 좌우함에도 이를 지켜준 정권은 거의 없고 포퓰리즘적 교육과 입시 정책을 남발해 고등교육이 병들고 있다"며 "이번 의료사태 또한 정부가 대학의 자율성과 의료계의 전문성을 무시하면서 의대 정원 증원에만 몰두해 기존 의료 및 교육 시스템을 흔들고 국민의 불안을 가중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에 대한 법원의 요구로 정책의 무모한 추진이 밝혀졌음에도 정부는 합법적인 의사결정조차 무시하면서 각 대학에 전방위적인 압력을 행사하고 있어 개탄을 금치 못한다"라고도 규탄했다.

이들은 △의료서비스의 양극화 해소 △미래지향적 의료체계 수립을 위한 정부의 개혁정책에 반대하지는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또 "일부 의사 단체의 일방적인 정원 증원 원점 재검토 요구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도 했다. 이는 그간 대한의사협회를 주축으로 의사집단이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를 주장해온 것과 거리를 둔 것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정부를 향해 "의료 개혁 추진이 아무리 시급해도 절차적 정당성과 의료계와 교육계의 전문성, 그리고 헌법에 명시된 대학의 자율성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거국련은 국민의 어려움을 해소하겠다는 사명감으로 정부와 의료계 모두에게 현실을 직시해 문제를 해결하기를 엄중히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모든 국민이 공감하는 제대로 된 의료 개혁과 더 큰 혼란을 막기 위해 정부와 의료계에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며 5가지 요구사항을 적시했다.

그 내용은 △정부는 의대 증원 목표치에 연연하지 말고 법원의 판결과 각 대학의 결정을 존중해 정원을 추가 조정할 것 △의대 정원은 공신력 있는 의학교육 평가기관에서 각 대학의 인프라를 세밀하게 분석해 2025년 의대 정원 증원과 상관없이 합리적으로 조정할 것 △의대 정원 증원만으로 필수진료의 역량은 강화될 수 없기 때문에 정부는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대책을 의료 개혁과 병행해 추진해달라는 것이다.

또 대학과 전공의·의대생을 향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대학은 의대 정원 증원을 재정 확충이나 정원미달 해소의 방편으로 활용해서는 안 되고, 민관 협의체를 통해 유 청소년 교육과 입시제도를 개혁해 분야 및 수도권 쏠림 현상을 포함한 여러 문제를 해소할 것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국민과 환자들을 위해 병원과 대학으로 하루빨리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오석환 교육부 차관이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대정원 배정절차 관련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의대정원 배정위원회는 회의록 작성 의무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왼쪽은 심민철 인재정책기획관. 2024.05.08. ppkjm@newsis.com /사진=강종민

거국련은 "헌법에 명시된 학문의 자유는 대학의 자율성으로 뒷받침된다"며 "정부가 정책의 문제점을 수정하지 않고 절차의 정당성조차 확보하지 않으면서 계속 대학 자율성을 침해한다면 거국련은 모든 대학과 연대해 헌법 정신을 수호하고 국민 모두의 안녕과 평온을 지키기 위해 헌신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번 선언서에 목소리를 낸 교수들은 △강원대 교수회 우흥명 회장 △경상국립대 교수회 민병익 회장 △부산대 교수회 김정구 회장 △서울대 교수회 임정묵 회장 △전남대 교수회 김재관 회장 △전북대 교수회 김동근 회장 △제주대 교수회 양창용 회장 △충남대 교수회 최인호 회장 △충북대 교수회 박종진 회장 등 9명이다. 이들의 소속 대학 모두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을 갖고 있다.

한편 지난 7일 부산대가 '학칙 개정'을 불발시키는 방법으로 의대 증원을 막으려 시도하면서 전국 의대가 학칙 개정 불발 움직임에 연달아 동참할지 주목된다. 의대 정원을 늘리려면 학칙을 개정해야하는데 부산대는 이 학칙의 개정을 막는 방법으로 의대 증원을 저지하려는 첫 시도를 했다. 학칙 개정 불발 사태에 대해 교육부는 "시정명령을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학생 모집 정지 등 행정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국립대 의대도 학칙 개정 반대에 나설수도 있어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