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는 등장인물, 선율은 스토리… 어린이를 위한 ‘관현악 동화’[이 남자의 클래식]

2024. 5. 9.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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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조기 교육이 아니라 조기 체험이 중요하다.

영유아 때부터 음악적 경험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니 악기를 고를 때에도 그 과정이 합리적일 수밖에 없다.

클래식 음악을 처음 접하면 이구동성 어렵다고들 말한다.

바로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1891∼1953)의 음악 동화 '피터와 늑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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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프로코피예프 ‘피터와 늑대’
소련 공산정권하 아이들 위한
해설 곁들인 오케스트라 작품
피터는 현악기, 늑대는 호른…
악기만으로 이야기 진행 감탄

음악은 조기 교육이 아니라 조기 체험이 중요하다. 유학 시절 관찰한 독일의 음악 교육은 참으로 풍요로웠다. 4세까지는 엄마, 아빠 무릎에 앉아 음악을 듣게 하는데, 실상은 어른들이 놀고 즐기는 것이고 아이에게는 그런 환경에 노출시키는 게 다였다. 5세부터 7세까지는 발 구르고 손뼉 치고 탬버린을 흔드는 리듬 놀이만 하고 악기는 초등학교 입학 즈음에야 입문하게 한다. 여러 악기를 보여주고 시연해 보면서 자기가 배우고 싶은 것을 직접 고르는 것이다.

영유아 때부터 음악적 경험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니 악기를 고를 때에도 그 과정이 합리적일 수밖에 없다. 국가에서 음악적 인프라를 만들고 끊임없이 투자하는 것도 우리나라와는 대비되는 풍경이었다. 아이들을 위한 음악적 체험은 꼭 시스템이 갖춰져야만 가능한 일은 아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가 직접 해주는 것이다. 어차피 음악에는 정답이 없으니 말이다. 클래식 음악을 처음 접하면 이구동성 어렵다고들 말한다. 실상은 어려운 게 아니라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일 뿐이다. 장조가 뭔지 단조가 뭔지 모르는 아이들도 신기하게 단조를 들으면 슬프다는 표현을 한다. 현악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목관악기를 좋아하는 아이도 있고, 사람의 목소리에 감동을 받는 아이도 있다.

서서히 취향이 생기기 시작하면 그다음엔 어떤 곡을 들어야 할지 부모나 아이 스스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한 안성맞춤의 작품이 있다. 바로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1891∼1953)의 음악 동화 ‘피터와 늑대’다.

1936년 프로코피예프는 극장 측으로부터 어린이를 위한 음악 작품을 하나 작곡해 달라는 제안을 받게 된다. 당시 7세와 10세의 아이들을 두었던 프로코피예프는 자신의 아이들을 생각하며 삭막한 공산주의 정권 아래 살고 있는 모든 소련 어린이들을 위한 작품 ‘피터와 늑대’를 2주 만에 작곡한다. 작품은 해설과 함께 오케스트라가 펼쳐내는 한 편의 음악 동화 형식으로 돼 있다. 음악은 물론 해설을 위한 내레이션의 각본 모두 프로코피예프가 직접 완성했다.

작품은 전체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부분은 동화 속 등장인물들을 담당하는 악기와 주제 선율을 들려준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해설자의 내레이션과 함께 피터와 늑대를 둘러싼 이야기를 상상력을 자극하는 오케스트라로 펼쳐낸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인 소년 피터가 목장에서 새와 오리, 고양이와 함께 즐겁게 놀고 있다. 그런데 이때 할아버지가 나타나 목장은 위험한 곳이라며, 특히 늑대를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꾸짖고 피터를 집으로 데려온다. 그러자 할아버지의 말처럼 목장에 늑대가 나타나 한바탕 아수라장이 펼쳐지고, 오리를 잡아먹고야 만다. 이 장면을 모두 지켜보고 있던 피터는 용기를 내어 단단한 밧줄을 들고나와 올가미로 늑대를 사로잡는다. 이를 지나가던 사냥꾼들이 발견하게 되고 총을 겨누자 피터는 이를 만류하며 사로잡은 늑대를 동물원으로 데려다준다는 내용이다. 세 번째 파트에서는 용감하고 착한 마음씨의 피터를 칭찬하는 듯한 힘찬 행진곡이 울려 퍼지며 막을 내린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오늘의 추천곡프로코피예프, ‘피터와 늑대’

가장 대표적인 가족 클래식 음악으로 1936년 5월 모스크바의 아동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소규모의 편성임에도 최대의 극적 효과를 이끌어내는 발군의 관현악 기법이 발휘된 작품이다. 인물의 등장 없이 악기만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데 소년 피터는 현악사중주를 중심으로 한 모든 악기들로 그려낸다. 그리고 이야기에 등장하는 근엄한 할아버지는 바순, 새는 플루트, 고양이는 클라리넷, 늑대에게 잡아먹히는 오리는 오보에, 늑대는 3대의 호른으로 묘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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