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백 변신한 장신 스트라이커·포어리베로의 부활…포지션 변신은 무죄, 파격은 늘 반갑다

윤진만 2024. 5. 9.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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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혁.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허율.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하나은행 K리그1 2024' 1라운드 로빈은 지도자들이 아이디어를 마구 뽐내는 '전술의 장(場)'이었다. 특히 스트라이커, 미드필더, 측면 수비수를 센터백으로 기용하는 파격적인 포지션 파괴가 눈길을 끌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강원 이기혁이다. 수원FC, 제주 소속으로 줄곧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한 왼발잡이 이기혁은 올 시즌 센터백으로 변신했다. 윤정환 강원 감독은 지난 시즌까지 수비 조직력을 강조한 안정적인 스타일에서 올 시즌 빌드업을 앞세운 주도적인 스타일로 변신을 꾀하면서, 이기혁에게 새로운 미션을 맡겼다. 볼 컨트롤과 패스 능력을 갖춘 이기혁을 빌드업의 시작점으로 낙점했다. 11경기 전 경기에 선발 출전한 이기혁은 11라운드까지 전진 패스 272회를 기록, 권경원(수원FC·292회)에 이어 전체 2위를 달린다. 지난 5일 수원FC전에선 본래 포지션인 공격형 미드필더에 배치돼 2대1 승리를 뒷받침했다. 윤 감독은 "이기혁은 어느 포지션이나 가능한 멀티플레이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포지션에 활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위험 지역에서 실수를 줄인다면 현대축구에 걸맞은 수비수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평가다. 윤 감독은 미드필더 황문기도 포백의 오른쪽 수비수로 안착시켰다. 황문기는 11경기에 출전해 저돌적인 움직임과 날카로운 크로스로 강원 측면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광주 허율은 이기혁보다 먼 거리를 이동했다. 학창 시절부터 2021년 광주에 입단한 이후로 줄곧 스트라이커로 활약한 허율은 올 시즌 도중 센터백으로 변신을 택했다. 이정효 광주 감독과 면담을 통해 센터백 미션을 받아든 허율은 지난 9라운드 수원FC전에서 포포비치의 센터백 파트너로 깜짝 출전했다. 이 감독은 "6연패를 하면서 즐겁지가 않았는데, 허율을 센터백으로 훈련시키면서 기쁘고 즐거웠다. 선수가 변화를 받아들이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건 지도자 입장에선 뿌듯하고 대견스럽다"고 엄지를 들었다. 6일 대전전에선 스트라이커로 교체 출전해 후반 41분 역전 결승골을 쏘며 2대1 승리를 이끈 허율은 "요즘 맨시티의 수비수 후벵 디아스와 나단 아케 영상을 찾아본다. 엘링 홀란 영상도 오늘 봤다. 머리가 더 복잡하다"며 웃었지만, 현재의 경험이 대표급 선수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다른 포지션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황재원.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제주-대구전 황재원(2번) 패스맵.

지난달 대구FC 사령탑으로 부임한 박창현 감독은 올림픽 대표 풀백(윙백) 황재원을 스리백의 가운데 위치에 배치하는 일명 '황재원 시프트'를 지난 울산전, 제주전에서 연이어 가동했다. 황재원은 공격시에는 수비형 미드필더 위치까지 전진하고, 수비시에는 센터백 고명석 김진혁, 윙백 장성원 홍철과 파이브백을 형성했다. 조광래 대구 대표이사가 A대표팀 감독 시절이던 2010년초에 활용한 '포어 리베로'를 박 감독이 대구에서 부활시켰다. 홍익대 감독 시절 스승과 제주로 연을 맺어 누구보다 황재원의 특징을 잘 알기에 가능한 결단이었다. 황재원은 지난 6일 제주 원정경기에서 0-1로 끌려가던 후반 막바지에는 원래 자리인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했다. 한 경기에서 센터백, 수비형 미드필더, 풀백 등 세 자리를 모두 맡은 셈이다. 대구가 수비수 뎁스가 얇고, 요시노가 부상 중인 만큼 당분간은 '포어 리베로'로 활용될 공산이 크다.

과거 한국 축구에서 포지션을 바꿔 성공한 케이스가 꽤 많다. K리그 득점왕을 한번 이상씩 경험한 스트라이커 김신욱(킷지) 주민규(울산) 조규성(미트윌란)은 뒤늦게 포지션을 변경했다. 주민규와 조규성은 수비형 미드필더, 김신욱은 센터백 출신이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16강 주역인 미드필더 김정우는 2011시즌 김천 상무(당시 상주)에서 스트라이커로 변신해 15골로 득점 랭킹 3위를 차지했다. 전 서울 수비수 차두리도 측면 공격수에서 측면 수비수로 포지션을 바꿔 국가대표 간판으로 거듭났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는 언제나 환영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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