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독서는 비싼 취미인가

권희진 2024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자 2024. 5. 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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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우리나라 성인의 독서율이 43%라고 한다. 최근 1년간 전자책·오디오북을 포함해 책 한 권 읽은 사람이 10명 중 4명 남짓이란 얘기다. 반면 초·중·고교 학생의 독서율은 95.8%로 1년 전보다 높아졌다. 나이 들수록 읽지 않는다는 뜻이겠다.

조지 오웰의 ‘책 대 담배’라는 에세이가 생각난다. 한 신문 편집자가 공장 노동자들과 신문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가 ‘문학 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신문이 왜 12파운드 6펜스씩이나 하는 책에 대해 자주 떠드는지 모르지만, (노동자들 중) 책 사는 데 그 돈을 쓸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답한다.

오웰은 돈이 많이 들어서 책을 읽지 못한다는 말에 반박하기 위해 독서에 드는 비용을 산출한다. 그리고 이를 담배나 술에 대한 지출 비용과 비교해 ‘독서가 가장 저렴한 취미’라는 결론에 이른다. 책을 읽는 행위는 이토록 저렴한 취미인데도 독서량이 저조하다면 그건 재미가 없어서지, 돈이 들어서는 아니라고 말한다. 1940년대에 발표된 에세이란 걸 감안하면, 그때나 지금이나 ‘읽지 않는’ 이유가 비슷하다는 점이 흥미롭다.

국내 독서율 조사에서 성인들이 독서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일 때문에 시간이 없다’였고, 두 번째가 ‘책 외에 다른 매체를 이용한다’는 것이었다. 책보다 더 재미있는 게 많다는 말이었다.

볼 것과 즐길 것이 넘쳐나고, 필요한 정보는 ‘세 줄 요약’으로 충분히 습득 가능한 세상이 됐다. 고도로 발달한 AI 알고리즘은 개인이 원하는 것을 알아서 보여준다. 그러다 보니 점점 더 생각하고 고민하고 스스로 재미를 찾는 일에 점점 서툴러지고 있는 건 아닐까.

확실히 독서는 누구나 쉽게 재미를 느낄 법한 취미는 아니다. 재미있는 책을 찾기까지의 여정이 꽤 고되기도 하다. 그럼에도 열심히 찾아 읽다 보면 자신만의 책을 찾게 되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그런 발견의 경험을 모두가 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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