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다" 신인이 3구삼진 먹고 웃고 있네…'히어로즈 군기반장' 이숭용 감독이 변했다

신원철 기자 2024. 5. 9.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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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SG 내야수 정준재 ⓒSSG랜더스
▲ 이숭용 감독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첫 타석에 삼진 당했는데 보니까 웃고 있더라고요. 코치들한테 그랬죠. 저쪽 재밌다."

SSG 랜더스 이숭용 감독은 현역 시절 '숭캡'이라고 불렸다. 그만큼 주장이 잘 어울리는, 리더십이 넘치는 선수였다. 규율이 확실했던 시대, 당시의 캡틴은 자연스럽게 '군기반장'도 맡아야 했다. 그런데 지금 이숭용 감독은 그때와 다르다.

8일 LG 트윈스와 경기를 앞두고 이숭용 감독은 전날(7일) 송영진과 정준재 두 어린 선수들의 활약이 1승 이상의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성적을 내면서 유망주까지 키우는 '두 마리 토끼 사냥'의 모범 사례라는 얘기다. 그는 "두 마리 토끼 잡겠다고 했으니까 과감하게 하려고 한다. 선수들이 올라와서 잘 해주니까 고맙고 나도 자신감이 붙는다. 새로운 선수가 나오면 우리 팀이 또 강해지는 거다"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과감하게 새로운 얼굴을 실전에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인 내야수 정준재와의 일화를 들려줬다. 정준재는 7일 LG와 경기에 선발 출전해 4회 1타점 2루타로 팀의 4-2 승리를 도왔다. 데뷔 첫 안타이자 이날 경기의 결승타였다.

▲ SSG 랜더스 2024년 신인 정준재는 7일 LG 트윈스와 경기에서 데뷔 첫 안타로 결승타를 기록했다. ⓒSSG랜더스

2회 첫 타석에서는 최원태의 변화구 3개에 전부 헛스윙하고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숭용 감독은 이때 정준재의 표정을 유심히 봤다. 8일 경기 전 이숭용 감독은 "(정준재가)첫 타석 삼진을 당하고 나서 보니까 웃으면서 동료들과 얘기하고 있더라. 송신영 코치였나? 옆에 코치에게 '(우리 때면)첫 타석에 삼진 당하고 와서 웃을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 같은데'하면서 저쪽 재밌다"고 말했다.

두 번째 타석에서는 보란듯 적시타를 날렸다. 5회에는 2사 1, 3루에서 김대현의 포크볼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이 타석에 앞서 SSG 벤치에서는 정준재에게 강공 아닌 기습번트도 생각해 보라고 조언했다고. 이숭용 감독은 여기서 또 정준재에게 놀랐다.

이숭용 감독은 "세 번째 타석은 1, 3루 상황이었다. 그래서 코치 통해서 기습번트도 한 번 생각해 보라고 했는데 '치고 싶다는데요' 하더라. (정준재를) 불러서 마음대로 해보라고 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감독하면서 놀라는 순간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요즘 선수들은 자기 표현을 잘한다. 오히려 그래서 편하다. 선수들이 그렇게 실패도 맛보고, 그런 상황이 오면 왜 감독 코치가 그런 조언을 했는지 생각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치고 싶다고 하고 삼진은 먹었지만 얻은 것이 있을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숭용 감독은 "선수들이 스스로 움직이면 감독은 사인을 따로 낼 필요가 없다. 내가 원하는 야구가 그런 거다. 감독의 사인에 의해서 하는 야구가 아니라 선수들이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야구. 그래서 지금 선수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그래서 상대가 우리를 껄끄럽게 생각하지 않을까. 5할 이상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이유는 선수들과 코치들이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이숭용 감독 ⓒ곽혜미 기자

이숭용 감독은 "나도 현역 때는 (군기 잡기로)만만치 않은 사람이었다. SSG 감독이 되고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강압적인 것보다는 풀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왔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관대하게, 권한을 주고 책임감을 갖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요즘은 이숭용 감독과 현역 시절부터 함께 뛰었던 코치들이 오히려 더 눈치를 본다. 이숭용 감독은 "(히어로즈에서)군기반장 오래 했다. 송신영 코치나 강병식 코치는 내 성향을 잘 안다. 그래서 낯설어 한다. 두 코치가 (선수들보다)더 긴장한다. 송신영 코치는 나한테 '덕장 되셨습니다' 하더라. 예전에는 본헤드플레이 나오면 바로 얘기하는 성향이었다. 실책이나 못 치는 것은 괜찮지만 기본적인 것들을 놓치면 가만히 있지 않는 무서운 선배였다. 지금은 내려놓고 있다. 선수들이 편하게 느끼고 잘 뛰고 있으니까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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