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에게 유리할텐데… 또 미뤄진 '임대차 신고제'의 모순

최아름 기자 2024. 5. 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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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2021년 임대차 신고제 의무화
미신고 과태료 부과 계속 연기
홍보 부족해 덜 알려진 데다
취약계층에 부담준다는 게 이유
하지만 집주인 편의 봐준단 지적도

2021년 6월부터 '임대차 신고제'가 의무화했다. 임대료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모든 전세ㆍ월세 계약의 내용을 계약 시점부터 30일 이내에 신고해야 한다. 만약 신고하지 않으면 임대인과 임차인은 과태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이 제도는 2년째 미뤄지고 있다. 국토부는 '취약계층의 과태료 부담 완화'를 그 이유로 들고 있지만, 정작 임대인에게 도움을 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두 차례나 임대차 신고제 과태료 부과 시점을 연기했다.[사진=뉴시스]

지키지 않아도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는 의무가 있다. 벌금도, 처벌도 없다. 다름 아닌 임대차 신고제다. 정부는 2021년 6월 '부동산거래신고법(제6조의2)'의 일부 개정을 요청해 임대차 신고제를 도입했는데, 골자는 다음과 같았다.

"임대인과 임차인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후 30일 이내에 계약 내용을 지자체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 대상은 보증금이 6000만원 이상이거나 월 임대료가 30만원 이상인 임대 계약이다. 의무를 따르지 않으면 보증금 액수와 미신고 기간을 고려해 최저 4만원부터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 '법망' 밖에 있다. 임대인이든 임차인이든 신고 의무를 따르지 않아도 과태료를 내지 않는다. 국토교통부가 과태료 부과 시점을 두차례나 미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애초 2021년 6월부터 2023년 5월까지 2년에 걸친 계도기간 후엔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시행 시점을 2023년 5월에 1년, 2024년 4월에 다시 1년 미뤘다. 신고 편의를 향상하고 국민의 과태료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취지에서였다.

국토부가 과태료 부과 시점만 미룬 건 아니다. 언급했듯 '과태료 부담'도 완화하고 있다. 국토부는 두번째 과태료 부과 연기를 알리면서 "전월세 세입자 중 주거취약계층이 상당수라는 걸 고려할 때 과태료를 현행의 20~50% 수준으로 낮추는 걸 검토하겠다"며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국토부가 임대차 신고제의 효과를 인정하지 않는 건 아니다. 임대차 시장을 투명화하기 위해선 임대차 신고제가 필요하다는 건 국토부도 동의한다. 가령, 임대차 계약이 이뤄진 날, 주소와 임대료 수준을 파악하면 전월세 임대료를 현실화할 수 있다. 아울러 임대차 신고제와 함께 국회 문턱을 넘었던 계약갱신청구권, 갱신계약시 임대료 상한제의 영향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장점이 분명한데도 국토부가 과태료 부과 시점을 거듭 미루는 이유는 뭘까. "과태료가 주거취약계층에게 무거운 부담일 수 있다"는 국토부의 주장 외 이유는 더 있다. 첫째,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아도 임대차 신고 건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과태료란 강제력을 쓰지 않은 상황에서 임대차 신고가 관행이 되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을 것이라는 게 국토부의 기대다.

둘째는 과태료를 부과하기엔 아직까지 홍보가 부족하단 점이다. 실제로 임대차 계약서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확정일자'와 '임대차 신고'를 같은 법적 절차로 오인하는 경우는 숱하다. 국토부는 "오인 탓에 임대차 신고를 하지 않은 것까지 과태료를 부과하는 건 과도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국토부가 과태료 부과 시점을 계속 미루는 건 임대인에게 더 유리한 결정"이란 지적도 나온다. 임대차 신고제가 정착하면 정부 차원에서 보증금 6000만원 이상, 월 임대료 30만원 이상의 거래를 집계할 수 있어서 시장이 투명해지고, 임차인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얘기다.

조정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토지주택위원장(감정평가사)의 말을 들어보자. "임대차 신고제가 제도적으로 정착하면 부동산 거래가 모두 드러납니다. 이 때문에 함부로 탈세하는 것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죠. 임대차 신고제를 미루는 게 '임대인을 위한 것'이란 비판이 나오는 건 이 때문입니다. 국토부의 주장을 받아들이더라도 임대차 신고제를 빨리 정착시키는 게 좋습니다."

임대인에게는 감추고 싶은 정보지만 임대료 정보가 투명해질수록 임차인들은 안전해질 가능성이 높다. 시세 정보가 투명해지면 과중한 보증금을 내고 계약할 가능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과태료 부과'란 법적 장치를 계속 미루는 상황에서 국토부는 임대차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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