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이패드 공개 하루만에... 예술인들 분노케한 ‘광고의 신’ 애플

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2024. 5. 9.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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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애플이 공개한 아이패드 신제품 광고에서 카메라 등 예술에 쓰이는 도구들이 짓뭉게지는 장면./애플 유튜브 캡처

대중의 취향을 정확히 꿰뚫어 ‘광고의 신’으로 불리는 애플이 감을 잃은 걸까. 지난 7일 아이패드 신제품 출시와 함께 공개된 1분 7초짜리 광고가 소셜미디어에서 큰 역풍을 맞고 있다.

7일 애플이 공개한 아이패드 신제품 광고에서 모든 아날로그 예술 도구들이 짓뭉게진 이후 남은 아이패드의 모습./애플

‘크러시(Crush)!’라는 제목의 아이패드 프로 광고는 거대한 압축기 아래 다양한 사물이 놓여 있는 공간이 비춰지며 시작된다. 70년대 팝가수 소니 앤 셰어의 ‘내가 필요한 건 당신뿐(All I ever need is you)’의 노래가 시작됨과 동시에 물감, 피아노, 카메라, 컴퓨터 등 사물 위로 압축 프레스가 서서히 내려오고, 트럼펫을 시작으로 조각상, 게임기 등이 차례로 짓뭉개진다. 모든 사물이 뭉개진 뒤 남은 것은 아이패드 프로 한 장. 회화, 작곡, 촬영, 게임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기는 데 아이패드 한 장이면 된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었다.

하지만 여론은 엉뚱한 방향으로 튀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일자리를 잃어가는 예술인들이 해당 광고가 ‘실직 공포’를 자극한다고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만화가 제임스 코찰카는 X 계정에서 “이 광고는 모든 종류의 예술가를 모욕하고 있다”고 했고, 영국 배우 휴 그랜트 역시 “실리콘밸리가 만든 인간 경험의 파괴”라고 지적했다. 광고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실패한 적이 드문 애플엔 이례적인 굴욕 사례다.

40년 전 애플 매킨토시 광고./애플

애플 광고는 시대를 앞서가는 창의성과 세련됨으로 주목받아 왔다. 1984년 당시 컴퓨터 시장을 독점하던 IBM을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빅브러더로 표현하고, 매킨토시를 출시한 애플을 이를 파괴하는 저항의 아이콘으로 만든 광고는 미국 내 애플 인지도를 단 10%대에서 80%로 높인 성공 사례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광고로) 애플은 아날로그 세계를 이겨먹은 디지털 승자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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