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과 없애려는 거냐”…학내 반발에 대학들 ‘무전공 선발’ 속도조절

서정원 기자(jungwon.seo@mk.co.kr) 2024. 5. 9.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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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기과 소멸 우려에 신중론
서울대, 400명→160명 줄여
고려대도 300명서 줄어들 듯
재정난 겪는 지방대는 늘려
서울대학교 정문 [사진 = 연합뉴스]
서울대·고려대 등 일부 대학이 무전공 선발 인원을 당초 논의보다 축소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정부가 재정지원을 내세워 대학들 무전공 선발 확대를 독려하고 있지만, 학내 반발이 워낙 거세 일부 대학에선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반면 정부 지원금이 절실한 대학들은 적극적으로 무전공 선발을 확대하고 있다.

8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대는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학부대학 신입생 정원을 160명 안팎으로 잠정 결정하고 학내 논의를 진행 중이다. 자유전공학부 123명과 40명 내외 ‘학부대학 광역’(가칭) 계열로 구성될 예정으로, 이달 말 최종 확정된다. 앞서 서울대 일각에선 학부대학 정원을 400명까지로 늘리는 방안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하면 규모가 크게 줄어든 셈이다. 다만 서울대는 “400명이란 수치는 토의된 바 없다”고 했다.

정원을 학부 대학에 양보해야 하는 기존 단과대들의 반발에 부딪힌 탓이다. 수도권 대학은 수도권 정비계획법 규제로 인해 마음대로 정원을 늘릴 수 없어 새 학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 학과 정원을 줄여야 한다. 특히 사회대, 경영대 등 정원 감축분이 큰 단과대에서 불만이 거셌다고 한다. 서울대는 인문대, 사회과학대, 자연과학대, 경영대, 공과대, 농업생명과학대, 생활과학대 등 관련 단과대와 세부 수치를 조율 중으로 조만간 학부대학 정원을 확정할 예정이다.

앞서 300여명 규모로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하기로 했던 고려대학교도 인원 축소를 검토 중이다. 서울대와 마찬가지로 정원을 양보해야 하는 단과대들이 교수회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정원 차출 규모를 결론 내리지 못하면서다. 고려대 관계자는 “300여명 규모에서 변동이 있을 것으로, 더 많아지는 방향은 아니다”며 “입학정원이 수십 명인 기초학문 학과는 정원을 쉽게 줄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연세대학교도 관련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학생들이 다양한 전공을 부전공, 복수전공, 연계전공 등 방식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율학기제’를 2학기 시범 운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규모와 시기 등을 확정하지 못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관련 부처들이 협의 중으로 아직 2학기에 시행할지도 명확하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 대학은 무전공 확대 논의가 급하게 진행된 만큼 학내 반발을 무릅쓰고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앞서 정부는 올해 1월 들어서야 무전공 선발 확대 추진을 발표했다. 당장 올해부터 모집인원 대비 일정 비율을 무전공으로 선발하면 대학당 수십억원을 지원받을 수 있는 ‘대학혁신지원사업’에서 가산점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대학가에선 ‘대입 사전예고제’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예측가능성을 위해 입학 연도 1년 10개월 전까지 시행계획을 공표하도록 하는데 입시를 불과 몇 개월 앞두고 정원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문 다양성 차원에서 취업률에 얽매이지 않고 인문학 관련 학과 등 소수학과를 유지하겠다는 취지도 있다. 서울대 총장을 지낸 오연천 울산대 총장은 “서울대·고려대·연세대는 학문 후속 세대 양성에 큰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지난달 덕성여자대학교는 2025학년도부터 독어독문학과와 불어불문학과를 폐지하고 259명 규모의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정혜중 전국사립대학교 인문대학장 협의회장은 “교육부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무전공 입학 비율을 늘려야 하는데 타 전공 정원을 줄이는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반면 학령인구 감소로 등록금 수입이 줄어 정부 지원금 한 푼이 아쉬운 대학들은 지방대를 중심으로 적극 무전공 선발 확대에 나서고 있다. 경기대는 자유전공학부와 통합 모집단위를 신설해 576명을 무전공·광역 선발로 모집하는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 변경안을 일찌감치 확정했다. 공주대와 한밭대도 올해부터 무전공 학과를 신설해 전체 모집인원의 약 30%를 무전공·광역 선발로 모집할 예정이다. 국민대는 2026학년도부터 인문기술융합학부를 신설해 전체 모집인원의 약 30%를 무전공·광역선발로 모집한다. 단국대도 ‘퇴계혁신칼리지’와 ‘율곡혁신칼리지’라는 이름의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해 440명 가량의 신입생을 2026학년도부터 모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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