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장기화, 정부 '장기전 태세'…尹회견, 실마리 될까

CBS노컷뉴스 김정록 기자 2024. 5. 9.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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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빅5' 중 처음으로 희망퇴직 신청받아
병원 떠난 전공의 '생활고'…의협 "지원책 마련"
'회의록 공방'에 갈등 과열…정부, 건보 지원 연장
尹 기자회견서 실마리 나올까?…원론 수준 그칠 우려도
대통령실 홈페이지 캡처


의정갈등이 3개월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병원은 '경영난'을 호소하고 의사도 '번아웃(탈진)'에 빠지고 있다. 정부도 월 1천억 원대 건강보험 지원을 연장하면서 '장기전 준비태세'에 돌입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장기화하는 의정갈등을 해결할 실마리가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상급종합병원 '경영난'…"전공의 복귀 안 보여" 한숨

9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의정갈등이 장기화하면서 경희의료원·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 등이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경희대병원 등을 산하에 둔 경희의료원은 경영난으로 다음 달부터 급여 지급을 중단하거나 희망퇴직을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오주형 경희의료원장은 지난달 30일 교직원들에게 "개원 이래 최악의 경영난으로 의료원의 존폐 가능성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경희의료원은 지난 3월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한 뒤 무급휴가 시행, 보직 수당 및 교원 성과급 반납, 운영비 삭감, 자본투자 축소 등 비용 절감 노력을 해왔지만, 매일 억 단위의 적자가 나면서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다.

'빅5'에 속하는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도 의사를 제외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서울아산병원은 무급휴가뿐 아니라 '빅5' 병원 중 처음으로 희망퇴직 신청까지 받고 있다.

이처럼 상급종합병원들은 의정갈등이 길어질수록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이탈한 전공의들은 돌아오지 않고, 이에 더해 의대 교수들도 진료 축소에 돌입하고 있다. 병원 입장에서는 수술 및 외래 환자의 진료가 줄고 병상 가동률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병원은 경영난을 해결하려면 이탈한 전공의들이 복귀하는 것뿐이라 한숨만 나오는 상황이다.

한 '빅5'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공백 사태가 발생할 때 즈음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며 "진료 축소가 있다 보니 환자 진료량도 줄어들어 경영이 악화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진료 공백이 생긴 원인이 전공의 이탈이니 그들이 복귀해야 원상 복귀할 수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더 버틸 수 없다' 사직서 제출 교수…이탈 전공의도 '생활고'

황진환 기자

의정갈등이 길어질수록 힘든 것은 병원뿐만이 아니다. 이탈한 전공의 몫까지 맡게 된 의사들도 과로를 호소하고 있다.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며 사직서를 제출한 교수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앞서 일부 의대 교수들은 과로에 시달린다며 '주 1회 휴진'을 정례화했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실제 일부 의대 교수들은 환자와 치료 일정을 조율한 뒤 휴진에 들어가기도 했다.

나아가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전의비)는 교수들의 과중한 업무에 대응하기 위해 오는 10일 집단 휴진을 결정했다.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으로 비상진료체계가 가동되면서 교수들의 피로도가 극심해졌다는 것이다.

전의비는 "10일에는 전국적인 휴진이 예정돼 있다"며 "이후에는 각 대학의 상황에 맞춰 당직 후 휴진과 진료 재조정으로 주 1회 휴진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는 10일 휴진에는 전국 19개 의대 산하 병원 51곳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전의비는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확정하면 1주일 동안 의대 교수들의 집단 휴진을 검토할 방침이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전공의들은 수련병원에 사직서를 냈지만, 정부의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들은 '겸업 금지' 제약 때문에 다른 의료기관에 취업할 수 없어 생활고를 겪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의사협회는 생활고를 겪는 전공의들을 위한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임현택 의협회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도 생활고를 호소하는 전공의들의 연락이 엄청나게 온다"며 "여러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적은 숫자지만 일부 전공의들이 생활고 끝에 병원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복지부 박민수 2차관은 지난 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복귀하는 전공의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소수 복귀자가 있다"고 했다.

해결은커녕 '회의록 공방' 가열…정부 "1900억 투입" 장기전 준비

박종민 기자

이런 상황에서 의정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기는커녕 '회의록'을 두고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는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을 논의한 회의록이 있고 이를 법원에 제출하겠다고 밝혔지만, 의료계는 정부가 작성했다고 주장하는 회의록에 대해 의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의정갈등 장기전 준비태세'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현재 유지 중인 비상진료 상황이 더 길어질 것을 대비해 건강보험 지원을 한 달 더 연장한 것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7일 "정부는 지난 2월부터 응급·중증환자 가산 확대,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 인상 등 매월 약 1900억 원을 투입하고 있다"며 "향후 비상진료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건보 지원을 11일부터 한 달간 연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군의관과 공보의 파견 및 추가 배치 계획도 내놨다. 그간 정부는 긴급한 의료현장을 중심으로 공보의와 군의관 427명을 파견했는데, 이들의 피로도를 고려해 파견 근무 중인 146명을 단계적으로 교체할 방침이다. 또 군의관 36명을 추가 파견한다.

결국 이날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의정갈등 해소의 실마리가 나올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회견에서는 의과대학 증원을 포함한 각종 현안에 대한 다양한 질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윤 대통령이 이전처럼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면 의정갈등 해소가 요원해질 가능성도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났지만 "전공의의 처우와 근무여건 개선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는 원론적인 논의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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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정록 기자 roc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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