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으로 차 몰고 전투기 조종하고… 中, 美 BCI 기술 맹추격

황규락 기자 2024. 5. 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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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뇌에 전극 이식해 신호 송수신
사지마비 환자 등 활동 가능케 해

첨단 기술 육성에 집중하는 중국이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생각만으로 사물을 조종할 수 있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분야에서 미국을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공상과학(SF)으로만 여겨졌던 기술이 현실화되면서 BCI 기술 주도권을 잡기 위한 미·중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IT 전문 매체 ‘와이어드’ 등 외신들은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관춘 포럼’에서 중국 국영회사 ‘신즈다 뉴로테크놀로지’가 자체 개발한 BCI 기술을 선보였다고 최근 보도했다. 신즈다 뉴로테크놀로지는 영상을 통해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받은 원숭이가 생각만으로 로봇 팔을 움직여 물건을 잡는 모습을 공개했다. 와이어드는 “이번 시연은 중국이 자체적으로 BCI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서구와 경쟁하는 과정에서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BCI도 미·중 경쟁

BCI는 사람의 특정 뇌 신호를 읽어 생각만으로 사물을 움직이는 기술을 의미한다. BCI 기술이 상용화되면 사지마비 환자가 컴퓨터를 작동시켜 이메일을 쓰는 것은 물론, 하반신 마비 환자가 계단을 오르고, 시각장애인의 시력을 회복할 수 있는 등 그동안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것들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그래픽=박상훈

BCI 기술에서 가장 앞선 국가는 미국이다. ‘블랙록 뉴로테크’는 2004년 인간 뇌에 컴퓨터 칩 이식 실험에 처음 성공한 뒤, 2012년에는 뇌졸중으로 목 아래가 마비된 여성의 뇌에 100개의 전극을 가진 센서를 이식해 로봇 팔을 움직여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후 반신마비 환자가 뇌로 조종하는 로봇 슈트를 입고 걸음을 걷게 하거나 마비 환자가 의수를 통해 촉각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BCI 기술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뇌 신경과학 기업 ‘뉴럴링크’도 동전 크기의 칩에 연결된 1024개의 얇은 전극을 뇌 대뇌피질에 직접 삽입해 뇌 신호를 무선으로 외부에 송신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 1월 사지마비 환자에게 처음으로 컴퓨터 칩을 이식해 두 달 뒤 이식받은 환자가 생각만으로 자동차 경주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공개했다. 뉴럴링크는 2030년까지 2만여 명의 사람들에게 BCI 시술을 한다는 계획이다. 미 브루클린에 본사를 둔 ‘싱크론’도 뇌를 지나는 경정맥을 통해 뇌 신호를 읽는 장치를 삽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2021년 FDA의 승인을 받아 6명의 환자에게 이식 수술을 진행했으며, 현재 대규모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도 지난해 중관춘 포럼에서 BCI 기술을 중요한 첨단 신기술로 분류하면서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월 칭화대 연구팀이 BCI 기기를 전신마비 환자의 두개골에 이식해 의수를 사용하는 데 성공했지만, 뇌 신호를 읽는 알고리즘 등에서 미국에 뒤처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중국은 비교적 기술 난이도가 낮은 헤드셋형 BCI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헤드셋형 BCI는 뇌 수술로 장치를 이식하는 게 아니라 머리 위에 뇌 신호를 읽을 수 있는 장치를 착용하는 형태다. 직접 뇌에 전극을 삽입하지 않아도 돼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뇌 신호를 읽는 정확도가 떨어진다. 헤드셋형 BCI 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특허 출원은 세계 35%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은 30%, 일본은 1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BCI 무기화 가능성”

중국은 헤드셋형 BCI 기술을 고도화해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 안보신기술센터(CSET)에 따르면, 지난 2월 중국이 발표한 BCI 윤리 지침에 “엄격한 규제와 명확한 이점이 있는 한 증강 BCI 기술은 주의 조절, 수면 조절, 기억 조절 및 외골격과 같은 비의료적 목적이 어느 정도 탐색되고 개발돼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BCI 기술을 응용해 인간의 주의력을 대폭 향상시키거나 기억을 조절해 더 뛰어난 능력을 갖게 하는 등 ‘인간 개조’의 꿈을 실현하려는 것이다.

그래픽=박상훈

이 때문에 중국의 BCI 연구가 향후 ‘무기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전투기 조종사의 헬멧에 BCI 기술을 적용하면 조종사가 위험을 인지하는 순간 조종사의 뇌 신호가 헬멧을 통해 전투기에 전달돼, 전투기가 자동으로 회피 기동을 하거나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대응 능력이 대폭 향상될 수 있다. 마거릿 코살 미 조지아공대 부교수는 “BCI 기술을 무기화할 수 있다면 전쟁의 성격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은 근본적으로 군과 상업을 연계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했다.

☞BCI(뇌·컴퓨터 인터페이스)

‘Brain·Computer Interface’의 약자. 생각할 때 뇌의 신경세포(뉴런)가 내는 신호를 컴퓨터가 읽어 사람의 의도를 해석하고, 이를 통해 외부 기기를 조종하는 기술이다. 뇌에 칩을 직접 이식하는 방식과 헤드셋 등을 착용해 두피로 신호를 읽는 방식이 있다. 정확도는 칩 이식 방식이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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