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더라도 맞고 지자” KIA 불펜에 터프가이가 있다···만루의 남자, 전상현

김은진 기자 2024. 5. 9.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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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전상현이 지난 8일 대구 삼성전에서 연장 10회말 등판해 힘껏 투구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전상현(28·KIA)은 지난 4월13일 대전 한화전에서 무사 만루에 등판했다. 11-9로 앞서던 8회말이었다. 11-2로 크게 앞서다 7회말 우르르 7점이나 내주면서 아끼려던 필승계투조가 투입되고 분위기상 KIA 투수들이 몰려있던 경기였다.

무사 만루에서 전상현은 한화 4번 타자 노시환을 9구까지 싸워 2루수 인필드플라이로 잡은 뒤 5번 김태연을 초구에 유격수 병살타로 잡았다. 최소 1점은 주는 것이 당연해 보였던 상황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기적의 투구였다. 전상현은 “당시에 2점 차가 아니라 3점 차인 줄 알고 던졌다”고 뒷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지난 8일 대구 삼성전에서 전상현은 다시 만루를 막아냈다. 2-2로 맞선 연장 10회말이었다. 9회 등판해 잘 던진 최지민이 1사후 갑자기 2연속 볼넷을 내주고 말았다. 삼성으로 분위기가 넘어가는 흐름의 1사 1·2루에서 KIA는 전상현을 택했다.

KIA 전상현이 힘껏 투구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전상현은 첫 타자 대타 김헌곤에게 좌전안타를 맞아 스스로 만루를 채워버렸다. 뭐든 끝내기가 나오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워진 상황에서 전상현은 1번 타자 김성윤을 상대로 7구째에 포크볼을 던져 2루 땅볼로 유도했다. 2루수 서건창이 바로 잡아 홈 승부, 실점을 막아냈다. 전상현은 2번 류지혁과의 승부에서는 3구 연속 볼을 던졌다. 불리한 카운트, 4구째를 한가운데로 집어넣어 스트라이크를 잡은 전상현은 5구째도 직구 승부했고 류지혁이 받아친 타구는 우익수에게 잡혔다. 전상현은 또 만루에서 실점하지 않았다.

올시즌 전상현의 기출루자 득점 허용률(IRS)은 0이다. 주자 있을 때 등판해도 그 주자에게는 득점을 주지 않는다. KIA의 필승계투조 중에서도 가장 안정적이다. 4월 중순에 2경기 연속 홈런을 맞으면서 실점이 몰려 평균자책은 현재 5.06이지만 승계주자가 있을 때는 KIA 필승계투조 중에서 가장 든든한 투구를 해주고 있다.

성격이 터프하지는 않지만 터프한 상황을 차분한 투구로 잘 막아내면서, 승부해야 할 때는 과감하게 들어가는 배짱은 위기 돌파의 비결이다.

KIA 전상현이 지난 4월13일 대전 한화전 승리 뒤 이범호 KIA 감독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전상현은 8일 승리 뒤 “위기 상황에 등판해서 어떻게든 막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는데 투구 밸런스가 좋지 않아 승부가 쉽지 않았다. 안타를 맞아 만루가 됐기 때문에 김성윤을 삼진으로 잡으려고 좀 더 공격적으로 던졌다. 그런데 계속 커트가 되길래 삼진 아니라도 땅볼로 유도하면 되겠다 생각해 포크볼을 던졌다”고 말했다.

계속된 만루에서 볼카운트 3B-0S로 몰렸던 류지혁과의 승부에 대해서는 “지더라도 볼넷 말고 맞아서 져야지 생각하고 가운데로 던졌다. 그 다음 3B-1S에서 던진 공도 위험했는데 운 좋게 뜬 공으로 처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전상현의 10회말 투구는 이날 KIA가 연장 12회초 2득점 해 4-2로 역전승을 거두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승부로 남았다. 이범호 KIA 감독도 “불펜진이 각자 역할을 잘 해줬다. 특히 10회말 1사 1·2루 위기를 막아낸 전상현과 2이닝을 책임진 정해영이 돋보였다”며 마무리 정해영과 함께 전상현의 호투를 높이 평가했다.

전상현은 4월19일 NC전부터 4월26일 LG전까지 3경기 연속 실점하면서 잠시 고비를 겪었으나 이후 다시 3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쾌투를 펼치고 있다. 2승2패 7홀드를 기록 중이다.

대구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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