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아파트를 누가 사겠냐"…일산 집주인들 '부글부글'
경기북도 새 이름 '평화누리특별자치도' 거론되자
이름에 거부감, 반대 목소리 거세
대장지 '고양시' 예상되지만
GTX-A 개통·1기 신도시 호재에도 집값 '주춤'
경기북부특별자치도(경기북도) 새 이름으로 '평화누리특별자치도(평누도)'가 거론되면서 반발이 거세다. 벌써 4만명이 넘는 주민들이 "평화누리특별자치도는 안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경기도를 분리하는 정책에는 찬반이 갈리긴 했지만, 명칭에 있어서는 반대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부동산 시장 안팎에서는 '이름값이 집값'이라는 믿음이 있는 만큼 거부감이 있는 이름은 집값에 도움이 안된다고 여기고 있다.
"평화누리특별자치도라니…집값에 도움 안돼"
9일 경기도민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평화누리자치도(경기북도 분도)를 반대합니다'라는 게시글은 게시한지 일주일 만에 4만5077명이 동의했다. 남양주시민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분도가 주민 의견을 반영한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평화누리 명칭 또한 이념 주의에 찌든 명칭인데다 시대에 역행하는 우스꽝스러운 이름"이라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인구 소멸 시대에 행정력을 나눌 명분이 빈약하고 분도에 따른 세금의 낭비, 경기북부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도 빈약하다"며 "지역 분리 정책을 즉각 멈춰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해당 청원을 비롯해 경기도 북부 일부 기초지자체의 SNS에도 새 이름과 분도를 반대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그동안 경기북부특별자치도가 설치되면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는 도민들이 꽤 있었다. 경기연구원이 지난해 말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경기북부 특별자치도 설치와 경기북부 발전 전략 수립을 위한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 답변자의 15.1%가 특별도가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킬 것'이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경기도가 경기북도 이름을 평화누리특별자치도로 정한다는 발표 이후에는 분위기가 급격히 바뀌었다.
특히 집값에 예민한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행정상 큰일이 이렇게 쉽게 진행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평누도 아파트를 누가 사겠냐", "평화누리라는 말 자체도 촌스럽다", "괜한 세금 낭비 말고 경기 북부 발전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 등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경기북도 분도와 '평화누리특별자치도'라는 이름이 집값 상승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경기도는 판교신도시나 분당신도시, 과천시 등 서울과 집값이 버금가는 곳이 있기 때문에 집값이 버티고 있는 것"이라면서 "만약 경기북도가 분도한다면 이미지나 실질적인 인프라 측면에서 경기 남부보다 부족하다보니 집값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예측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성남시에 사는 사람들은 분당에 산다고 말하고 화성시에 사는 사람들은 동탄에 산다고 말하는 것도 이름값이 집값이라고 여기는 풍조 때문"이라며 "분도도 찬반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이름까지 호감을 주지 못한다면 주민들의 찬성을 얻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경기북도 분도한다면…대장은 어디가 될까
경기북도 분도는 2022년 당시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에 당선되면서 도화선을 당겼다. 지난해 2월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안'이 국회에 발의되기도 했다.
서울시와 인천시가 분리된 이후 경기도가 북쪽과 남쪽으로 나눠지면서 연결이 느슨해지자 고양시, 구리시, 남양주시, 동두천시, 가평군, 양주시, 연천군, 의정부시, 포천시, 파주시 등을 따로 떼어내겠다는 방안이 나온 것이다.
만약 경기북도가 떨어져 나온다면 대장 아파트는 어느 지역이 될까. 시군별 집값을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전용 84㎡ 기준으로 살펴보면 현시점에서 이들 10개 지역 중 집값이 가장 높은 곳은 고양시다.
고양시는 집값 급등기였던 2021년,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아파트값이 15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집값이 전반적으로 하락했고,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일산동구 장항동에 있는 킨텍스원시티2블럭 전용 84㎡는 지난 2월 12억4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일산서구에 대화동에 있는 ‘한화 포레나 킨텍스’ 전용 84㎡도 지난 3월 11억2500만원에 팔렸고, 덕양구 덕은동에 있는 ‘DMC디에트르한강’도 지난달 11억원에 거래돼 10억원 이상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일산동구와 일산서구의 경우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호재가 있다. A노선 가운데 동탄~수서 구간은 이미 개통돼 동탄신도시 역세권 집값이 22억원까지 치솟았지만 킨텍스 역시 올 연말 개통 예정임에도 이들 지역 집값은 요지부동이다.
일산동구 장항동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거래가 활발하진 않고 가끔 한두 건씩 이뤄지고 있다. 매수인과 매도인이 원하는 가격 눈높이가 너무 다르다"며 "화성시 동탄신도시와 다르게 인프라 등에서 차이가 있다 보니 GTX 개통 호재에도 집값이 급격히 반등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고양시 전반적으로 영향을 주는 재건축 관련 호재도 집값을 밀어 올리는 힘이 약하다. 지난달 27일 노후계획도시정비특별법이 시행됐음에도 눈에 띄는 반응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장항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선도지구 기준 등 구체적인 윤곽이 나와야 집값이 반응할 것"이라면서 "주민들 사이에선 규제에 대한 부담 보다는 추가로 내야 할 금액에 대한 걱정이 크다. 게다가 적어도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기 때문에 당장 집값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당분간 이런 지지부진한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일산서구 대화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교통, 인프라 개선 등 호재가 있지만 당장 집값을 움직이긴 힘들 것 같다"며 "금리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주(29일) 기준 고양 집값은 0.01% 상승했다. 덕양구는 0.06% 상승했지만 일산동구와 일산서구는 각각 0.04%, 0.01% 하락했다. 올해 누적으로는 0.46% 내렸다. 같은 기간 덕양구는 1.15% 뛰었지만, 동구와 서구는 각각 1.66%, 1.6% 하락했다.
매매 심리도 부진하다. 고양이 포함된 경의권 매매수급지수는 4월 마지막 주 기준 80.9를 기록해 전주(81.3)보다 하락했다. 연초 77.7보다는 개선됐지만, 여전히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서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보다 집을 팔려는 집주인이 더 많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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